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저출산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다문화 접목도 필요하다.

▲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다문화 세대와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농촌, 중소기업 등 3D업종 타격이 심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불편한 진실인데, 이미 우리의 경제체계에 편입되었고, 다문화 2세들도 엄연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이 땅에서 어떻게 함께 공존하며 살 것인가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어떻게 잘 ‘매칭’하고 ‘통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노동력 문제, 이주노동자, 난민, 다문화 문제를 분리하지 말고 연계해서 통합적인 대안 모색을 해야 한다.

 

- 성 소수자 인권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 호모섹슈얼(Homosexual, 동성애) 등 성 소수자 문제, 낙태 등 전형적인 서구사회의 가치갈등(가치관)의 주요 이슈였다. 우리 사회도 최근 트랜스젠더(Transgender) 선언, ‘퀴어 축제’ 등 성 성수자 인권과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부터 낙태권리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낙태나 성 소수자, 종교 등 소위 가치갈등 해결의 핵심은 서로의 ‘다름’(Difference)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널 동의하는 것은 아냐, 나와 너는 달라. 하지만 네가 그렇다는 것에, ’I’m Okay!’.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라고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공존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낙태문제를 둘러싼 총기사고와 같은 갈등이 커지자 낙태에 대한 찬-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동의 관심사와 ‘원치 않은 임신 줄이기’ 등을 도출하고 함께 행동(캠페인)하면서 갈등을 해소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성 소수자 문제도 그런 ‘대화’(Dialogue)를 통해 풀어갈 수 있다. ‘우리는 다른 데….’라는 자세보다 상대방과 다름을 인정하고, 어떤 공동의 행동이 필요할까’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 동성애에 대한 ‘차이와 다름’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 동성애는 ‘의지적 차원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동성애를 할 거야!’ 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 현상’의 차이를 우리 사회가 ‘건강한 공존’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말을 꺼내면 무조건 엎어버린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 때문이다. 다른 것뿐인데, 무조건 ‘틀렸다’는 편견도 심하다. ‘틀렸으면 고쳐야 해!’라는 강박감이 모든 사회갈등의 씨앗을 만든 근원이었다.

이제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에게 공존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공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화와 공동의 행동이 요구된다. 그런 사례들은 선진국들이 이미 그런 과정들을 겪었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세대 간 갈등 문제가 심각하다. 기성세대와 청년이 보는 사회적 시각이 다르고, 세대 간 갈등과 소통이 단절된 상태다.

▲ 우리 사회는 세대 간 갈등지수가 높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세대마다 자라온 성장배경과 문화, 교육, 사회적 성향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소년 등 젊은 세대들은 핵가족 형태로 성장했기에 개인성향이 강하다.

생각하고 소비하는 생활문화 패턴도 다르고, 사회적 경제토대도 아주 다르다. 반면에 50~60대 기성세대들은 가부장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에 익숙하다. 이들은 과거 ‘굴뚝 경제’ 시대에서 원하는 직장을 쉽게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내 일자리와 상관없이 사회적 일자리가 많지 않다.

과거 기성세대가 나름의 경제적 호황을 누렸던 특수한 시대적 상황과 지금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현실 상황에서 괴리감을 크게 느낀다. 여기서 일자리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또는 사회적 연금체계 문제 등을 놓고 세대 간에 역할 분담 등 경제 논리가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 어느 시대나 세대갈등은 있었다. 갈등 해법은 있는지.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요즘, 젊은것들은 예의가 없어!’라는 말이 있었다. 세대 간 대화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한데 최근 공론화가 세대 간 이해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신고리 원전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공론화가 세대 간 이해를 높이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다. 공론 테이블에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앉아서 토론했을 때, 어른들이 ‘손주 자식뻘 같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경청해준 경험도 없었는데 너무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나는 집에서도 부모 이야기를 안 들었는데, 여기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게 된다. 듣다 보니 부모세대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네요.’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보듯 세대갈등은 소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상호이해가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저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오해가 풀리면서 갈등도 풀렸다.

 

- 다양성 존중이 필요하다.

▲ 우리 센터는 신고리원전 공론화 등 다양한 공론화를 해 왔는데, 공론화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다양한 계층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 속에서 ‘나도 젊은 사람 혹은 나이 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네’라는 토론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다.

서로 화내고 편 가르고 배타적으로 가는 것이 아닌, ‘달라도 이야기가 잘 통하네. 다르면 서로 섞어야지’ 하는 공감의식이 생겼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뿌리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 갈등 없는 사회가 되려면 자신을 내려놓는 겸손과 배려심이 필요하다. 결국은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한데, 어떤 방편이 있는지 짚어 달라.

▲ 우리 사회는 ‘차이’를 다루는 인식과 훈련(Skill, 기술)이 필요하다. ‘차이’는 ‘재수 없고 특별하게 다른 것’이 아니다.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차이는 ‘무조건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를 뿐’임을 당연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가 되어야 한다.

‘다르다고 함부로 싸우지 않는다’라는 자세와 남과 ‘다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다름에 대한 소통과 대화가 많아져야 한다. 다양한 소통과 경청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평상시에 많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스스로 고치려 하고 용납하게 된다.

 

- 시스템과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인데.

▲ 앞서 말했듯이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대응이 문제다. 갈등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사회적 문화가 좀 더 깊게 응축되어야 한다.

갈등대응 시스템과 법 제도를 정비하고 갈등을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학습이 중요하다. 대립과 갈등을 재생산하는 것보다 상호 존중을 통해 함께 원하는 결과를 공유하는 성공사례를 개인과 사회가 많이 경험할 때 사회문화도 바뀔 것이다.

 

- 사회적 갈등이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전해 달라.

▲ 정부와 정치권 ‘차이와 갈등’을 어떻게 대응할지 효과적인 국가 갈등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회가 국가갈등관리 법제화를 하지 못했고, 정부도 반대하다가 이제야 법 제정에 나선 상황이다.

공공정책은 물론 우리 사회 다양한 ‘차이와 갈등’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또 한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우리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 앞으로 도래할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 고리 원전 공론화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론화가 확대되는 것이 고무적이다. 다만, ‘졸속추진’, ‘책임회피’ 활용 등 공론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공론화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아울러 개인적 사회적으로도 갈등을 성공적으로 다룬 사례를 많이 만들어 전파해야 한다.

갈등을 성공적으로 경험해야 차이와 갈등을 편협하게 인식하지 않고 올바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고 갈등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우리 사회 미래와 결과가 달라진다는 인식을 확고히 갖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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