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일에 최적인 시기
나를 돌보는 일에 최적인 시기
  • 구혜리 기자
  • 승인 2020.03.2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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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클리 마음돌봄: 두 번째 돌봄, 코로나에 지친 정신건강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아프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 이전에 질병과 사고를 완전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잘 이겨낼 수는 있다. 도리어 이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이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몸이 아프면 온 신경은 아픈 부위에 집중된다. 하물며 감기나 생채기 하나에도 처방을 받거나 적절한 요법을 취하는데 마음에 난 상처에는 유독 무관심하다. 하지만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위클리 마음돌봄은 정신건강에 관한 단편 에세이 모음이다. 과열 경쟁과 불안 사회를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스스로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다. 글쓴이의 마음의 조각을 엿보는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위클리서울/ pixabay.com

집에서 챙기는 마음돌봄

하루는 사주를 보러 갔더니 전업주부는 못할 팔자더란다. 집에만 있으면 혼자 청승 떨다 우울증 걸릴 사주라고. 코로나19로 집에 묶여 답답함을 호소하던 터라 용한 사주집이라고 한동안 입소문을 내고 다녔다. 사주는 틀린 구석이 없는지 요즘처럼 집에만 있을 때면 무기력함이 올라온다. 괜히 몸도 아픈 것 같고, 잔소리해줄 사람이라도 없으면 혼자 침대에 붙어 온 지구상의 중력을 다 받아들이는 기분을 느낀다. 밖을 나돌아 다닐 때는 그 어떤 곳보다 간절한 안식처인 집이, 이렇게 사람 없이 단절된 채 갇혀 있노라면 답답한 수감실로 보이고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위클리 마음돌봄에서는 ‘방콕’하며 마음 돌보기를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무기력함을 깨뜨려줄 나 자신 돌아보기

대학생으로 본인을 소개할 날이 1년 안으로 남았다. 대학생, 전업주부, 프리랜서는 오늘을 또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것부터 하루의 과제가 된다. 대학생 4학년인 오늘은 더 자고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게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다.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에 동참하고 있는 직장인을 포함해 수두룩한 대학생과 프리랜서, 주부들이라면 누가 주지 않아도, 없던 일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숙명.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 계획을 구상한다. 그럼에도 가끔 도무지 아무 것도 할 기력이 생기지 않을 때면 누가 정해주는 과업을 위해 쳇바퀴 굴러가듯 바쁜 삶이 부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이야 말로 자신을 돌보는 일에 최적인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면 차라리 이 무기력함을 인정하고 무기력함을 그대로 대면한다. 잔뜩 웅크린 채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스마트폰을 보기도 하고 정적 속에 나를 꼭꼭 묻다 지루해질 즈음엔 무의식 중 음악을 켜 지루함을 끊어내곤 한다. 무기력은 어둠과 가까워서 우울한 기분, 예컨대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 걸까’, ‘남들보다 뒤쳐진 건 아닐까’, ‘이미 틀린 걸까’ 하는 생각을 끌어올리기 쉬운데 그럴 때면 지난 나의 행적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된다. 10년을 거슬러 여러 추억이 담긴 사진첩, 중학생 때부터 써온 다이어리, 별 거 아니지만 적잖은 위로를 주는 물건들이 돌아보면 집 안 곳곳에는 가득하다. 그 안에는 어리숙하게 상처 주고 상처받는 못난 나도 있고, 크고 작은 성취에 울고 웃는 반짝이는 내가 기억 속을 헤엄친다. 반쪽짜리 직업으로 기자,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명함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지난 20대를 지나오며 만나온 사람, 경험, 생각들을 정리한 글들이 쌓인 것을 보는 것 또한 큰 힘이 된다. 먼지를 털어내고 당신이라는 보석의 빛을 되찾아줄 것이 분명 가까이에 있으리라. 이 시간은 우리 자신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라 믿으며.

