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양성하여 등용한 정조의 정성
인재를 양성하여 등용한 정조의 정성
  • 박석무
  • 승인 2020.03.1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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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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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논어고금주』라는 40권의 방대한 책은『논어』에 대한 다산의 주석서입니다. 이름 그대로 논어에 대한 고금의 주석을 모아 그것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자기 자신의 새로운 주석을 보태 새롭게 해설해놓은 책입니다. 참으로 창의적인 내용이 많기도 하지만, 요순시대의 정치가 왜 요순시대 정치였던가를 밝히는 다산의 참신한 해석은 음미해볼수록 깊은 뜻이 있습니다. 사람을 참으로 잘 골라 적소에 배치했고, 그들 또한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실천해냈기 때문에, 요순은 크게 힘들게 일하지 않은 것 같아도 천하가 올바르게 돌아가는 이상 국가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일 없이도 세상이 저절로 다스려졌다. (無爲而治)’는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인재 등용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요순시대가 왔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인(用人), 사람 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정치가 잘 되려면 인재 등용이 올바르지 않고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학자 군주 정조대왕이 얼마나 큰 정성을 들여 인재를 고르고 또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얼마나 성심껏 인재를 양성했던가를 살펴보면 좋은 사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경술년(정조 39세, 다산 29세, 1790) 겨울에 임금의 명에 따라 궁중에서『논어』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규장각의 아전이 와서 쪽지 하나를 보여주며 ‘이건 내일 강독할 논어의 장(章)입니다.’라고 했다. ‘이런 걸 어떻게 강독한 사람이 얻어볼 수 있는가’라고 했더니 ‘염려할 것 없습니다. 임금께서 지시하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지만 미리 엿보는 일은 할 수 없다. 마땅히 논어 전편을 읽어보리라’라고 말하니 아전이 웃으면서 돌아갔다.”(자찬묘지명, 보유) 

이런 일이 있던 다음날 경연에서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강독회를 열었는데, 임금의 특별지시로 각신(閣臣)이 다산에게는 미리 알려준 장이 아닌 다른 장을 강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성실하고 정직했던 다산이었기에, 이미 논어 전체를 공부했던 탓으로 다른 장도 막힘없이 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임금이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라고 웃으면서 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학문에 게으르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고르고 양성하는 일에 물샐틈없던 정조, 다산처럼 가깝고 믿음을 주던 신하에게까지, 행여라도 허점이 있을까 봐 세밀하고 자세하게 관찰하던 임금의 태도에 칭송을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옳은 정치지도자라면 인재 양성과 인재 고르는 일에 참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백 가지를 잘한다 하더라도 인재 등용에 실패하면 절대로 바르고 좋은 정치는 나올 수 없습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때가 언제인가요. 과연 제대로 된 인사라고 실감할 수 있었던가요. 유학에서 말하는 정치의 대본(大本)은 용인과 이재(理財)뿐입니다. 인재 잘 등용하고 경제 살리는 일입니다. 경제야 여러 복합 요소가 있으나 용인은 정권의 뜻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정조의 그 치밀한 배려, 그 사려 깊은 선택, 신하들과 정책을 깊숙하게 토론하던 정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올바른 사람을 공천하는 일도 인재 등용의 막중한 사안입니다. 4·15선거도 인재를 골라서 공천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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