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는 세계적 ‘Eco Zone’, 국제사회 ‘영구보존’ 가치 높다”
“비무장지대는 세계적 ‘Eco Zone’, 국제사회 ‘영구보존’ 가치 높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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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960년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대립이 극렬했던 미국-구소련과의 ‘냉전 시대’ 산물인 DMZ(Demilitarization Zone,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지 67년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초토화됐던 이 지역이 지금은 자연의 힘으로 복원된 완벽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천혜의 보고(寶庫)다. 인간의 발이 끊긴 DMZ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조류, 곤충, 민물고기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과 가까운 한강과 임진강 유역에는 거대한 자연 습지가 많다. 동북아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인간의 탐욕으로 DMZ 생태계와 자연 습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세계적인 생태-환경 가치를 가진 DMZ를 정작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오히려 외국 언론과 국제환경기구가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인류의 유산으로 지정해 영구 보존을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평가나 연구도 거의 없다. ‘개발지상주의’에 물든 자본세력들은 DMZ를 거대한 투기장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DMZ는 참여정부 당시 남북화해가 이뤄지면서 민통선 내 난개발로 한때 몸살을 앓기도 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은 “노무현 정부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던 민통선 내 농민에게 토지를 돌려주었는데, 이때부터 대규모 농지개발이 일면서 비무장지대의 숲과 자연이 망가지고, 6.25 전쟁 당시처럼 황폐해졌다. 우거진 숲이 사라졌고, 대규모 인삼밭이 들어섰다. 환경오염으로 자연 습지가 줄고 동물과 새들이 멸종위기를 맞았다.”며 토로하는 모습에서 DMZ ‘생태 파수꾼’의 면모를 느낀다.

만일 통일이 이뤄진 이후에도 DMZ 생태계가 지금처럼 보존될지도 미지수다. 개발세력과 정치권이 결탁할 경우,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김 소장은 “지금도 정부나 일부 지자체 등은 DMZ 생태에 대해 아무런 준비나 연구가 없다. 생태환경 인식도 부족해 환경을 망가뜨리는 근시안적인 정책만 반복할 뿐이다.”고 지적하고 “한때 개발세력의 탐욕과 정치적 이권에 의해 파괴됐던 민통선 지역 피해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수십 년 세월이 걸리지만, 천문학적인 복원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DMZ 난개발을 막을 대안에 대해 그는 “DMZ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생태-환경적 가치를 가진 축복의 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첨예한 현장인 DMZ를 특별한 공간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현장 체험이 가능한 국제적인 생태환경공원 조성 등 환경보존연구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파주출판단지 내에 있는 DMZ생태연구소 사무실에서 김승호 소장을 만났다. 사무실 입구 복도에 진열된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 곤충, 담수 등 사진을 보면서 남북한 분단의 역사와 아픔이 느껴진다. 육지와 연계된 DMZ 생태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군과 관련이 있을까 싶어 “육군 출신인가.” 묻자 “공군 장교 출신”이라고 답한다.

김 소장으로부터 DMZ 생태계 현황과 한강-임진강 유역의 자연 습지, 도시화로 사라지는 파주-문산의 철새 서식지, 정부와 정치권의 DMZ 환경생태 보호법 제정, 남북한 DMZ 생태연구와 민간교류, 통일 이후 DMZ 보전문제, 제2의 DMZ인 과거 동서독의 ‘그뤼네스반트’ 등을 짚어보았다.

 

- 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직자에서 DMZ 생태연구와 환경보호 활동가로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알려달라.

▲ 20여 년 전 경기도 문산에서 고등학교에서 환경교사로 있을 때, 학생들과 임진강 탐사대를 만들어 매주 정기적으로 현장을 돌며 활동을 했다. 임진강을 주로 탐사했고, 파주 임진강 최북단 북한지역 철책선 넘어까지 탐사 구역을 넓혀 갔다.

그때가 2004년이었는데 학생들과 ‘독수리 생태학교’라는 탐사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하다 보니 독수리에 대한 기본적인 생태적 연구가 부족했었고, 그와 관련된 연구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DMZ 안의 다양한 생태환경과 종의 다양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연구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DMZ에는 단일 개체 수로 보면 브라질의 아마존 정도만큼은 안 되지만, 근 70년 동안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한반도 특유의 기후대에서 적응하며 살아온 동식물과 조류, 습지, 숲, 곤충, 민물 어류 등을 만날 수 있다.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서쪽 지대 최대 생태구역인 파주지역 임진강 DMZ의 환경은 어떤가.

