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지역분쟁 없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시스템 논의 절실”
“정의롭고 지역분쟁 없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시스템 논의 절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5.0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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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핵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는데.

▲ 이제 시작이지만, 조금씩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 성격상 어쩔 수 없이 분산형일 수밖에 없다. 태양광 판넬은 한 곳에 집중하더라도, 여러 지역에 분산해서 설치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집중되는 핵발전에 비해 태양광은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자리가 생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해외의 경우 30~40%가 넘어가고 있고 이것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분야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대규모 석탄발전소나 핵발전소의 설비들은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이다.

발전소는 크지만, 그 안에서 일하며 움직이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연료비가 안 들고, 버튼만 누르면 지속가동되는 시스템이고 대신에 사람이 계속 지켜보면서 유지와 보수, 관리가 필요하다.

 

- 유럽 최초로 에너지전환 자립마을이 성공했다. 한국의 에너지자립 현황을 말한다면.

▲ 유럽은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을 비롯해 한국에도 몇 군데 시범적으로 하는 에너지자립 마을이 있다. 자립마을은 100% 에너지자립은 아니더라도 동네 에너지자립을 위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어 태양광과 풍력 등을 설치해 에너지자급용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남아도는 전기를 팔기도 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지역발전을 위해 쓰자는 게 자립마을의 기본개념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곳이 동작구에 있는 성대골 에너지자립 마을을 들 수 있다.

도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도시와 농촌에서 전력생산이 가능하지만, 특히 농촌은 특화사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도시보다 높다.

예를 들면, 도시에서는 에너지 집중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풍력발전소를 세우기는 어렵다. 주로 에너지 절약이나 태양광이 가능하다. 반면에 농촌은 넓은 산지와 바람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도시보다 많다.

 

- 중앙독점 방식의 전력산업에 비해, 분산방식인 태양광 산업은 지역공동체적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물론이다. 만약 국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해서 가는 것이라면, 주민들이 전기를 사서 쓸 수밖에 없고 에너지 민주주의는 어렵다. 과거와 다른 점은 지금은 시민들이 협동조합처럼 참여와 출자를 하고, 의사결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몇몇 큰 기업이거나 정부가 만든 전기를 가져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석탄을 중심으로 쓰면 석탄 전기를 쓰고, 핵을 중심으로 가면 핵 전기를 쓰게 된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많다. 우리 동네부터 시작해서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를 쓰자는 운동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 지금은 몇몇 지자체에 에너지공사가 만들어진 곳이 있고, 에너지협동조합을 더 많이 만들어갈 움직임도 있다. 그에 따라 기능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세계적으로 점점 심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크다. 지난해 호주에서 산불이 1개월 동안 지속되고 했다. 한국도 여름이 길어지고 산불과 폭염 일수도 늘고 있다.

▲ 지금 시작이라 본다.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고 나와 있는 통계나 자료를 보면 날씨가 더워지고 길어지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고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이 심해질 것이고, 저지대가 침수될 우려가 크다.

서해안과 일부 남해안 지역은 지금도 이미 높아졌다. 향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면 갯벌부터 잠기기 시작해서 일부 저지대는 해수가 넘칠 수 있다. 일상적으로 넘치는 일은 나중의 일이고, 태풍이나 큰 풍랑이 왔을 때 해수면이 높아져 있어서 더 많이 범람하게 되는 등의 문제들이 빈발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북극의 얼음이 녹거나 북극곰이 죽는 등 문제가 중요 포인트지만, 장차 한국도 잠길 수 있다. 이미 귤이나 사과 산지도 급속한 기후변화 때문에 북쪽으로 이동했다. 냉수성 어종인 명태도 차가운 북쪽 해역으로 옮겨갔다.

 

- 여름철 전력에너지도 문제인데.

