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우 지음/ 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문학동네 시인선 134번째 시집으로 구현우 시인의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펴낸다.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레드벨벳,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의 히트곡들을 작업한 작사가이기도 한 구현우가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집으로, 6년간 활동하며 깊은 진폭의 감정으로 써내려간 63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고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야기 솜씨”(이문재), “서사적이면서 동시에 논리적”이며 “다양한 해석을 받아낼 구조가 튼튼히 갖추어져 있다”(신형철)는 평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시인답게 구현우의 시편들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한 사람이 이별을 겪고,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이 충동적이며 불가해한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들. “정확하고 불명한 언어를 위하여/ 나는 밀실에서야 쓴다”(「미의 미학」)는 시구처럼 쓰면 쓸수록 불가해해지는 마음들을 감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감정의 프로타주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집은 총 다섯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를 시작으로 ‘2부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3부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4부 그러나 가끔 선연한’, ‘5부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 사람의 마음이 이별 이후 어떤 결로 움직이는지 선명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나의 9월은 너의 3월'에서는 시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각별한 자의식 또한 엿보인다. 시인은 ‘너’와 ‘나’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만 문장, 단어, 그 어떤 이름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종류의 아름다움에서 종종 언어의 길을 잃는다. 그 길잃음의 흔적들은 “한때/ 너무 잘 어질러진 것들이 영원히 전시되어 있다”(「그러나 가끔 선연한」), “너는 누구에게도 불린 적이 없어 아름다운 병명”(「네거티브 필름」), “너무 많은 아름다움에 파묻혀 네가 보이지 않는다”(「거의 모든 사랑」) 같은 문장들에서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인은 그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불가해한 그리움을 발견한 것처럼, 구체화할 수 없음 그 자체가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오늘은 아름답다는 이런 고백도 가능하다”(「거의 모든 사랑」)라고 독백했을지 모른다. 그는 ‘아름답다’고 선언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가능하다’라고 되뇐다.

그러나 그의 시어들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아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를 어떤 계절 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정확히 표현하고자 한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고심하고 다시 고민해 아름답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다가 이내 실수처럼 내뱉어버리는 “그럼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 거죠”(「결벽」)라는 가장 단순한 진심처럼, 끝내 세공해내지 못한 투명한 말들에 우리는 뜻밖의 기습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펼쳐들어 그 속에 담긴 공기를 호흡하는 일은, 매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로운 계절 속에서 우리의 그리움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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