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흐름 역행한 핵산업계, 대비 못한 정치·정부·기업도 한 몫”
“세계 흐름 역행한 핵산업계, 대비 못한 정치·정부·기업도 한 몫”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30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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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갈등 해결을 위한 정부의 공론화, 제대로 했나.

▲ 제가 정의당에 들어오기 전에 시민단체 추천으로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준비단 위원으로 참여했다. 갈등의 긴요한 핵심적 이해 당사자들인 한수원과 주민,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역주민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당국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지역주민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측근의 공론화 위원들만 골라서 구성했다. 애초부터 위원 구성도 잘못됐지만, 이후에도 지역주민과의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제일 큰 쟁점 중 하나가 경주에 임시저장고를 짓냐 마냐 하는 논쟁이었다. 그런데 월성원전은 경주에 사는 시민들보다 울산시 북구 쪽 지역과 훨씬 더 가깝게 있다. 경주시청이 위치한 시내는 발전소에서 2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울산 북구까지는 불과 8km에 불과하다.

 

- 울산시 대책은 어떤가.

▲ 문제는 한쪽은 울산광역시, 다른 쪽은 경주시로 행정구역상, 울산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방법이 없다. 당국에 주민안전을 위해 반경 30km를 안전지대로 잡아서 논의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행정구역 논리’로 가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렇게 하는 게 수월할 수 있겠지만, 공론화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은 방식이다.

물론 그런 갈등에도 일부 지역주민은 임시저장고 건설을 찬성하기도 하고, 당연히 반대하는 시민도 있다. 또 경주와 울산 시민들의 원전에 대한 분위기와 지역 정서도 다르다. 정부가 다양한 갈등을 중재하고 논의를 모으는 공론화 프로그램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공론화는 실패한 것이라 본다.

 

- 정부 입장은.

▲ 다양한 문제에도 공론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게 산업부의 기본 입장이다. 주민들과 공론화를 하고 있음에도 임시저장고 건설공사를 착수한 상태다. 이미 짓는 것을 전제로 해서 정답이 정해진 공론화를 하고 있다. 앞뒤 상황이 뒤바뀌면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질 상황이다.

 

- 핵 산업을 놓고 여야 진보-보수 간 진영논리가 극렬한데.

▲ 그런 상황은 우리에게 비극적이다. 그런 이유는 독일만 해도 대표적인 탈핵 국가다. ‘메르켈’ 총리만 해도 진보 정치인이 아니라 보수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탈핵을 적극적으로 말한다. 독일의 탈핵은 본래 처음부터 진보진영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보편화 된 주제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권과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진영논리로 막혀 있다. 탈핵을 중심으로 진보 대 보수의 입장이 양분화된 데다, 소모적 논쟁들이 너무 많다. 이미 세계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 더 빨리 에너지전환을 이뤄내고 선도하는 게 중요하다. 독일은 이미 이런 과정을 넘어섰다. 독일에서의 재생에너지 중심과 에너지전환은 일종의 ‘브랜드네임’이 되었다. 에너지전환과 함께 에너지 기업과 산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키우고 있다.

 

- 세계 흐름과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 한국은 아직도 ‘에너지원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논리에 빠져 있고, 어쩔 수 없이 신산업에 대해 한 발짝 늦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두산중공업이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세계적인 기업인 GE나 지멘스, 두산중공업과 비슷한 일을 했던 다른 업체들은 7~8년 전에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다.

과거부터 한국의 주력산업이었던 석탄발전과 핵발전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여 오다가, 세계시장이 에너지전환 프레임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원전 터빈과 원자로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GE 등 거대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1만 명 이상의 대량감원과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두산은 지금 1천 명 정도의 직원에 대해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흐름을 평소에 명확하게 읽고 있었어야 했다. 준비를 먼저 하지 못한 결과다.

 

- 거시적 흐름을 읽지 못한 기업도 문제지만, 대비 못 한 정부도 문제다.

