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합당 논의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보수 정치권이 총선 참패 이후에도 여정이 순탄치 않다. 형제정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합당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합당 방식을 놓고 ‘동상이몽’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양당 모두 합당에 대한 분명한 의지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흡수 통합'이냐, '당 대 당 통합'이냐를 두고 이견이 있어 향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두 당의 통합 과정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4·15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선거 직후 합당하기로 했다. 이미 ‘위성정당’ 격이어서 제각각 생존은 애초부터 없었다.

양 당은 21대 국회에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함께 전개하기로 했지만 과정이 석연치 않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합당 즉시 아무것도 안 맡고 제주도로 내려갈 것"이라며 합당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방식에 대해선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미래한국당은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즉시 합당이 바람직하다"며 흡수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엔 당면이나 국회 상임위 배정 등 미묘한 사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은 최근 5월 29일로 끝나는 원 대표의 임기를 합당 시까지 연장하되, 최대 석 달을 넘지 않도록 결정했다. 원 대표에게 권한이 위임된 상황이다.

양 당은 합당 시기 등을 놓고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합당 수임기구에는 통합당 김상훈 이양수 의원, 미래한국당 염동열 의원과 최승재 당선인이 참여하기로 했다.

통합당은 조속한 합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결단만 하면 언제든 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실무적인 준비는 거의 됐다"며 "미래한국당의 합당 의지만 분명하면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저쪽이 빨리해줘야 한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합당 의지 확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 일각에선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합당을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독자노선’ 가능할까

통합당 관계자는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당을 이끄는 식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 대표의 임기를 8월 30일까지 연장한 한국당은 통합당의 자세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20대 국회 임기 내인 5월 말까지 합당할 의사가 없으며, 21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합당을 차일피일 미루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가 독자세력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얘기다. 총선에서 19석을 확보한 미래한국당은 1석 이상을 추가하면 21대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독자노선을 걷지 않더라도 교섭단체를 꾸린다면 통합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더 큰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참여하고 국고보조금을 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통합당 내에서는 한국당을 향해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합당을 전제로 한다면 원 대표의 임기 연장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은 합당한다고 하면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눈속임 아닌가"라고 말했다.

원 대표는 최근 “합당의 법적 절차가 있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민주정당인 만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주 대표는 “우리는 무조건 즉시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위원회만 하면 된다”며 “저쪽도 당헌·당규상 최고위만 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원 대표와 한국당이 독자 노선을 걸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수진 한국당 대변인은 “합당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재확인했지만 미묘한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

원 대표 등은 당대당 통합을 언급하고 있다. 당대당 통합을 성사한다면 당 지분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출범한 미래한국당이 합당 시 지분 절반을 요구하는 모습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게 통합당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제2의 ‘한선교 사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 대표가 배수진을 친 것도 눈길을 끈다. 원 대표는 합당 이후 여의도를 떠나겠다고 전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원 대표에게 “통합 후 공동대표를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이에 원 대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집사람과 제주 올레길을 갈 것이다. 통합 후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 대표는 또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합당 절차를 밟았지만 또 다른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원 대표는 "비례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를 여당이 만들어놓고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여권이 법을 강제 통과시킬 때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저항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또 합당의 시너지를 최대한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와 관련 "합당 기회는 단 한번이다. 정치는 기회가 왔을 때마다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모습,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면서 “단순히 국회의원 숫자만 늘어나는 합당은 의미가 없고 국민께 감동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명칭도 한국당으로 해야 한다는게 원 대표의 생각이다.

제1야당 통합당이 한국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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