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는?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는?
  • 김범석 기자
  • 승인 2020.03.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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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구촌 경제전쟁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코로나19의 충격이 지구촌 경제 지형도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미국과는 600억 달러 규모로 6개월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자 ‘경제 전시체제’로 돌입한 셈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세계대전급 위기’로 규정하며 대규모 재정 투입 등 경제전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청와대, 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정부들이 앞다퉈 ‘비상 체제’를 선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단 화력을 고사 직전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로 정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소상공인들에게 12조원 규모의 신규 긴급경영자금을 초저 금리(연 1.5%)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대출 업무를 기존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시중은행으로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길게는 두 달씩 걸렸던 ‘대출 병목’ 현상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도 6개월 연장된다. 저축은행과 보험, 신협, 새마을금고,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전체가 만기 연장에 동참하면서 취약 계층의 금융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게 정부측 기대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선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전 펀드도 재가동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상금융 조치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라며 “규모와 내용에서 전례 없는 포괄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례없는 조치’

한국은행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600억 달러 규모로 기간은 최소 6개월(2020년 9월 19일)이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3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이어 두 번째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한은은 이와 관련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최근 달러화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는 기본적으로 외환시장 측면에서 상당한 안정 요인이고 증시에도 호재로 불린다.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런 효과를 일정 부분 누린바 있다.

하지만 통화스와프가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코로나19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

통화스와프 거래란 양 국가가 계약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상대방의 통화와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에 따라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규모에 따라 우리나라로서는 원화를 주고 그만큼의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2의 외환보유액'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는 전 세계적인 신흥국 통화 불안 상황과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매가 초래됐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전직하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미 연준이 행동에 나섰다. 미 연준은 한국 이외 8개국과도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한국 외환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증시 순매도에도 비교적 내구력을 발휘했던 원화는 무너져 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0원 뛴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80원선까지 오른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상승 폭도 2009년 3월 30일(42.5원) 이후 가장 컸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 당시 통화스와프 계약은 급전직하하는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600억 달러로 2008년 당시 300억 달러보다 2배로 늘렸다"면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전반적인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 신인도’ 주목

일단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최근 급락한 증시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장중 890포인트까지 급락했던 코스피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시점을 저점으로 1년 만에 1,600포인트 안팎으로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는 19일 8% 넘게 폭락해 1,450대까지 후퇴한 상태다. 1월 중 2,280선에 육박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36%에 달한다.

하지만 회의론도 없지 않다. 금융위기 당시엔 외환시장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은 상설 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 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연준은 캐나다와 영국, 유럽(ECB), 일본, 스위스 등 5개국 중앙은행과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달러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앞으로도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은은 모두 1932억달러 상당 이상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 연준은 한국 외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중앙은행, 싱가포르 통화청과도 동시에 스와프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일반적으로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원화가 미국의 보호 대상 통화가 됐다’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 미국이 발권력을 동원해 600억달러인 한도를 추가로 늘릴 수로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공포감을 크게 누그러뜨렸음에도 본질적인 문제가 진행형인만큼 ‘만병통치’ 기대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선 해외 달러화 자금시장이 붕괴될 경우 그 충격이 미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역파급효과·신흥국 금융위기가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국 입장에선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안전판 장치’가 될 수 있다.

연준이 이번에 체결한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는 한국·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 중앙은행과 600억달러(약 76조원), 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 중앙은행과는 300억달러(약 38조원)로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이번 추가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미국은 유럽 대부분 국가에 달러화 공급 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을 통해 연준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를 촉구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대만, 홍콩 등을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봄바람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사태와 불안한 경제시장도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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