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약진, 확장이냐 제로섬이냐
열린민주당 약진, 확장이냐 제로섬이냐
  • 김경배 기자
  • 승인 2020.03.2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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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열린민주당의 약진
열린민주당의 약진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
“외연 확장, 민주당과 정치적 연대도 가능”
강한 진보, 친문, 친조국 색채의 열린민주당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경배 기자]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전용 정당인 열린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지지층이나 민주당 강성지지층, 그리고 정의당 지지층까지 잠식하면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미 두 자릿수 정도의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열린민주당의 인지도가 더 올라가면 지지도 역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우선적으로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자당 출신 후보들이 출마한 더불어시민당과 지지율이 분산되고 있어 고민스럽기만 하다. 파이를 확장하기보다는 열린민주당과 제로섬게임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열린민주당의 약진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투표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출신이 만든 열린민주당은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열린민주당이 11.6%로 3위에 올랐다.

반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시민당’을 지지한 응답자는 28.9%로 지난주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보다는 9.1%포인트 감소했다. 여권 지지층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0.6%포인트 내린 5.4%, 국민의당은 1.2%포인트 감소한 4.9%로 집계됐다. 민생당은 2.4%로 의원이 1명인 친박신당(2.7%)보다 낮게 나왔다. 특히 열린민주당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라(16.2%), 경기·인천(14.3%), 40대(23.4%), 사무직(16.3%) 등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열린민주당이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는 “민주당 지지층이 더시민(58.4%)과 열린민주당(23.0%)으로 갈리며 정의당(3.8%)으로는 일부만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열린민주당의 약진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

열린민주당의 약진을 더불어민주당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열린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질수록 자당 후보들이 출마한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수가 줄어들어 당선권 하위순번에 배치된 자당 후보들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우선적으로 열린민주당에 선을 긋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을 만나 "시민당은 민주당 당원들이 선택한 유일한 선거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부 탈당하거나 공천 부적격으로 탈락한 분들이 민주당 이름을 사칭해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바람에 여러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은 시민당을 '형제정당'으로 생각하고 법이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해서 시민당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후보들도 열린민주당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후보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향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대변인은 “같이 일했던 선배들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더 많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며 “여러 의견과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뭉쳐야 하고, 하나된 힘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실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합류를 결정한 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며 “유권자의 힘은 나누면 커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다. 촛불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분명하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열린민주당과 선을 긋고 나섰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26일 청와대 전직 참모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열린민주당으로 간 데 대해 “청와대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라며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외연 확장, 선거 후 정치적 연대 가능 주장도

그렇다고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의 약진에 부정적인 시각만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연을 확대해 파이를 키우고 총선 이후 정치적 연대도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열린민주당은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열린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손혜원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적자냐, 서자냐 라는 논란이 있는데 한 후보분이 당이 어려울 땐 언제나 가서 부양할 마음가짐이 있는 효자라고 말하셔서, 우리는 효자로 가기로 했다"며 "총선 후엔 민주당과 다시 합칠 가능성을 후보자들 모두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이어 "태생적으로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을 등지고 나갈 수 없는 면이 있다"면서 "총선 후엔 당선된 분들이 알아서 끌어나가겠지만, 민주당을 버려놓고 우리는 그냥 가겠다는 생각을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열린민주당과의 연대론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더시민은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층을 흡수하는 것 같고, 열린당은 열성 지지층들이 굉장히 힘을 많이 쏟는 것 같다"면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경쟁을 통해 최대치로 범진보 개혁진영의 지지를 확대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특히 "더시민이 더 많은 중도층으로까지 확산되면, 더시민과 열린당이 합쳐졌을 때 미래한국당보다 훨씬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들을 확보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열린민주당의 선전이 정치권에 어떠한 모습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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