유행병이 번질 때 관(官)이 할 일
유행병이 번질 때 관(官)이 할 일
  • 박석무
  • 승인 2020.03.0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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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지난 2월 5일 남대문시장 특별방역작업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박석무]  지금 세계는 대 재앙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유행병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갑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 대한 걱정도 해야 하지만, 우선 우리나라의 전염병이 더 큰 문제입니다. 환자는 급증하는데, 치료할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해, 더욱 크게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권의 반대 입장에 있는 정파들은 모든 것이 정부의 잘못이라고 몰아붙이면서, 해결책의 제시나 협조는커녕 오로지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붙여 정치적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 흑심은 더욱 국민들을 분노하게 해줍니다. 

너무나 무섭게 번지고, 또 그 전염 속도나 전염된 숫자가 급증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갑자기 당하는 일이어서, 여기저기에 허점도 드러나고 빈틈에서 잘못이 새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해 볼 분야가 많습니다. 200년 전 다산은 그런 무서운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때, 정부나 지방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심한 내용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특히 『목민심서』의 「애상(哀喪)」 조항, 「관질(寬疾)」조항에도 나오지만 「진황(賑荒)」편의 「설시(設施)」조항에는 분명하게 말한 내용이 많습니다. 

“기근(飢饉)이 든 해에는 반드시 전염병이 번지게 되어 있으니, 그 구제하고 치료하는 방법과 거두어 매장하는 일은 마땅히 더욱 마음을 다해야 한다.”라고 전제하여 목민관이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산의 디대와 오늘의 시대는 다릅니다. 기근이 있는 해에만 유행병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때는 의료시설이나 병원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요즘으로 보면 최악의 의료제도와 의약기술의 열악한 상태에서의 조치였습니다. 관에서는 약을 공급하는 일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의 숫자를 파악하고 명부를 작성해야 하며, 사망자가 나오면 빠짐없이 그 숫자를 파악해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온 집안이 몰사하여 시체를 처리할 사람이 없을 경우는 관에서 직접 처리할 방법을 강구해 주고, 그 마을의 유족한 집안에서 돈을 주고 인부를 사서라도 유감없이 처리하기를 권장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위급한 때에는 목민관이 직접 현장에 나가 순행하면서 물색(物色)을 살피고 사정을 물어서, 혹 몸소 환자의 집에 들러 환자를 위로해 주고, 상가(喪家)에 들려서는 장례 문제를 함께 직접 논의하기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어려운 때일수록 목민관이 자주 민간에 나가서 어진 정사를 힘써 행하면 그 애감(哀感)과 열복(悅服)이 어떠하겠느냐면서, 하루의 수고가 만세의 영광이 될 터이니 그런 일을 달갑게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우매한 사람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고, 국무총리가 상주하면서 진두지휘하는 조치는 다산의 뜻과 부합되는 일로 여겨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심은 대동소이합니다. 환자 숫자나 사망자 숫자는 정확히 파악하여 상부로 보고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인데, 그 당시에도 상부의 문책이 두렵고 여론이 두려워 가능한 숫자를 줄이고 숨기려는 작태가 있었다면서 그런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성을 들이면 어떤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방역 체제를 물샐틈없이 마련해 정성을 다하면, 현대의 의학 수준은 못 잡을 전염병이 없습니다. 너무 두려워하거나 공포에만 떨지 말고 전문가들의 말을 잘 듣고 사심 없이 공심으로 대처하다 보면 반드시 전염병은 잡아집니다. 정략적인 주장만 늘어놓거나 방역에 방해되는 말은 삼가고, 국민 모두가 성의껏 대처하면 종식은 되고 맙니다. 다산의 가르침 잊지 말고 정성을 다하는 목민관들이 많이 나오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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