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체제와 폐습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 의미의 개헌”
“잘못된 체제와 폐습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 의미의 개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3.03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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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대표-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공화국의 조건은.

▲ 나라다운 나라, 바람직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역사 속에서 인류가 축적해온 지혜라 할 수 있다. 이 지혜가 집약된 것이 헌법이다. 그래서 나는 헌법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이해한다. 지금 우리가 공화국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다.

헌법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건축물 짓고, 운영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헌법은 사회복지국가 헌법이다. 사회복지 국가는 인류가 시행착오를 거친 가운데 발견한 최선의 이상향이다. 사회복지 국가는 국민의 공공복리와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공동선(共同善)과 정의(正義)’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공화국과 사회복지 국가는 궁합이 맞는다.

공화국이나 사회복지국가 양자 모두 자유로운 시민 생활을 시작으로 정치적으로 민주화되고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다양성에 이어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지향한다. 플라톤이 쓴 최초의 ‘국가론’(폴리테이아) 이래 공화국(Republic)은 이상 국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 아직은 사회복지국가 개념이 얕고 정치권 인식도 약한데.

▲ 10년 전부터 정치권이 나서서 사회복지 국가에 대한 작업을 착수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야 정쟁만 일삼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사회복지국가 실현을 꿈꾸어 왔지만, 이제는 ‘공화국’이라고 간판을 간명하게 바꿨다.

현 정부는 복지국가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적은 별로 드러난 것이 없고 지지부진하다. 최저임금제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목표가 소실되었다. 나는 그렇게 된 이유가 현 정부가 공화주의 정신을 결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집권 시작부터 ‘적폐청산’의 기치 아래 진영논리와 배제의 칼을 빼든 마당에서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겠는가. 사회복지 국가를 만드는 추진체인 집권자가 국민의 절반을 배제하고자 한다면 공존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 우리 사회에 복지사회는 아직 먼 것 같다. 특히 노동복지가 구조적으로 심각한데.

▲ 지금은 노동자들의 숙원인 노동자 경영참가와 노동자 이사제, 종업원지주제, 자주 기업이나 협동조합형 기업 등이 실현돼야 한다. 노-사-정 협의체 같은 성공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공화국 시민이 되지 않았다. 특히 사회의 상층과 기층의 국민들이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불신을 깨고 대화를 하자는 것이 복지국가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가, 노동조합, 시민들이 헌법에 적합한 공화 시민으로서의 덕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가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갑질도 바뀌어야 하는 한편, 노동조합의 운영도 노동 계급적이고 전투적인 용어 대신 시민으로의 용어 구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집중제식 대표자 방식을 헌법상의 자유 위임식 대표제로 바꿔 운영해야 한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화법부터 바꾸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질서가 잡힌 민주주의 즉, 세련된(Refined) 민주주의나 성숙한 민주주의로 진행되는 것이 공화국이다. 공화국을 만들지 못하면 민주주의도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공화국을 만들지 못하면 주권조차 위협받게 되는 위기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주권, 노동주권, 소비자주권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 4.15 총선을 앞둔 정국의 기류가 요동치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합집산과 권력 잡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촛불 시민이 요구한 뜻과 달리 지금은 적폐 논란과 정쟁으로 국론이 분열돼 있다.

▲ 촛불 정부가 집권하게 된 계기가 과거 정권의 ‘국정 문란’에 대한 원인 제거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 작업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됐다. 탄핵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판에 넘겨졌다.

과거 정부의 비호로 숨겨졌던 사건들이 재수사 되고 있고, 사법부도 적폐청산 과정에 있다. 물론 적폐는 제거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현 정부는 야당의 적폐청산만을 골몰했지 자신을 포함한 이 사회의 적폐를 들여 다 보는 데에 소홀했다.

그 결과 자신도 새로운 적폐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는 구적폐, 신적폐의 모습을 보고 있다. 신적폐의 출현으로 구적폐는 청산되기는커녕 오히려 되살아났다. 이 모든 적폐를 넘어설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 정치권 진영논리도 첨예한데.

▲ 우리나라가 압축성장 한 배경에는 진영 간 극한적 대립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 간 전쟁이나, 군부정권과 싸운 민주화운동은 극단적인 진영논리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할 단계이다.

과거의 이전투구, 아비규환 식의 진영싸움이 지속 되면 안 된다. 현재 진행되는 사생결단식의 집권투쟁은 사회파탄만 불러올 뿐이다. 이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기보다 이익집단의 권력추구이며, 공권력 사유화 현상에 불과하다.

