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16일은 세월호 6주기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평화의 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청소년들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날입니다.

제가 처음 세월호 사건을 접한 것은 밀양 765kV 송전탑 투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였습니다. 저는 성 주간 수요일이었던 그날 밀양시 단장면 101번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장에 있었습니다. 당시 천주교 부산교구 조성제 신부도 함께 있었습니다. 당시 조성제 신부는 손 전화기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배가 침몰했고,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고 있었지만, 그는 하루 종일 손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부산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과정은 믿을 수 없는 상황들이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거짓말로 일관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안해는 바다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 국민이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2015년 8월, ‘저항과 연대의 제주 평화기행’에 참석한 세월호와 쌍용자동차 그리고 용산과 밀양, 청도 주민들이 강정항에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2015년 8월, ‘저항과 연대의 제주 평화기행’에 참석한 세월호와 쌍용자동차 그리고 용산과 밀양, 청도 주민들이 강정항에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2015년 8월, 세월호와 쌍용자동차 그리고 용산과 밀양, 청도 주민들이 평화의 섬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강정과 연대하기 위한 ‘저항과 연대의 제주 평화기행’이었습니다. 이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해군기지 건설 때문에 강정의 구럼비가 파괴되는 현장인 강정항에서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는 시위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대신해서 정방폭포 등 제주 평화기행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세월호는 다시 한번 전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슬픈 기억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막말 파동을 일으킨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끊임없이 세월호 사건을 폄훼했습니다.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박근혜를 비롯해서 청와대와 검찰, 정보부와 해수부 관료들 그리고 정치인들과 언론이 공범이었습니다. 

 

단원고 어머니들이 제주에 도착하지 못한 자식들을 가슴에 품고 저항과 연대의 제주평화기행에 함께했다. ⓒ장영식
단원고 어머니들이 제주에 도착하지 못한 자식들을 가슴에 품고 저항과 연대의 제주평화기행에 함께했다. ⓒ장영식

세월호 사건은 총 476명 중 172명만이 구조되고, 304명이 희생된 참혹한 사건입니다. 304명 중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침몰 과정에서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등등의 의문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6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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