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 아닌 저소득층 미래 보장 기본소득 돼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아닌 저소득층 미래 보장 기본소득 돼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3.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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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최대 변수가 중산층 민심이다.

▲ 비례대표제에서는 3개 정당이 존재하게 된다. 좌파정당, 중도정당, 우파정당으로 나뉜다. 다수제에서는 중도좌파 정당과 중도우파 2개 정당이 있게 되고, 비례대표제에서는 3개 정당이므로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에 속한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을 골라 찍게 된다.

이때 중도정당은 어떤 정당과 연합하느냐에 따라 입지가 달라진다. 다수제에서 저소득층은 중도좌파 정당을 찍고, 고소득층은 중도우파를 찍는다. 이렇듯 중산층의 투표는 복잡하다.

중도좌파 정당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분파가 서로 섞이게 되고, 중도우파 정당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분파가 혼재돼 있다. 중산층에서 볼 때, 중도좌파나 중도우파 모두 정당 내에 분파 별로 성향이 뒤섞여 있어서 집권 후, 정당의 ‘공약 불이행’ 또는 ‘중산층 배신’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 정당들이 중산층을 배신하는 이유는.

▲ 일반적으로 중도좌파는 저소득층을 대표하는 당이다. 그 부담은 중산층에게 넘어간다. 반면에 중도우파가 중산층을 배신하는 이유도 고소득층의 부담을 없애고, 복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금과 분배’도 없고, 중산층은 부담을 지지 않는다. 중산층은 부담을 질 필요가 없어서 좋고 차후에라도 ‘정당의 배신’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중도우파를 자연히 선호하게 된다. 비례대표제에서 중도정당이 다른 당과 연합하면 집권할 수 있다.

이때 중산층이 지지한 중도정당은 두 가지 현상을 보게 된다. 중도정당이 좌파정당과 연합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기본소득을 시행하게 되고 중산층은 수혜자가 된다. 중도정당이 우파와 연합하면, 복지는 사라지고 중산층은 무 부담자가 된다.

 

- 유럽연합에 비하면 미국은 복지제도 수준이 떨어진다. 이유가 무엇인가.

▲ 유럽대륙의 정부지출은 GDP의 45%다. 스칸디나비아는 50%에 달한다. 이중 2/3가 복지지출이다. 미국은 30%에 불과하다. 미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데에는 정치적, 문화적, 인종적 요소 등 원인이 많다.

미국은 선거제도가 다수제고 유럽은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제는 사회민주당 등 ‘복지 정당’을 많이 탄생시켰다. 이런 차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복지지출은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미국은 소득이 불평등하고, 가난한 사람은 상류사회 진입이 불가능하다.

유럽은 조세징수가 효율적이어서 정부 규모가 크고 조세징수도 효율적이다. 그래서 조세회피가 유럽이 훨씬 더 많다. 유럽은 개방된 시장체제여서 외부충격에 약해 재분배가 많다. 미국도 개방경제지만, 유럽과 달리 실업률과 GDP 변동률이 크다.

 

- 핀란드는 어떤가.

▲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다. 이 나라에서는 실직하면 일정 기간 실업수당을 준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고 처음부터 취업한 적이 없으면 월 560유로(약 73만 원)의 구직수당을 받는다. 이 구직수당은 노인이 되어 기초연금을 받을 때까지 무기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실업자에게만 지급되고 취업자에게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560유로를 받는 실업자는 560유로의 저임금 일자리가 생겨도 일할 이유가 없다. 일하면 구직수당이 끊어지기 때문에, 일해도 소득은 늘지 않는다.

일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즉, 정신적, 육체적 노고, 교통비 등을 고려하면, 560유로 이상을 주는 일자리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 구직수당이 노동 유인을 없애는 문제는 복지국가를 만들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완전고용시대였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산성이 낮은 3% 정도의 인구가 구직수당을 받으면서 일하지 않고 살아가도 경제적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성인 실업률이 10% 이상,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으면 문제는 달라진다.

많은 인구가 구직수당을 받으면서 일을 안 하면 경제에 부담이 된다. 핀란드는 완전고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구직수당제도를 실업률이 높아졌을 경우,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본소득에 주목하게 됐다.

 

- 기초생활 보장과 기본소득 병행이 가능할까.

▲ 1인당 30만 원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고 할 때,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대체해서는 곤란하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들의 처지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이나 중저소득층의 처지가 더 악화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을 도입할 때처럼, 연금복지를 축소하는 소위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어서도 안 된다.

