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 구성원이 인권과 안전·행복한 삶 살도록 도와야”
“모든 국가 구성원이 인권과 안전·행복한 삶 살도록 도와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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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김지학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김지학

-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달라. 과거에 유명 연예인 트랜스젠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군인과 학생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 외부의 성기 모양에 따라 사회에서 정해주는 성별을 지정성별(指定性別)이라고 한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이 정체화하는 자신의 성별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어떤 성별로 여기는지가 성별정체성이다.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일치하면 시스젠더(cisgender), 일치하지 않으면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한다. 트랜스젠더를 이상하게 여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외부성기 모양에 따라 여성과 남성 두 성별 중 하나에 속해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위에 간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나왔지만 외부성기 모양은 반드시 질과 음경 둘 중 하나가 아니며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성별정체성은 ‘성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기 모양과 상관없이 가장 자기 자신과 가깝다고 여기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성별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두 성별에 다 해당된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두 성별 중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고 ‘제 3의 성’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논의를 뜨겁게 타오르게 한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한 A가 있다. 변희수 하사는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결국 강제 전역을 해야 했다. 숙명여대 법대에 합격했고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트랜스젠더 학생도 입학을 포기해야 했다. 매우 큰 슬픔과 아쉬움이 남는 두 사건이지만 이 사건들로 인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미지가 더 확장되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하리수씨 밖에 알지 못했다면 이제는 군인이나 법조인으로 살고 싶은 우리 주변에 다양한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 이제는 성별정체성에 의해서 직장에서 잘리거나 자신이 합격한 학교에 등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 인권교육과 성교육을 실시해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야 하며 차별금지법제정 및 관련 법을 제정해서 성소수자가 노동권이나 학습권을 침해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 군대 내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많다. 미국에 있었던 군대 내 동성애 금지법 DADT에 대해서 말한다면.

▲ 1993년 미국 클린턴 정부 당시 DADT(Don’t Ask, Don’t Talk) 즉,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동성애자 군 복무 금지법’ 정책이 생겼다. 이는 게이(Gay, 남성 동성애자)나 레즈비언(Lesbian, 여성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을 군에서 비밀로 해야만 군에서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7년 동안 13,500명의 성소수자가 강제 전역 당했다. 2010년 미연방법원은 이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고, 미 의회는 DADT 정책 폐지법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해 최종 폐지됐다. 2009년 전역한 장성 1천여 명이 DADT를 폐지하면 모병과 병력 유지가 어렵고, 군의 지휘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등 폐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폐지 1년 후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투준비 신속성이나 결속력, 모병, 병력 유지 등에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미 국방성은 DADT 정책 폐지 5주년을 맞아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DADT 폐지로 인한 성소수자 군 복무 허용으로 군인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사기가 진작 됐다.’ 또는 ‘폐지 이후 군은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의 군형법과 동성애에 대해서 말한다면,

▲ 한국군 군형법 제92조6(추행)을 보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로 되어 있다. 이 조항이 한국의 모든 법 중에서 유일하게 동성애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법이다. 매우 반인권적인 조항으로 국내의 수많은 인권단체들과 국제사회에서 이 조항을 조속히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군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조항이 없으면 군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막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이 조항이 없어도 군형법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오로지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될 뿐이다.

 

- 동성애는 치료가 가능한 중독이나 질병이라는 주장이 있다.

▲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환치료(轉換治療), 즉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도원이나 교회 또는 심리상담소 등에서 전환치료(轉換治療)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심각한 폭력이며 사기다. 치료를 위한 기도를 한다며 구타를 하면서 기도를 하기도 하고 전기나 물로 고문을 하는 일도 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한 고문과 구타에 못 이겨 일단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치유”된 척했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부모님에 의해 전환치료 시설에 맡겨졌고 자신에게 귀신 들렸다며 묶어놓고 때리면서 기도를 하고 성기를 움켜잡는 등 전환치료를 한다는 목사에게 각종 폭력에 시달리다 귀신 목소리를 내며 귀신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연기를 한 후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은 전혀 때리는 등의 폭력이나 강제력을 쓰지 않고 온전히 상담과 기도만으로 전환치료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성애 성 중독 치유’ 혹은 ‘권면적 상담’ 이런 표현들을 쓰는데 아무리 때리지 않더라도 육체적인 폭력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자기혐오, 두려움, 죄책감을 심어주는 등의 정서적인 폭력, 영적인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소수자를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여기는 것, “치료”라는 표현 자체가 차별이며 폭력이다.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평등이다.

