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융의 지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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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백세시대, 백살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건강 공부가 필요하다. 새로운 바이러스와 질병의 등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의사들의 선생님’ 엄융의 서울대 명예교수가 '건강 공부'를 펴냈다.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관리법, 식습관 개선을 위한 제언, 화학물질과 미세먼지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신종 바이러스와 새로운 질병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생활습관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기초 상식을 가려뽑았다. 반짝 유행하고 사라지는 사이비 건강요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믿을 만한 정보를 전한다.

1976년 서울대 생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40여년간 기초의학 연구에 종사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들을 길러낸 엄융의 교수는누구나 막연히 알고 있지만 지키기는 힘든 기본적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대부분의 질병은 무분별한 검사나 치료보다 식습관 조절과 꾸준한 운동, 생활습관 개선, 스트레스 대처 등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작 '내 몸 공부'로 우리 몸에 대한 기본 상식과 기초의학을 독자들에게 쉽고 상세하게 전달했던 저자는 신간 '건강 공부'를 통해 좀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무병장수를 꿈꾸는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강 상식을 주제별로 설명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칙들을 함께 소개한다. 특정 질환에 대한 국소적 처방이나 하나의 건강요법만이 정답인 양 강조하는 여타 저서들과 달리 우리 몸과 주변 환경, 사회적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을 시도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다양한 시각자료와 친근한 말투로 정확한 의학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건강 공부'는 각종 매스컴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건강 정보에 혼란스러웠던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양호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세가지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하면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저자는독자들에게 ‘모두 건강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며, 단순히 병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건강과 질병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우리는 병이 없는 상태, 즉 ‘미병(未病)’ 상태에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무작정 나열하지 않고, 건강에 대한 정의와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러 의제를 두루 살피며 심도 있게 접근한다.

현대인은 균형 잡힌 건강 상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문제가 되기도 하며, 스스로 다스리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문제도 새로운 병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제에 대한 가짜 뉴스나 사이비 건강요법이 넘쳐난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잘못된 건강 정보가 넘쳐나게 된 이유로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소극적 건강권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인데, 환자들이 손쉽게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 정책이나 대학병원의 2분 진료 관행 등을 고치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적극적 건강권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자고 말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겨나기도 하고,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물질이 다량 축적되거나 다른 물질과 결합해 예상치 못한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 의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나 전염병과의 전쟁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이 모든 물질을 둘러싼 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화학물질인 환경호르몬, 식품첨가물, 항생제 등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로운 실험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상세히 소개한다. 피부, 소화계, 호흡계 등 여러 경로로 신체에 유입되는 화학물질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최근 몇년 사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미세먼지 논의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노출된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하며,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사회적 건강을 이루어내자고 이야기한다.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수칙은 간단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나쁜 음식은 거르되 적당한 양을 올바른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 저자는 이 간단한 원칙을 세워두고 몸에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소개하며,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습관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저자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 ‘장내세균’에 대한 설명은 흥미진진하다. 최근 의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장내세균은 대장에 기생하며 몸속 노폐물을 분해하고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세포 수보다 많은 수십조 개체의 세균들이 몸에서 일으키는 작용은 무궁무진하다.

질병을 예방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생활습관도 함께 제시한다. 개개인의 생활습관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생활습관병’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못된 자세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해로운 걸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담배와 지나친 음주 등이 모두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는 나쁜 생활습관이다. 저자는 좀처럼 개선하기 어려운 습관들에 대해 뼈 있는 조언을 덧붙이며 간단하지만 중요한 처방을 내린다.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독한 약을 쓰거나 위험한 수술을 하지 않아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 책은 독자들이 몸에 밴 습관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건강의 대원칙은 간단하다. 건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많은 질병을 피할 수 있다. 화학물질이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어떤 물질에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나아가 관련 단체나 정부 기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건강 공부』는 우리가 매일 먹고, 입고, 쓰고, 숨 쉬며 마주치는 모든 것을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공 분야 최고의 권위자이자 재치 있는 건강 전도사 엄융의 교수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수준급의 건강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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