국가의 기둥을 좀먹어 썩게 하는 일이다. 진영논리를 극복하려면 편향된 역사관부터 넘어서야 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친일-독재라 하고, 종북-빨갱이로 규정해 대화의 단절을 부르는 극단적 소모전을 종식시켜야 한다.

 

- 촛불혁명 이후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 2016년 겨울 촛불혁명은 우리나라의 공화주의를 촉구한 거대하고 뜨거운 바람이었다. 공화주의는 진영논리 극복과 협력 정치 회복에 있다. 망국적인 진영싸움은 국가를 좌초시킬 뿐이다. 우리는 한때 가난하고 힘이 없었던 주권 ‘제로’의 나라에서 시작했다.

이 만큼 성장을 한데는 어느 한 집단의 힘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세운 사람들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전몰군경, 전상군경, 호국용사, 민주열사, 사회특별공로자, 공상자, 순직자가 있었다. 이외에도 기업과 노동자의 피와 땀이 있었다. 건국은 기술보국과 체육보국, 문화보국, 산업보국, 교육보국 등 모든 분야가 함께 했다.

어떤 특정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집단이 역사와 정치 권력을 독점할 자격은 없다. 단지 일정 부분 역할을 했고, 지분만 있을 뿐이다.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상대방을 물어뜯는 진영논리는 패망의 논리다. 이것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는 진보하기 어렵다.

 

- 70년간 이어온 ‘친일적폐’ 어떻게 보나.

▲ 친일청산도 일본을 미워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안된다. 좋은 점은 배우고 칭찬해야 한다. 우리가 배격해야 할 점은 제국주의 논리 즉, 침략과 대외팽창, 반민주, 반헌법, 반인륜, 반인권적 통치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반일감정만 부추기고 친일분자에 대한 인적청산으로 매도하는 것은 공화 정신에 반하는 붕당정치다. 조선왕조 붕괴로 하루아침에 내쳐진 우리 민중들이 방황했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각각의 진영들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

친일청산에서도 엄히 살펴서 일본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은 우리 탓으로 돌리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에게 잔재 된 왕조문화와 봉건 문화 폐습에 대한 청산 즉, ‘친조(親朝)’ 청산도 함께 해야 한다.

조선 후기에 극렬했던 세도정치가 보여준 공권력의 사유화와 공직자 부정부패, 매관매직, 기강문란, 과열정쟁, 서열문화, 국방력 상실, 국가 붕괴의 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이런 낙후된 일본 제국주의 잔재와 왕조문화의 폐습을 청산하고, 헌법이 요구하는 민주공화국 확립을 향해 가야 할 때다.

 

- ‘반공-좌파’ 논리도 사라져야 할 유산인데.

▲ 작년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에 사무친 친일과 빨갱이 간의 논쟁을 화해시켰어야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0년 얼마나 논쟁이 복잡했을까는 상상이 간다.

나라는 붕괴되었고, 식민지 노예가 된 상태에서 살길 찾아 떠난 길이 어떤 사람은 농사지어 부모 자식 봉양하고, 어떤 이는 독립운동하러 떠나고, 어떤 이는 잡혀가고, 어떤 이는 친일하고, 어떤 이는 공산주의 운동하러 가고 등등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해방 이후, 또 그 후로도 다시 7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식민지 시대에 누가 더 잘했냐는 것을 따지는 것은 거의 부질없는 짓이라고 본다. 나라가 망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이고, 나머지 풍비박산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는 국권 상실이라는 불행을 반복하지 말자는 결의와 책임감이 절실히 요구된다.

 

- 우리 민족이 나갈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주권 국가라면 당연히 우리의 길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 주권의 크기가 없거나 작았던 우리에게는 우리의 길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은 불가능했다. 대한제국이나 대한민국이나 우리 손으로 주권을 쟁취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독자적 결정은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와는 달리 주권의 실체가 많이 커졌다.

그래서 지금은 주권행사에서 서구 국가와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주권행사의 바른 기준은 헌법에 따라야 한다. 민주공화국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은 헌법전문이나 헌법 조문에 표현되어 있다. 헌법에서 구체적 기준을 발견하는 것은 여전히 지혜를 요하는 일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

1976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9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1985~2018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2005~2006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2018 한국헌법학회 학술상 수상
2018~현재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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