▲ 국내에서 핵발전소 1~2개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인 두산이 해외시장 동향과 흐름을 쫓지 못했다. 이에 대비해 국가도 그런 기업에 대해 어떻게 투자하고 지원할지를 고민하지 않았다. 몇 년의 세월을 허비했고 시기를 놓쳤다.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빨리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의당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전환(轉換)에는 그에 따른 명암도 뒤따른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고, 기업이 축소될 수도 있다.

그러면 정부가 그것에 대해 미리미리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기업지원 등 보완책을 쓰면서 에너지전환을 이뤄가는 프로그램을 작동시켰어야 한다. 지금 두산중공업만 힘든 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 에너지전환 지각변동 속에서 대비하지 못한 원전기업이 몰락하고, 다시 친환경 전기차가 세계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 세계는 이미 전기차 시대로 가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과 배기관을 만들 필요가 없고, 부품도 2/3밖에 필요하지 않다. 배터리와 모터만 있으면 된다. 자동차는 엔진과 관련된 부품들이 제일 많다. 이것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면서 관련 일자리들이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전기차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만 전기차를 안 타겠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세계는 지금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친환경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고, 유럽에서는 매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의 ⅓은 내수고 ⅔를 수출하는데, 우리만 수출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빠르게 시장변화를 읽고 그에 맞춰서 정부 정책도 뒤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 기후급변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보자. 현재 미국은 쉐일석유와 쉐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대국이 됐다. 연료비가 하락하자 소비가 늘면서 중대형차량이 증가해 매연도 증가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문제도 심각한데.

▲ 우리가 한 가지 잘못 알고 있고 잘 들여다 봐야 할 게 기후변화협약이다. 협약에 따라 현재 나라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몇 년 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전격 탈퇴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지만,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현황 그래프를 보면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만 되면 트럼프가 정치적 막말과 엄포를 놓지만, 미국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감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저감 노력을 계속해서 해 왔다. 온실가스저감 그래프 기울기가 매우 완만해 보여서 그럴 뿐, 매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오히려 급격하게 줄고 있고, 더 줄이려는 상황이다.

 

-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찍혔다.

▲ 우리나라는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갔다. 지금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온실가스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공해 대국’으로 불렸던 중국도 미국처럼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석탄과 가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석탄을 가스로 대체했고 줄이는 노력을 꾸준히 했다.

현재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보면, 큰 틀에서 기울기 차이만 있다. 온실가스를 예전처럼 많이 배출하려는 나라들은 거의 없다. OECD 국가의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 온실가스가 늘고 있는 나라는 몇 안 된다. 한국은 그 반대다.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지만, 지구의 ‘기후 악당국가’ 네 나라를 꼽을 때, 미국은 여기서도 빠져 있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나쁜 행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줄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줄고 있나.

▲ 대표적인 곳이 캘리포니아다. 전력사용에서 재생에너지가 30~40%를 넘는다. 미국은 50개 주가 있지만, 주별로 강한 나라다. 상당히 선도적으로 하는 주가 많다. 연방 차원에서 트럼프가 가끔 과도한 발언을 하지만, 실제로는 각주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 소리를 듣는 한국의 분위기와 국제사회에서 보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 데다, 우리의 온실가스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 재생에너지 문제를 짚어 보자. 국내에 태양광과 수력, 풍력 자원은 많이 있다. 정부의 활용방안과 향후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20%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특히 태양광 수요가 늘었는데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단지가 들어서는가 하면, 남부 지방 시골에서도 태양광을 설치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실 태양광은 독일 등 유럽만큼 따라가려면 아직은 더 많아져야 한다. 다만 태양광 설치를 놓고 지역적으로 법적 분쟁들이 좀 있다. 초기에는 언론 보도처럼, 태양광 설치로 멀쩡한 산지를 깔아뭉갠다는 등 환경파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과 환경단체가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산지 태양광 설치법이 많이 보완됐다. 산 대신 축사 지붕에 설치하면, 별도로 땅이 필요 없고 환경파괴도 없다. 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부근에 보면 못 쓰는 공지(空地)에 세우거나, 주차장을 대상으로 세우고 있다. 그다음에 점차 넓은 땅을 찾아서 세우는 정책을 쓰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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