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클리 마음돌봄: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분석가, 김석조를 만나다-1회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아프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 이전에 질병과 사고를 완전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잘 이겨낼 수는 있다. 도리어 이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이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감기나 생채기 하나에도 몸이 아프면 처방을 받고 적절한 요법을 취하면서도 우리사회는 마음에 생기는 상처에 유독 무관심하다. 그저 참고 덮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위클리 마음돌봄’은 정신건강에 관한 단편 에세이 모음이다. 과열 경쟁과 불안사회를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스스로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다. 글쓴이의 마음의 조각을 엿보는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김석조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분석가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위클리 마음돌봄의 첫 번째 이야기는 자살에 대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1편 보러가기 ☞ http://www.weeklyseoul.net/news/articleView.html?idxno=52756) 첫 번째 글에 이어 이번 화에서는 중앙자살예방센터 소속 전문가 김석조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들과 예방을 위한 국가와 개인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인터뷰는 2회에 걸쳐 진행된다.

 

- 최근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 자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로 나타나는 우리나라 자살 현황은 어떠한가.

▲ 우리나라의 자살 현황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가져오는 자료가 OECD 가입 국가별 통계다.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비교할 때 한국은 늘 1등하기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으나, 작년 리투아니아의 OECD 가입으로 1위를 면했다가 올해 다시 자살률 1위에 올랐다. 이 실태를 놓고 ‘우리나라가 OECD국가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OECD 탈퇴뿐’이라는 우스개 농이 퍼진 것도 애석한 일이다.

 

OECD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OECD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 그렇다면 국내 사망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떠한가?

▲ <2018년 사망원인>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5위가 자살에 의한다. 통계청 자료 상 매년 수집된 통계가 이듬해 9월에 발표되기 때문에 현재로서 2018년 자료가 가장 최신 자료가 된다. 특히 10대부터 30대 사망 원인은 자살이 1순위라는 점이 눈여겨볼 점이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신체적 건강이 사망 원인에 영향을 미칠 것도 유념해 해석이 필요하다.

 

- 자살률 변화추이는 어떠한가?

▲ 통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1983년을 기점으로 통계상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증가 추세이나, 2009년을 기점으로 한다면 최근까지는 감소 추세였다. 2011년 3월 30일에 자살예방법이 공포되고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모방자살(베르테르 효과)을 이유로 들었다. 작년과 올해 들어 유명한 정치인, 연예인 등 사회적 관심이 크게 쏠리는 인물들의 자살이 큰 파동을 만든 것은 사실이나 전문가는 단순히 베르테르 효과만으로 자살률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 정신질환자 관리 소홀 등이 숨겨진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모방자살은 최후 선택에 영향을 줄 뿐 그것만으로 자살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자살자의 소득수준이나 질환여부, 생활상태 등을 알 수 있는 자료와 함께 원인을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실업률 급등과 같은 경제 위기들이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는 유의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2008, 2009년의 경우는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자살률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00년대 이전, 특히 1998년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살률이 크게 뛰었고, 대량으로 발급된 신용카드의 영향으로 2002년 무렵 대량 양산된 신용불량자의 자살률도 급격히 뛰었다. 2018년 현재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수는 37.5명에 달한다. 즉 매 40분마다 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다.

 

자살률 변화 추이(2008-2018) [출처: 통계청, 2008-2018 사망원인통계
자살률 변화 추이(2008-2018) [출처: 통계청, 2008-2018 사망원인통계

-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특성은 어떠한가?

▲ 사실 자해 및 자살 시도자 수는 여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2017~2018년 성별 자살 현황 비교자료(경찰청) 상 사망자 수는 양적으로 남성이 훨씬 많은 수를 보이고,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2.6배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10대와 30대의 자살률이 많이 증가했다. 80대 이상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약 70명 꼴로 가장 높고 자살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농약 보관 사업이 농약을 활용한 농촌 지역 노인 자살률을 떨어뜨린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성별 자살 현황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성별 자살 현황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남성의 경우 3,40대와 60대의 인구10만 명당 연령별 자살률이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크게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 같은 지표상 10대의 자살률이 대폭 증가했다. 고령이 될수록 남성 자살률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은 이전 세대의 산업을 이끈 기둥이자 중장년층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시사한다. 중년 남성의 스트레스는 주로 비관계적인 양상으로 해소되는데, 개인의 성향보다는 이전 세대가 그렇게 학습되어 왔고 사회적으로 내면의 취약함을 외부에 표출하지 않게끔 강요되어 왔기 때문이다.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스트레스, 속마음을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다.

 

남성*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남성*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이와 달리, 여성 자살률의 경우 10대부터 3,40대까지 비례적으로 증가하다 점차 감소하고 60대에 이르러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도 OECD 가입국 가운데 남다른 특징으로 대표된다. 때문에 지자체 등 지역사회에서는 이에 주목해 산후우울증이나, 상담 및 서비스직에 근로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여성*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여성*연령별 자살률 비교(2017-2018) [출처: 통계청, 2017-2018 사망원인통계]

 

-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 2016-2018년 수단별 자살 현황(통계청)상 제일 많이 사용되는 수단은 목을 매는 것(52.1%)이다. 투신과는 별개로 추락(16.6%), 농약(5.9%)이 다음 순으로 많다. 그 외 25.4%의 기타로 묶여 있는 것 중에는 가스 중독이 무려 14%를 차지하는데 통계청에서 데이터를 공개할 때 모방 자살을 염려한 지침에 따라 이를 감춘 것이다.

모방자살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 수단이 불러온 파장처럼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매체 속 장면을 통해 이를 모방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 자살의 동기로 밝혀지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 동기별 자살 현황(경찰청, 2017)에 대해서는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31.7%)가 가장 큰 동기 비중을 차지하고, 차례로 경제생활 문제(25%), 신체질병(20.6%)이 주요 동기이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각자 다른 자살 동기를 보이는데 10, 20대는 정신적 어려움, 30~40대는 경제적 어려움, 50대는 정신적 어려움, 60대 이상부터 육체적 어려움이 주요 동기가 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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