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등 정치적 의제 경험 부족이 복지국가 퇴보시켜”
“비례대표제 등 정치적 의제 경험 부족이 복지국가 퇴보시켜”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5.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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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로 경제가 멈추고 일상이 멈췄다. 소상공인 몰락과 실업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복지 문제에 대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시민들은 재난적 지원금과 기본소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복지에 눈을 뜨게 됐다. 지난 4.15 총선도 여야 정치권의 복지공약으로 채워졌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지금, 물질적 발전을 넘어 시민의 삶이 안정된 복지국가를 향한 뜨거운 열망들이 이번 선거에서 분출됐다.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향후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목표는 민주주의와 복지다.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이 됐지만, 분배와 복지가 너무 미흡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큰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야 정당제라는 한계와 함께 뿌리 깊은 사회갈등과 양극화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북유럽이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사회갈등이 거의 없고 완전 비례대표제를 통해 복지국가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과업을 성취하기까지 사회민주화운동을 150년 동안 해왔고, 값비싼 피의 대가를 치러 얻었다.

윤호창 복지국가 소사이어티(Society) 사무처장은 “우리는 유럽에 비하면 이제 1945년 해방 이후로 50~60년밖에 안 됐다. 자유를 얻기 위해 유럽이 흘린 피의 역사에 비하면, 우리가 흘린 피와 역사는 너무 짧다.”라는 말에서 복지국가를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케 한다.

“민주사회의 방향이 한쪽은 복지국가, 또 한쪽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축을 만드는 일이다. 마치 물이 흐르면서 웅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내려가기 힘들 듯이 역사도 과정이라는 게 있다. 다행히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하는 윤 사무처장을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의 사회복지 문제와 북유럽의 복지정책에 이어 완전 비례대표제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 내부의 뿌리 깊은 다양한 사회갈등과 행복지수, 20년 동안 막혀있는 민주시민 교육문제 등을 들어본다.

 

- 지난 4.15 총선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했지만, 거대 여-야 정쟁의 산물로 전락한 ‘위성 정당’으로 빛을 잃었다. 이런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 선거 초기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위성 정당이 아니다’라는 형식적 판단을 한 것 같다. 정당은 실체적 내용이 중요한데, 선관위가 ‘가짜정당’ 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면서 정당에 대한 실체와 분석을 면밀하게 하지 못한 오류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지난 4.15 총선은 비례대표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지금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상황은 매우 잘못됐다는 평가고, 시민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정쟁에 몰두하는 정당들도 문제지만,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그런 문제점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 실체가 없는 위성 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의 잘못은 말할 나위도 없다.

 

- 현재 동서지역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양당제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은.

▲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정치구조라는 게 시민의식과 결을 같이 해서 가야 하는 문제다. 우리 사회가 비례대표제라는 정치적 의제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지만, 앞으로 비례대표제가 강화되면서 양당제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서구 유럽만 해도 민주주의가 3백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민주공화국의 정체를 만든 이래로 7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시민의식의 발효와 숙성을 위한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면서 시민의식을 높여나가야 한다.

 

- 북유럽과 남유럽 국가의 비례대표제 차이점이 있다면.

▲ 유럽은 북유럽과 남유럽, 중부유럽이 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은 핀란드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과 달리 국가 차원의 복지가 빈약하다. 이들 국가는 한국처럼 주로 가족 중심사회다. 그러다 보니 복지 문제를 국가가 아닌 가족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북유럽은 복지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그 대신에 국민의 삶의 안전망을 위해서 세금을 많이 거둔다. 대체로 북유럽 국가들의 시민들이 행복지수가 높고, 삶의 질도 높다. 북유럽 국가들이 전면적인 정당 비례대표제를 가지고 있지만, 남유럽은 부패지수도 높고, 정치도 후진적이다. 이 같은 원인은 선진화된 정치제도와 이 제도를 만들어내는 시민의식의 역량 차이라고 볼 수 있다.

 

- 핀란드와 스웨덴이 복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 북유럽은 거의 150~200년 동안 피나는 사회민주화 투쟁을 통해 복지선진국을 이룩했다. 한국의 정의당과 비슷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은 1932년에 집권해서 1976년까지 44년 동안 한 번도 정권을 빼앗기지 않았고, 집권 기간 내에 사회보장시스템을 완성했다.