 

마음을 돌보기 위한 육체적 돌봄

일정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하루를 언제 시작하고 끝맺는지 모를 때 확실하게 빠른 효용을 주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운동과 목욕이다. 이상적으로는 운동을 먼저 마치고 목욕을 개운하게 즐기는 게 좋은데, 이 게으른 몸을 일으키기에 운동은 매력적인 당근이 되지 않기에, 개인적으로는 운동보다 목욕이 더 빠르게 정신을 깨워주는 방법이 된다. 목욕을 한 뒤에야 운동할 마음이 생겨 목욕을 두 번 하게 되는 게 딜레마겠거니와, 좋은 거 두 번 하면 뭐 어떠랴 하면 그 뿐이다. 체온보다 높은 물이 몸을 감싸 곳곳으로 에너지가 순환시켜주어 그런지 목욕을 할 때의 나는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꿈꾸는 모습에 맞게 하루 일과를 짜는 것이다.

요즘은 정말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손만 펼치면 (또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말을 걸면) 텔레비전을 틀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요가 스트레칭을 찾을 수 있다. 추천하는 요가소년, 황아영, 힙으뜸 등 유명 강사들을 너무 간단하게 집에 초청할 수 있는 것이다. 요가매트를 활짝 펼치면 고양이가 먼저 쪼르르 달려와 요가매트 냄새를 맡고 기지개를 편다. 그럼 나는 그 옆에 눕거나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영상 속 요가 강사의 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며 호흡부터 가다듬는다. 짧게는 10분에서 1시간 이상 가까이 몸을 풀고 나면 몸 속에 쌓인 노폐물과 함께 나쁜 생각들도 씻겨 나간다. 몸의 컨디션에 맞춰 강도를 조절해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 운동 습관이 만드는 하루의 차이가 크다는 걸 느낀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작은 목표를 만들고 달성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무기력함과 나태에서 오는 우울함을 해소하는 데 좋은 수단으로 간주하는데, 특히 육체적인 활동을 강화하는 것 또한 보편적으로 강조된다. 지난 학기 정신건강 세미나를 통해 계획형 습관 만들기에 참여한 대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산책 같은 가벼운 활동부터 헬스 트레이닝 등의 강도 있는 운동까지 다양한 육체적 활동을 목록 속에 직접 작성했고, 달성 전후로 참여자들의 마음건강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다.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인류가 역사속에서 고집해온 선호이면서 동시에, 반대로 신체적 병변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 나의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소중히 하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오롯이 나를 위한 향유 찾기

지루함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야 한다. “지루할 틈이 어디 있어? 일하고 살림하고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생산과 놀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할 일이 없어 지루한 게 아니다. 생산은 지루함을 달래주지 못한다. 누구나 해야 할 일들 속에 파묻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버거운 생계를 이겨 내기 위해 일을 나가는 사람도,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돌보는 사람도 산더미 같은 과업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내 몸과 마음이 편하게 쉬고 삶의 유희를 느낄 수 있는 놀이. 취미일 수도, 여행이 될 수도, 죽기 전 버킷리스트일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삶에 가까이하는 것이 더 큰 생산 동력과 경쟁력을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비로소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찾아간다. 경험해보고, 싫어하는 것을 지우고 또 다른 것을 경험하고 선호를 비교하고. 놀이는 생산과 달라서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나와 맞지 않더라도 마음껏 실패를 즐기고 잊으면 그만이다.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건 가끔 우습게 들린다. “우울하거나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오늘을 살아가는 20대에게 우울과 불안은 어느 지위에 있든 동등하게 피할 수 없는 기본 값이 아니었나? “누구나 불안하고 우울하지 않나요?” 아마 질문의 의도는 “모두가 피할 수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의 협곡에서 당신은 어떻게 빠져나오나요? 당신은 얼마나 마음이 건강한 사람인가요?”일 것이나 가끔 의미를 지운 그 질문은 낯설게 들린다. 개인적으로 특별나게 나약하거나 힘든 상황에 놓이지 않아도 지금의 청년들은 경쟁과 개인주의로 몸살을 앓는다. 의지할 곳은 사라져 가는데 자수성가는 어려워진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고 이 불편한 마음상태가 당신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번 세대의 생태를 달리고 있는 모두가 닳아버린 사회적 연결고리를 간신히 붙든 채 병들어 간다. 이 취약함은 혼자만의 방을 나와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 때 치유될 수 있지만 정작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방에서 스스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나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무기력함을 깨뜨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휴식을 적절히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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