▲ DMZ생태연구소가 하는 일 중의 주요 목적은 경기도나 파주시, 환경부가 환경정책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때, 20년 동안 연구해서 축적된 ‘DMZ 생태데이터’를 제공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관련 예산과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즉,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공영할 수 있는 ‘에코 사회’(Ecology Society, 자연생태환경사회)를 지향한다. 지금도 DMZ생태연구소는 매주 각계의 환경 전문활동가분들과 정기적인 생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10월에서 3월까지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DMZ 지역의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들을 전수 조사한다.

겨울 철새가 타지로 이동하면, 식물생태계 탐사를 하고 더운 계절이 오면 곤충과 담수어 등 수중생물들을 조사한다. 특히 파주지역 임진강 천변에는 세계적인 습지가 많이 조성돼 있고, 먹거리가 풍부해 겨울철에 다양한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철새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보금자리인 것이다.

 

- 70년 동안 비무장지대 생태환경은 세계환경학자들도 인정한 ‘창조주가 빗은 최고 걸작’으로 꼽는다. 오히려 외국에서 이 지역을 더 염려하고 인류의 유산으로 여길 정도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런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향후 한반도 통일 이후에 개발주도세력에 의해 ‘DMZ 난 개발’을 불러올 우려도 크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 1970년대 비무장지대는 국제자연환경보전기구(IUCN)로부터 자연적 생태 가치에 대해 크게 주목을 받았고, DMZ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DMZ 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도 DMZ 국제자연공원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가치를 국민이 잘 모르고 있다.

정부나 언론에서 이것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토개발이나 부동산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온 국토가 각종 난 개발로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자연보호나 환경보호는 뒷전이었다. 장차 한반도 통일이 된다면, 부동산개발이나 투기세력들이 국토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정치권과 결탁해 ‘DMZ 난 개발’을 할지도 모른다.

 

-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나.

▲ 만일 통일 후에 DMZ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의 연구소가 20년 동안 연구해 온 ‘DMZ 생태연구’도 모두 허사가 된다. 가끔 미국의 CNN이나 ABC 등 여러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데, 미국 기자들이 오히려 DMZ이 국제적인 자연생태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보호해야 하는데, ‘한국은 왜 DMZ을 훼손하려 하는가’하고 질문한다.

이렇듯 국제사회가 말은 없어도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를 알고 있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보다 외국에서 더 관심이 많다. 이런 가치를 지키려면 정치권이 통일 이전에 ‘DMZ 자연생태 보호법’ 같은 법을 만들어 사전에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통일 후에도 어떤 방해세력이 나타나 ‘DMZ 개발법’을 추진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DMZ의 가치’를 알리고, DMZ을 영구적인 ‘개발금지 구역’(No Development Zone)으로 만들어 가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습지를 알아보자. 먼저 임진강 유역의 자연 습지와 파주의 습지 생태계는 어떤가.

▲ 임진강은 북한으로 흘러오는 강물과 만나서 남한으로 흘러 서해의 바다 쪽으로 빠진다. 즉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 파주와 연천 일부 지역이다. 특히 파주의 ‘산남습지’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습지는 파주출판단지의 습지까지 포함한다.

과거에 이 습지는 심학산 자락으로부터 한강 변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습초원지대를 형성했고, 천연기념물 250호로 지정될 정도로 완벽한 생태환경을 자랑했다. 한때 이 지대가 재두루미들의 최대 월동지였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면 정부가 이곳에 파주출판단지를 조성하면서 천연기념물인 산남습지 일대를 해제시켰기 때문이다. 지금은 급속한 도시개발로 거대한 자연적 습지가 사라지고 ‘자투리 습지’들만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 ‘자투리 습지’에도 단골 철새들이 오는지.

▲ 파주출판단지 도시 주변에는 대형 쇼핑타운 같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작은 습지들은 이전의 갖고 있던 다양한 생태적 모습을 찾기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아름답고 뛰어난 생태적 가치들이 많이 훼손당했다.

일부만 겨우 생존해 이곳이 한때 거대한 ‘습지 타운’ 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출판단지 주변의 습지는 여름철이면 줄풀(Zizamia Caduciflora, 강가나 연못, 방죽에서 무리로 자생하는 1~2m 크기의 풀)과 새모고랭이, 큰고랭이가 우점(優點, 특정 환경에서 우위를 점해 최대 개체 수로 군집을 이룸)해 있어 습지 표면 부분이 거의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겨울철 조류는 노랑부리저어새와 개리, 큰기러기, 큰부리큰기러기 등이 있는데,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기 전에는 큰 고니가 왕래하던 곳이다. 또 이곳 습지의 줄풀은 겨울 철새인 큰기러기와 개리의 주요 먹잇감이다. 여름에는 저어새와 물닭, 쇠물닭, 흰날개해오라기, 덤불해오라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넓적부리 등이 관찰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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