 

- 예전에는 동성애가 ‘정신적 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했는데.

▲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조차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시대에는 동성애가 정신병으로 분류된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3년 미국질병학회(APA)는 동성애를 정신병 목록에서 삭제했다. 1987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에서 완전히 제거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992년 ICD(국제질병사인분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동성애는 이미 50년, 최소 30년 전부터 정신병 목록에서 제외됐다.

 

- 동성애가 에이즈(AIDS)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 에이즈(AIDS, 후천적 면역결핍증)는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적당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HIV의 감염경로는 체액이다. 체액 중에서 침, 땀, 눈물, 콧물과 같은 체액을 통해서는 감염이 되지 않고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이 네 가지 체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HIV감염의 99% 이상이 감염인과의 성관계를 통한 감염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콘돔을 사용하면 성관계 시 상대방의 정액이나 질 분비물이 나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HIV의 감염 다이나믹은 다르지만(마약 주사기 공유를 통한 감염이 가장 많은 나라도 있는 등 다양하다), 한국의 상황만 이야기하자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로 인한 감염이 99% 이상이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콘돔 사용이 HIV 감염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 AIDS와 HIV, 같은 뜻인가.

▲ 다르다. AIDS는 HIV에 감염이 되어 면역 세포 수가 200cell/㎣ 이하로 떨어지게 된 경우나 합병증에 걸린 경우 받게 되는 진단명이다. HIV에 감염이 됐어도, 모두 AIDS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HIV의 치료제가 개발된 지 오래됐다. 이제는 HIV에 감염됐어도 약을 먹으며 관리하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고 AIDS가 되지 않는다. 선진국들에서는 AIDS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 에이즈 퇴치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한국은 에이즈가 굉장히 잘 관리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지금하고 있는 것에 더해서 AIDS와 HIV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교육하고 사회적 무관심과 무지, 낙인, 차별, 공포, 두려움, 침묵의 사슬을 끊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AIDS는 이제 거의 정복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염 원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밝혀졌고 이제는 백신과 치료제의 발명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성소수자와 에이즈를 연결하여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때문에 이 질병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매우 낮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거기에 있다.

 

- 동성 결혼 입양아, 아이에게 끼칠 영향은 없는가.

▲ 양육자의 성적지향은 자녀를 기르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양육자의 성적지향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확률적으로 동성애자들의 대부분은 이성애자 부모를 두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왜 이들을 부모의 성적지향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연구 결과 양육자의 성적지향은 물론 성격이나 학업 성적 등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 아니었다.

 

-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을 나의 문제로 여기며 공감하고 함께 분노해야 할 이유가 있나.

▲ 나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는 것을 목격했을 때, 내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방관하면 안 된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노인, 이주민, 난민, 여성, 장애인, 가난한 사람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방관하면, 그 일은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 우리 사회는 정치와 경제, 사회문제 등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 된 채, 미래를 위한 국민적 통합이나 화합을 찾기 어렵다. 에로부터 우리 민족은 서로 돕는 두레 정신 같은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전통문화가 실종되고 도덕과 윤리도 실종됐다. 성소수자 이슈도 서로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나.

▲ 개개인이 고립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한국 사회에 공동체라는 것이 있었나라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될 정도가 되었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도 돈과 효율을 쫓는 천박한 자본주의사회가 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경쟁과 성장만을 부르짖는다. 나는 사람들이 악해져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 속에서 죽도록 달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제는 공동체 문화를 저해하며 개인들의 고립화를 가속하는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고립된 개인들을 공동체의 이름으로 연결하는 마을공동체나 대안 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삶의 모습에 ‘공동체 정신’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를 구조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인권교육도 중요하고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 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주변 사람을 돌아보기는커녕 나만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도 나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기 어렵다. 우리는 청소년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부하고 임금노동을 하는 시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행복지수와 삶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이며 소득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동체성의 회복을 말하기 어렵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꿈꾸기 위해서는 나의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기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보편복지가 필요하다. 조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경제구조와 복지체계를 기존의 자본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 큰 변화들이 필요한데, 여전히 인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누구의 인권이 향상된다고 해서 나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빼앗기지 않는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 차별과 혐오, 편견을 극복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인권사회를 만들기 위해 창립한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역할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 특별히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남겨 달라.

▲ 나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고 더 잘 전달하고 싶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청소년, 활동가, 교사, 기업인, 정부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성훈련, 인권교육,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 등을 개발하고 제공하며, 권리옹호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한국다양성연구소와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은 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기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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