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이주자 문제 ‘발등의 불’…10~20년 후 핵심갈등 될 것”
“다문화·이주자 문제 ‘발등의 불’…10~20년 후 핵심갈등 될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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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정치권이 그동안 지역갈등을 이용해 왔지만, 시민들이 이제 깨어나고 있다.

▲ 과거부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병폐 중 하나가 영호남 지역갈등이다. 그러나 영·호남 지역갈등은 통계적으로 점점 완화되고 있고, 지자체 간에 이런 해묵은 갈등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지역이 확진자 병실 부족 문제로 난관에 빠졌을 때, 전남 광주광역시가 대구에 병실을 제공하겠다는 도움의 뜻을 전했다. 소위 ‘달빛동맹’을 한 것이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확장되고 있다.

지역갈등은 정치인들의 오랜 전유물이었다. 이를 악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챙겼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이 그 폐단을 자각하면서, 지역갈등이 점차 누그러진 느낌이다. 다만. 지역경제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갈등이 새롭게 표출되고 있다.

 

- OECD 국가 중 한국의 갈등지수가 매년 순위가 올라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회적 손실비용도 그만큼 크다는 뜻인데.

▲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사회 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1위인 터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09년 4위에 비하면, 2단계나 높다.

갈등지수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도 GDP 대비, 적게는 80조 원이 넘고, 많게는 2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런 사회갈등을 줄인다면, 그에 따른 비용이 우리에게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말도 된다.

 

- 여전히 소통과 공론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사회갈등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흡해 보인다. 갈등관리를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법령’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적용대상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제외되었다.

모법이 없는 대통령령으로서 공공기관의 갈등관리 책무도 한계적이다. 그러나 2017년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여부, 대입개편 공론화와 제주녹지병원,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를 놓고 공론화가 확대되어 갈등 해결과 숙의민주주의에 기여해 온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과 갈등관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갈등관리 기본법 제정 등 관련법·제도를 마련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

 

- 정치가 갈등 문제를 등한히 했다.

▲ 정치권의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내로남불’식 정치가 가장 큰 문제다. 자기의 주장만 있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낡은 정치구조와 구태의연한 정치문화도 그렇다. 잘못된 정치구조는 잘못된 선거제도에 기인하기도 하다.

현재 선거제도는 승자독식 득표구조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우리 사회 갈등조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후진적인 정치제도와 정치문화 때문에 복잡다단한 갈등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다원화되고 변화된 민주적 사회에서의 중요한 가치는 ‘존중과 공존’이다. 이런 사회적 가치를 살릴 ‘사회적 공감대’(Common Ground)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불신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고 본다.

 

- 언론도 문제다. 사회문제를 왜곡되게 보도하는 등 국민갈등을 부추겨 온 한국언론은 여전히 기득권 편향적이다.

▲ 한국언론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과 건전한 공론의 장을 열어가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소위 진영정치를 양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7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보수계 정치가 분극화 양극화되면서 언론계 진영도 같이 분극화된 상태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일정한 견해를 갖더라도 사실(Fact)에 기반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몇몇 주류 언론들은 그런 공적인 여론기능을 상실했고, 결과론적으로 현실정치 안에서 진영정치를 확대-재생산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국민의 입’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

▲ 그게 참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주류 언론이 차지한 공적인 비중은 상당히 넓고 컸다. 그러나 언론들은 국민에게 균형 잡힌 공론의 장을 열어야 했지만, 진영정치와 진영언론이 특정한 이슈를 놓고, 국민의 편이 아닌 특정한 입장에 서서 ‘공조’(共助) 하는 양상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언론도 사안에 따라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 국민으로부터 소비되고 선택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우리 주장은 다 맞고, 너희는 다 틀려’라는 지나친 흑백론과 자기주장만을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이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언론이 분명한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팩트’에 기초한 공정한 보도와 함께 통합적인 공론의 장을 펼칠 때, 언론이 사회통합에 기여를 할 수 있다.

 

- 미국도 보수계 언론과 진보계 언론으로 나뉜다. 한국언론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

▲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국언론은 그들만의 기본적인 ‘성향’을 갖되 ‘팩트’를 중시한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언론은 상대적으로 ‘팩트’에 충실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은 사실에 기초한 정확성이 생명인데, 다양한 뉴스가 생산되지만 ‘팩트’ 확인이 철저하지 못한 면이 있다.

미국은 현재 대통령 경선 상황인데 미국언론들은 확실히 지지하는 후보자를 공표하더라도 최소한 사실관계를 중시한다고 본다.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즈’도 공공연하게 후보자를 대놓고 미는가 하면, 보수성향의 ‘폭스’(FOX)도 처음부터 어느 한 후보자를 딱 집고 간다.

우리가 볼 때, 언론사가 ‘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사들은 ‘팩트’를 중심으로 그들 나름대로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선택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언론은 ‘입장’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 세계화로 인한 문화적 갈등을 보자. 우리 사회가 아직 인종차별과 배타성이 강하다. 여기에 한쪽으로는 문화를 수출하면서 한쪽은 걸어 잠그는 문화적 이중성을 보이는데, 글로벌시대에서 이런 점을 어떻게 보는가.

▲ 우리는 그동안 세계화 시대에서 K-POP과 난타, 한식, 온돌,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에 열광하는 소 ‘한류열풍’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 내부로 보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해서 개방적이지 않다.

21세기 세계는 갈수록 개방되고, 국가 간 국경도 점차 사라지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매우 폐쇄적이고 편향적이다. 예컨대, 수많은 다문화 가정의 2세들이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성장해 가고 있지만, 2세들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나 사회적 안전망과 대책은 없는 상태다.

외국에서 일부 집단이 디아스포라(Diaspora, 이민자)와 사회구성원에 편입하지 못한 다문화 층들을 ‘사회부적응 세력’으로 낙인찍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도 10년 20년 후에 나타날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다문화 2세와 이주노동자 문제가 될 것이다.

 

- 한국은 여전히 세계관이 편협한 혈통 중심사회다.

▲ 앞서 말했듯이 다문화 2세들이 대한민국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정한 사회적 안전지대에 편입하지 못했을 때,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할 사회적 갈등과 위험요인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본다.

몇 년 전에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예멘의 난민 자격심사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난민이나 이주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짧고 편견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도 소위 ‘단일민족’이 아닌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고 세계시민의식이 필요하다.

 

- 미래의 사회적 갈등을 막을 대안이 있나.

▲ 갈등관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 가구들과 2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사회구성원으로 잘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인식 제고 등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다문화 구성 등을 사회적 ‘아젠다’(Agenda, 의제)로 다뤄야 할 시점이다.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구, 난민 등 이슈도 향후 10~20년 후에 사회의 핵심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리 ‘사회적 합의’(Social Consensus)를 준비해가면서 미래 본격화될 갈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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