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 지음/ 철수와영희

ⓒ위클리서울/ 철수와영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 책은 1970년대 초반 인천 부평의 외국인투자기업인 삼원섬유에서 일했던 저자가 노동 착취를 일삼는 회사와 맞서 싸우면서 동료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한 젊은이가 온갖 고난을 뚫고 주체적 인간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감동 깊게 서술한 삶과 투쟁의 기록이다.

1973년 1월부터 1975년 4월까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켜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이 책은 1970년대 참혹한 노동 현장과 열악한 현실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신 초기인 당시는 노조 결성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시절이었는데,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노조 결성에 성공한 사례는 전국을 통틀어 삼원섬유 노조가 최초였고, 삼원섬유 노조는 부평공단 최초의 노조이기도 했다.

저자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동료들이 보여준 인간답게 사는 길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옳지 못함에 대한 굽힐 줄 모르는 투쟁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과, 더불어 사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어려움 속에서 노조를 만들고 조합원들과 함께한 노조 활동은 저자에게 삶의 길잡이가 된 소중한 체험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조 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체험을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인간적인 대우 속에서 고통받는 이 땅의 수많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의 체험으로 나누려 했다.

이 책은 노동현실과 노동운동에 관한 값진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으며, 노동자문학의 가장 빼어난 고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 말 유신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금서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과 대학생 사이에서는 3대 필독서 중 하나였다.

처음 이 책이 출판된 것은 1978년 4월이다. 월간 '대화'를 발행하고 있던 ‘대화출판사’가 1977년 1월부터 3월까지 '대화'에 연재된 저자의 글을 묶어 펴낸 것이었다. 그러나 책이 출판되자마자 공안 기관으로부터 판매 금지를 당했다.

1984년 4월 ‘청년사’에서 두 번째로 다시 출간되었다.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집권한 이후 폭압적인 공안정국으로 일관한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이른바 유화정책을 시행했을 당시 재출간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었다.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70년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서 어렵게 지키려 했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세 번째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유동우는 1978년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펴낸 이후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시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세 차례의 투옥을 겪었으며, 특히 신군부 세력이 집권한 제5공화국 초기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한 달간 당한 가혹한 고문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로의 복귀가 불가능할 만큼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황폐화를 겪었다. 아직 고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1970~80년대 대표적 고문 시설로 악명이 높았던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새롭게 바뀐 민주인권기념관의 문지기로 있으며, 민주인권 교육 길잡이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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