복지급여를 기본소득보다 작은 범위 내에서 대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 30만 원을 지급하면서 복지급여 10만 원을 축소하는 식이다. 이처럼 수급 대상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면서 단계적으로 선별소득보장으로 대체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기초생활 보장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

 

- 개발도상국의 기본소득 실험이 있었는데.

▲ 지난 2008년 1월에서 2009년 12월까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오미타라(Omitara) 지역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2년 동안 주민 930명을 대상으로 했다. 매월 100나미비아 달러(약 9천 원)를 지급했다. 100나미비아 달러는 1인당 GDP의 3%에 달하는 금액이다.

나미비아 실험은 무복지 상태와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작은 규모지만, 마을 사람 전체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승수효과와 공동체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 거의 60%에 달했던 실업률이 1년 사이에 45%로 감소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일을 하지 않고 놀면서 살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인도에서도 실험이 있었다.

▲ 다발라(Davala)라는 학자에 의해 진행된 이 실험은 나미비아처럼 무복지 상태의 마을 사람에게 지급됐다. 2012~2014년에 진행된 기본소득실험은 유니세프(UNICEF)와 자영업여성연합이 주도해 이뤄졌다.

6천 명의 마을 사람들에게 12~17개월간 조건 없이 성인에게 매월 200~300루피(3,000~4,500원)를 주고, 어린이에게는 100~150(1,500~2,250원)루피를 지급했다. 실험결과 성인에서는 만성질환자가 줄고, 질병에 걸린 노약자의 약물치료가 활발해졌다.

아동은 부실했던 영양 상태가 개선됐고, 학업을 지속하게 됐다. 임시 자영 경작자들에게는 소농변화가 있었다. 마을 전체적으로는 생산적 자산증가와 마을기업 활동, 채무의 유형 변화 등이 나타났다.

 

- 이 실험에서 얻은 성과는.

▲ 미래지향적이고 더 나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에서 보듯 기본소득이 주는 해방적 가치는 금전적 가치보다 높다. 기본소득에 의해 집단적 마을에서 기업활동이 촉진됐다. 특히 여성과 아동, 소녀, 노인에게 경제적 시민권이 부여되기도 했다.

또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했고, 질곡의 삶에서 해방의 길로 옮겨주었다. 생산적 노동시간도 32시간 늘어났다. 기본소득 때문에 사람들이 빈둥빈둥 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흔히 기본소득을 주면 술과 마약에 빠질 것이라 말하지만, 인도의 실험은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 미국과 캐나다도 기본소득실험을 한 배경은.

▲ 1968년 미국과 캐나다도 대규모 마이너스 소득세 실험을 한 바 있다. 1982년부터 미국 알래스카주는 알래스카 영구기금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했다. 이런 실험을 하게 된 데는, 종교적 정신적 동기가 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가 워싱턴 행진 등 흑인차별에 저항한 민권운동을 통해 민권법(1964)과 선거권법(1965)을 쟁취해 냈다. 마침내 민권운동이 성공을 거뒀고, 흑인차별법이 철폐돼 흑인들도 백인식당에 갈 권리를 갖게 됐다. 킹 목사는 만약 흑인에게 식당에 갈 돈이 없다면, 이런 권리도 아무런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빈자들의 운동’(Poor People’s Campaign)을 계획했고, 이것을 ‘보장연간소득’(Guarateed Annual Income)이라 불렀다. 지금의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이다. 이 운동은 완전고용과 싼 임대주택 등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1968년 4월 킹 목사는 멤피스에서 암살당했다.

 

- 그의 죽음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는데.

▲ 킹 목사가 암살된 지 한 달이 지난 5월, 기본소득보장을 촉구하는 미국의 진보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조직이 결성됐다. ‘폴 사무엘슨’과 ‘존 갤브레이스’ 등 쟁쟁한 학자들이 주도했고, 275개 대학과 연구소의 1,2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학자들은 의회가 소득을 보장하고 보충하는 연방 시스템 채택을 촉구했다.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선별소득보장제도가 심사과정에서 정식 자격자는 탈락하고, 무자격자가 선정되어 노동 유인을 없애는 등 불공정한 제도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국민에게 최저소득보장을 촉구했다.

킹 목사가 계획했던 워싱턴 ‘빈자들의 운동’은 모든 미국인에 대해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재계 지도자들도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옹호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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