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국민 입국거부 조치로 본 일본의 의도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위클리서울=정길호] 지난 3월 5일 일본은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한국인에 대한 사실상의 ‘입국거부’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에 이례적으로 한국정부도 거의 동시 시점인 3월 6일 무비자 입국을 중지하고 ‘눈에는 눈’ 식으로 일본인에 동일한 입국 제한 조치를 즉각 발표하였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본 조치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우리 정부는 선진적이고 우수한 방역시스템을 기반으로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검역 시스템으로 일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며 발표한 것이다.

  2019년 7월에도 일본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기로 해 두 나라는 격하게 대립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계기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관계는 그동안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한일관계가 협력보다는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상황은 양국 발전과 동북아 정세 안정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두 나라 정상과 국민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일본은 강대국 미국에겐 비굴하리만치 굽신거린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자국민 등 21만 명의 생명을 앗아 간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 감정이 없어 보인다. 이와는 달리 이웃인 한국에 대해서는 외교상 관례를 깨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고 무례하기까지 한 조치들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혹자는 사무라이 문화의 잔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한다. 사무라이 문화는 강한 승자에게는 주인으로 섬기고 약자에게는 군림하여 종으로 여기거나 소유한다는 것인데 미국을 주인으로 한국은 얕봐도 되는 국가로 여기는지 모를 일이다.

  연이은 일본의 돌발적인 조치들에 대한 단기적 대응책과 더불어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이다. 최근의 일련의 조치들이 비단 극우성향인 아베 정권의 파행적 외교 관계로 보고 정권이 바뀐 후에는 한일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을지라도 뿌리 깊은 역사적 악연으로 볼 때 해결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14세기 말 고려 시대부터 한반도 해안가를 대상으로 왜구들의 노략질로 우리 민중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고, 1592년부터 7년 동안 우리 강토를 피로 유린한 임진왜란, 그로부터 300여 년 후에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일으켜 조선 주변을 전쟁터로 삼았다.
연이어 한반도를 강점할 때까지 최소한 5,600년간을 생각해보면 한국입장에서 긴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만을 바라보자는 말에는 역사가 남긴 상처가 쉽게 아물기 어려운 것처럼 그리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리상으로 중국과 더불어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숙명적인 관계이면서도 한일 양 국민들 서로가 가장 싫어한 민족이 상대방 일본과 한국이라는 것을 보면 불편한 이웃임이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역사적·정치적인 배경을 가진 한일관계가 쉽지는 않겠지만 실마리를 찾아야 하며 더디겠지만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이다.

  우선, 양국 모두 동북아 주변 정세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을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19는 의료위생 분야에서 한-중-일 3국이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는데 기능적 협력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3국 지도자의 역량을 발휘한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확진자 대량 발생의 책임이 상대방 국가에 있다고 떠미는 상황이다.
방역 시스템부터 진단시약 개발, 치료의 know-how 등 공조할 사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협력보다는 정치적으로 아베정권 유지의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 안타깝다. 금번 사태 원인도 시진핑 방일 취소 등 여론 악화의 회피 수단이라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과거사 문제는 진정성을 가진 노력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상식과 역사왜곡이 없는 바탕 위에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일본의 잘못을 용서해야 하는 한국은 상대방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듯 태연한 상태에서는 곤란하다. 고노 담화에서 보듯 좋은 선례가 있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민간 교류는 다각적으로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정부가 아닌 민간 사회단체는 이슈별로 교류와 협력을 기업은 정치 개입이 없이 두 나라가 갖는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여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스스로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정쟁만을 일삼는 발목잡기식 싸움보다는 국론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대일본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일본에 대항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명분으로 제3국에 대한 외교 활동이 전개되어야 국제적인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한반도는 우리 스스로 남북 경제협력 차원의 대륙 간 철도 및 러시아 가스관을 연결하여 경제 부흥을 이루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극일의 최고 수단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