▲ 흔히 기후변화에서 두 가지를 말하는데, 온실가스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감축하는 일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기후변화에서 어쨌든 인류가 살아남아야 한다. 문제는 더 더워지고 더 추워지면 가진 자들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여름철 에어컨 전력사용 요금문제로 논란이 많다. 돈 없는 사람들이 더워도 에어컨을 쓰지 못하고 선풍기로 지낼 수밖에 없는 ‘에너지 부익부 빈익빈’ 사회가 됐다. 정의당은 여기서 그런 빈틈을 채워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려 한다.

폭염 속 쪽방에 사는 사람이나, 뜨거운 땡볕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더 보완될 사안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감축과 적응이 병행해서 진행되지 않으면, 기후변화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국제기후단체가 지구 온도 ‘1.5° 수호’를 선언했었는데.

▲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이외에 인도와 러시아가 있다. 특히 아시아권이 심각하고,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현재 각 국가의 온실가스감축 계획안을 모으면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3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온실가스는 완만하게 줄고, 유럽도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어떤 학자는 유럽을 두고 더 빨리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가 나름대로 감축 계획안을 짜서 내놓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

 

- 선진국 책임이 더 크지 않은가.

▲ 역사적 배출책임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경우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계속해서 석탄을 써 왔다. 그러나 중국이 석탄을 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국들은 아직도 땔감을 쓰는 형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동등하게 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러니 유럽이 더 많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쟁도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지목되었지만, 사실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였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통계를 보면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세먼지가 워낙 심각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 ‘코로나 사태’ 때문에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줄고 대기가 깨끗해졌다.

▲ 중국은 사회주의 특징이 강해서 국가가 결심하면, 통제가 가능한 사회다. 그에 비하면 민주국가인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1천만 명에 달하는 우한 도시를 강제폐쇄한 것도 강력한 통제력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에 온실가스를 더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만, 사실 더 우려스러운 나라는 한국이라 본다. 단순히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고 덜 배출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같이 맞물려 있는 문제다. 예를 들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1등이 중국이다. 풍력도 1위다. 이 속도로 간다면 중국이 전 세계 모든 재생에너지 산업을 장악할 것이다.

 

- 중국이 투자를 많이 했다는 말인데.

▲ 이미 태양광 글로벌 톱 10중 9개가 중국기업이다. 전기차도 세계 톱 10중 5개가 중국업체다. 국가에서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고, 중국 내수시장만 견고하게 가도 장사가 된다.

작년에 중국에 가서 깜짝 놀란 게 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오토바이가 전기 오토바이로 바뀐 것을 봤다. 시내에서 소음을 내며 매연을 내뿜는 오토바이가 없다. 불과 몇 년 만에 확 바뀐 것이다. 중국 환경 당국이 확고한 목표를 잡고 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에 막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국이 약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에너지전환에서 중국과 비교할 때, 투자와 기술경쟁력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 환경문제를 비롯해 원자력과 태양광 등 에너지 문제도 결국은 법과 정치문제다. 에너지 관련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분석하는지.

▲ 개인적으로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 에너지 정치가 필요하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지금 정치를 보면, 여야 대결 국면 상황인 데다, 마치 이념논쟁으로 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 문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측면으로 살아나갈 것인지에 대한 국가 비전과 연계된 긴박한 문제다. 향후 21대 국회가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쟁을 멈추고, 에너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 정치, 경제, 사회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겠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더 ‘메인 이슈’(Main Issue)로 좀 더 부각 될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몇몇 전문가들에게만 인식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는 매일매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고 기후변화를 전 국민이 느끼고 있는 실제상황이라는 측면들을 들여다 봐야 한다.

 

- 에너지 정의와 관련해서 정부와 시민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 어쨌든 우리는 매일같이 에너지를 소비한다. 국가와 산업을 움직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생각의 요점은 기본 에너지만 풍부하게 있으면 된다는 관념이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에너지냐다.

‘에너지 정의’라고 하는 표현이나 ‘정의로운 전환’ 식의 표현도 결국은 그런 측면들을 에너지 정책에 더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다. 좀 더 친환경적이고, 지역주민과의 충돌과 분쟁이 없는 녹색에너지들이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기 위한 정책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정책들이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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