사민당은 일단 복지혜택을 깔아주면서 시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44년간 장기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복지에 대한 체감과 효능을 차츰 깨달았고, 복지시스템은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해체할 수 없는 제도가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회적 제도들이 그렇듯 오래되면 경직화되기 마련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북유럽에서 복지에 대한 효율적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80년대 이후에는 대체로 좌파와 우파가 번갈아 집권하면서 효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다.

 

- 한국 우파와 달리 북유럽 우파정당들은 복지정책을 지지한다는데.

▲ 우파라 해도 우리나라 같은 우파가 아니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정치권은 복지만큼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도 복지를 부정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 아니면 국가가 얼마나 책임을 지는가 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다.

한국은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에서 복지 강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워낙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크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나서서 강력하게 요구를 해야 한다. 다수의 시민이 요구하면, 정치권도 자연스레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지금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 비례대표제와 양당제의 장⦁단점을 든다면.

▲ 우리나라 선거형태는 주로 지역 중심 또는 인물 중심으로 뽑는 체제다. 그에 비해, 북유럽 복지 국가들은 거의 100%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다. 완전 비례대표제 체제에서는 정당의 정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인물이 아니라, 정당의 가치와 정책을 따져서 뽑는다. 북유럽식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면, 정치문화가 기존의 체제와 판이하게 바뀌게 된다. 정당정치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진보정당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독일은 ‘지역선거에서 50%, 비례대표로 50%’를 뽑아 1:1의 비율 체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5:1이 안되는 데 적어도 지역과 비례가 2:1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거의 100% 비례 정당 체제다. 지난해 12월 핀란드에서 30대 여성 총리가 나온 것도 이런 정치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유럽의 10대 20대들은 학교에서부터 민주주의 정치교육을 받으며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들이 30대가 되면, 10년 정도의 정치경력을 쌓게 된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책임과 권리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 등 다양한 교육을 한다. 민주정치와 민주시민을 가르치는 문화가 정착돼 있고, 이것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 최근 한국의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국난 극복이 취미인 한국인’이라는 비난도 칭찬도 아닌 댓글이 돌고 있다. 예로부터 왕조의 무능과 부패한 정치로 국난 때마다 백성들이 온몸으로 막아냈던 아픈 서글픈 역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인터넷에 그런 글들이 돌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사실 슬픈 일이다. 실제로 우리 역사를 보면, 조선 시대 7년 동안 겪은 임진왜란만 해도 왕조의 무능 때문이었다. 국가 전체가 쑥대밭이 됐고, 민중들은 엄청난 도탄에 빠졌다.

왕조 말기의 정치적 무능은 일본제국에 의해 국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고, 강점 치하에서 처절한 독립운동을 해야 했다. 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다. 4.19부터 지난 촛불 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국난이 생기면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맨몸으로 나서야만 했다. 이런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다.

한반도가 가진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도 무시할 수 없고, 옆에 강대국과 맞대고 있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을 만들지 못한 깊이 있는 반성과 성찰도 해야만 제도화와 시스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가.

▲ 1987년 민주항쟁만 해도 내부분열 없이 변화와 혁신을 이뤘다면,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87년 이후 외형적으로 민주화되기는 했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실질적인 민주화를 만들지 못했다. 형식적인 민주주의만 있었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없다 보니, 국민의 삶의 지수도 상당히 낮아졌다.

국민 총생산액 GDP가 세계 12위 권이고, 인구 5천만 이상에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3050클럽’ 국가지만 시민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팍팍하다. 이런 총체적인 결과가 IMF 이후 20년간 지속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다. 이 2가지가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한다고 본다.

 

- 한국의 행복지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 지난 3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이었다.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18, 2019년 2년 동안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조사를 통해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UN이 발표한 우리 사회의 행복순위는 153개국 중 61위로 나타났는데, 2019년 54위에서 7단계나 하락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인해 민생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촛불 정부의 양극화 개선 노력도 체감하기 어렵다. 시민들의 행복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現 (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前 서울시 도시재생센터 운영위원
前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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