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다양한 국민갈등 키워…사회적 갈등비용도 OECD 최고”
“정치가 다양한 국민갈등 키워…사회적 갈등비용도 OECD 최고”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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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우리나라는 이념갈등과 지역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과 같은 해묵은 불씨를 끄지 못한 ‘초 갈등 사회’다. 한때 극렬했던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사회가 양분화됐고,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빈부갈등으로 양분화됐다. 청년층과 노인층 간 세대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전문갈등기구 부재와 정치권의 관련법 제정 외면이 지역갈등을 키웠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추구와 국민갈등만 부추겼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948년 건국 이후, 한국은 서구사회가 150년 만에 이룬 경제발전을 단 30년 만에 끝내면서 세계가 놀란 경이로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경제이익은 권력과 힘 있는 기득세력이 차지했고, 노동자들은 가난에 내몰렸다. 빈부갈등이 이때 시작됐고, 지역갈등과 세대갈등, 이념갈등, 정치갈등이 대물림되면서 지금도 사회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걸림돌은 또 있다. 국회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최고 불신집단 1위가 국회로 나타났다. 다음이 사법부와 검찰, 경찰, 행정부다. 정부도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사회갈등 예방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불신의 대상이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대표는 “때로는 ‘갈등’이 민주사회에서 사회발전의 엔진 역할을 한다. 다만 그동안 갈등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점점 장기적이고 파괴적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갈등관리와 갈등비용이 선진적이지 못한 게 문제다.”고 꼬집는다.

갈등이 생긴 원인을 묻자 “우리 사회의 갈등은 기득권층인 가진 자들의 갑질과 탐욕, 불신이 낳은 사회적 질병이다. 여기에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이 증폭되면서 사회발전의 암이 됐다.”고 지적하고 “국가의 갈등 예방과 관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갈등은 비례해서 커진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매우 심각’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계와 노동, 공항건설, 원전건설, 철도 문제 등 공공갈등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년에 적게는 80조 원에서 많게는 246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갈등을 잘 풀어내면,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고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밝히는 이강원 대표를 혜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로부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원인과 갈등구조, 한국인의 편협한 세계관과 혈통주의, 다문화 가정과 2세, 이주자, 난민 문제, 성 소수자 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 정부와 국회의 갈등관리 문제 등을 짚어 본다.

 

- 한국사회는 일제식민지를 거쳐 6.25 전쟁 후, 산업화추진에 따라 3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다. 하지만, 70년 동안 내부적으로 깊게 누적된 정치갈등과 지역갈등, 이념갈등, 계급갈등 등이 심각한 ‘초 갈등 사회’다.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 지난 2013년부터 저희 센터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일반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매년 ‘한국인의 공공갈등 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7차례 했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 사회의 갈등(葛藤, Conflict)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확산하고 있는 원인은 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과 대안을 효과적으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등’은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고, 어떤 면에서 매우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발생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갈등을 부정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관리 대응이 선진적이지 못한 게 문제다.

 

- 후진적인 사회갈등에 따른 악영향이 큰데.

▲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사회 갈등지수는 OECD 29개국 중 7번째로 나타났다. 갈등 수준을 1로 할 때, OECD 평균은 0.51이지만 한국은 0.62다.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사회적 혜택을 감소시킨다.

1980년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반대에 부딪혔던 전북 부안의 원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문제를 필두로 1990년 영남지역 부산과 밀양,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신공항 건설에 따른 지역 간 공공갈등도 많았다.

 

- 공공갈등만 줄여도 경제성장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의 선진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갈등 해소 노력이 시급하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2%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G7 수준 만큼 우리가 사회적 갈등 수준을 낮춘다면, 중장기적으로 3% 성장도 가능하다. 갈등관리가 사회적 비용축소를 위한 첫발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선진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다.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매년 공공갈등 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가.

▲ 지난 7년 동안 조사한 갈등내용 중 가장 큰 갈등은 네 가지다. 이념갈등과 계층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이다. 이 네 가지 갈등은 항상 우리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념갈등 아니면 계층갈등이 늘 대두됐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판문제로 정치권의 두 진영이 극단으로 대립했었고, 그러면서 이념 갈등이 제일 심각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 이전에는 빈부갈등과 노사갈등, 계층갈등이 제일 심했다.

그다음이 과거에 특히 심했던 ‘영호남 지역갈등’이다. 지금은 ‘세대갈등’이 지역갈등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지역갈등은 영호남 갈등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등이 변화됐다.

 

-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를 말한다면.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와 경제성장’ 2011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가 1.043이었고, 갈등관리 능력지수는 0.380으로 34개국 중 27위였다. 한국은 터키와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 다음으로 5위다. 관리능력 중위권인 일본 0.569와 미국 0.546, 영국 0.677에 비해서도 훨씬 떨어진다.

사회갈등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갈등관리능력이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 헝가리 등이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도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4위로 평가했다. 당시의 갈등지수도 0.71로 나왔고, OECD 평균 0.44보다 높았다.

소득 양극화와 민주주의, 정부 역할 등을 평가했을 때, 소득은 평균치였지만, 민주주의 성숙도는 27위로 최하위였고, 정부 역할도 2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갈등지수를 잘 해결해 OECD 평균인 0.44로 줄일 경우, GDP가 27% 늘어 1인당 5천 달러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갈등을 부추겨온 비 신뢰 집단을 꼽는다면.

▲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고용불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에 따른 갈등 문제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예방역할을 해 왔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반증은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여실하게 나온다.

우리 사회의 최고 불신기관이 국회로 나타났다. 국민은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최대로 부추겼고, 갈등대응을 하지 않는 1순위 집단으로 국회를 지목하고 있다. 국회의 핵심적인 역할은 민의를 수렴해 한정된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또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오히려 국회와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해 국민분열을 불러왔다. 과거부터 대통령을 포함해서 정치인들이 지역갈등을 이용한 선거전략이 표를 얻는데 이득이 되었고, 그동안 국회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갈등들을 풀어내지 못했고 매우 소극적이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 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 석사
. Program on Negotiation Harvard Lawschool 객원연구원
. 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 전 경실련 갈등해소센터 소장
. 현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 현 한국갈등학회 부회장
. 현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
. 국립서울병원 관련 갈등조정위원회
.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 관련 갈등조정
.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론화
.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 공론화
. 2018 서울균형발전 공론화 등 숙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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