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클리 마음돌봄: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분석가, 김석조를 만나다-2회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아프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 이전에 질병과 사고를 완전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잘 이겨낼 수는 있다. 도리어 이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이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감기나 생채기 하나에도 몸이 아프면 처방을 받고 적절한 요법을 취하면서도 우리사회는 마음에 생기는 상처에 유독 무관심하다. 그저 참고 덮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위클리 마음돌봄’은 정신건강에 관한 단편 에세이 모음이다. 과열 경쟁과 불안사회를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스스로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다. 글쓴이의 마음의 조각을 엿보는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김석조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분석가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김석조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분석가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지난 인터뷰는 중앙자살예방센터 소속 전문가 김석조 선생님을 만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살에 대한 이해와 예방을 위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난 인터뷰 보러가기 ☞ http://www.weeklyseoul.net/news/articleView.html?idxno=53393 ) 이번 인터뷰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공동체의 노력,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김석조 선생님의 경험적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정책과 사업이 궁금하다. 우리 정부는 자살예방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역대 정부 최초로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다. 이후 2018년 1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2018~2022)’을 마련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이를 추진할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자살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었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도 2명뿐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 정부가 자살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의 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 동안 보건복지부에서 주도하던 자살예방대책을 국무총리실 주도의 범정부적 대응으로 전환하면서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 임을 재차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살 예방 정책에 관한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자살예방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예산 투자로 자살률을 2003년 27.0명에서 2015년 18.9명으로 3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12년간 정부 정책만으로 자살률을 30%나 감소시킨 것인데 ‘자살대책기본법’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자살예방사업을 전개한 바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사례를 본받아 매년 1000명씩(2016년 자살률 25.6명/자살자 1만3092명 → 2022년 17.0명/8727명) 자살 사망자 감소를 목표로 단기적으로 이행가능하고 성과가 입증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주요 과제를 살펴보면 5년간(2012~2016년) 발생한 자살사망자 7만 명 전수조사를 통한 자살원인 분석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 정책 추진,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 양성을 통한 全사회적 고위험군 발굴 네트워크 구축 등이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어떤 사업을 운영하고 있나?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예방사업과 생명존중문화 조성사업을 전문적으로 지원 및 추진하기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13조에 의해 설치됐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살예방사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종교계와 의료계 등 사회각계 민관협력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민・관・정의 자살예방사업 협력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다.

저희 센터 직원 수는 약 50명으로 조직을 총괄하는 센터장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이고, 직원들은 다양한 경험과 전공(사회복지, 상담, 통계, 신문방송 등)을 가진 분들로 구성됐다. 조직도를 보면 4개의 ‘부’와 9개의 ‘팀’으로 나뉜다.

첫째로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사업 컨설팅, 자살유가족 지원사업, 번개탄 판매개선 시범사업 지원, 국내외(WHO) 협업사업, 인터넷 유해정보 모니터링 및 서포터즈 운영, 대언론 활동 및 매스미디어 모니터링, 자살보도 권고기준 교육 및 홍보, 괜찮니 캠페인 기획 및 운영, 홍보 콘텐츠 개발 및 보급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자살보도 권고기준 교육 및 홍보사업은 우리가 매일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기사와 다양한 매체에 적용된다.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보도되면 온라인 검색 포털 순위는 온통 관련 내용으로 덮여진다. 이 때 적나라한 언어적 표현, 예컨대 어디서 어떤 도구를 사용해 어떻게 자살했는지 사진까지 더해 순식간에 정보가 퍼지는 일들이 빈번했고 이는 모방자살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신입 기자 및 언론 종사자 대상으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자살예방 우수 보도상, 사건기자 세미나 등을 통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고양시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로 제가 소속된 연구부는 근거 기반의 자살예방 정책 추진을 위한 지원을 목표로 자살예방 관련 연구, 자살예방백서 발간,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 운영,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 자살예방사업 실적관리, 통계 DB구축,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기관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로 교육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해 생명지킴이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 및 확산하는 등 자살 고위험군의 조기발견 및 개입이 가능하도록 생명지킴이 활동을 독려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영관리부는 센터 내 인사, 총무, 재무 등의 업무를 통해 센터가 국가 전략 및 정책 목표에 따라 자살예방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접 운영하신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사업이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통계분석팀에서 17개 시·도의 자살예방사업을 평가하고 컨설팅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전국의 자살예방사업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사업으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왔던 사업이라 남다른 애정이 있지만, 좀 더 짙은 애정이 있는 사업을 뽑으라고 한다면 입사 후 처음 맡았던 홍보사업(‘괜찮니? 캠페인’)이 아닐까 싶다.

당시 ‘괜찮니? 캠페인’ 사업을 담당했는데 ‘우체통 캠페인’, ‘에어키스(Air kiss) 캠페인’, ‘플래시몹’을 통합한 사업이었다. “괜찮니?”라고 안부를 묻는 한마디로 시작된 작은 관심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이었다. 익숙하지만 하기 어려운 말이면서 동시에 진심 어린 따뜻한 말이다. 국민들 서로 관심과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 한마디 말을 시작으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특히 에어키스(Air Kiss) 캠페인은 손봉호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시작으로 조정석, 류준열, 박보검, 유재석 등 유명인 180명이 참여했고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처럼 릴레이로 안부를 묻는 동영상 세레모니를 선보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 만난 배우 강하늘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배우 남주혁씨의 추천으로 캠페인에 참여하셨는데 군 입대를 한 달 앞둔 상황임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이 끝난 뒤 저희 관계자 모두를 일일이 배웅해주시고, 저를 배려해서 본인 얼굴이 크게 나오게 해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는 등 소문으로 돌던 미담이 사실이었다. (웃음) “괜찮니?”라는 작은 관심의 표현이 생명존중문화조성과 자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비 효과를 가져다주길 바라며 정말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중앙자살예방센터 소속 김석조 선생님의 이름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자살예방이라는 분야는 사실 굉장히 무겁고, 눈에 드러나는 성과도 적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들을 마주하곤 한다. 하지만 일을 하며 때때로 느끼는 보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 행복하게 일할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주변에 계시다면 꼭 이렇게 전해줘야 한다. “잘했고, 잘해왔고, 잘 할거야. 늘 응원해.” 꽃 한송이 핀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꽃을 피운 사람 하나가 긴 겨울 추위에 지친 이들에게 봄을 일깨워 준다. 거칠고 냉랭한 세상이지만 그 안에 온기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봄의 전령’이 되어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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