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 현상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코로나19의 쓰나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4분기 소득 1∼3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2017년 1·4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이상징후’가 뚜렷하다.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남기고 있는 경제 영향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서민들의 지갑이 꽁꽁 닫히고 있다. 실제 소득도 줄어들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소득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각각 3.3%, 2.5%, 4.2% 감소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4∼5분위 가구는 각각 7.8%, 2.6% 늘었다. 소득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지난 2017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율은 각각 5.2%, 2.5%, 0.1%였다.

올 1·4분기 1분위 근로소득은 51만 3,000원, 5분위는 812만 7,000원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근로소득의 경우 취업 인원수가 가구원의 0.65명에서 0.645명으로 줄어든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소득 증감률이 분위별로 엇갈리면서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19년 1·4분기 5.18에서 올 1·4분기 5.41로 더 나빠졌다.

2019년 2·4분기 4.58, 2019년 3·4분기 4.66, 2019년 4·4분기 4.64 등에서 더욱 나빠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2019년부터 소득과 지출을 통합한 가계동향조사를 내놓으면서 2018년 이전과 분배 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3.9% 증가한 데 반해 5분위는 8.3% 늘었다”면서 “이런 요인이 5분위 배율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문 노믹스’, 대책은?

코로나19가 남기고 있는 경제적 파장은 서민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은 중하위(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에 직격탄이 됐다.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는 하위 20%(1분위)보다 5.41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5.18배)보다 악화한 수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2018년(5.95배)보다 아직은 나은 수치지만 지난해부터 통계청이 조사 방법을 개편해 단순 비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늘어 눈길을 끌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급여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근로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1분기에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약 27만명의 임시·일용직 취업자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은 소득 상위 가구보다 1∼3분위 소득 하위 가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득 뿐만 아니라 지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체 가구로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8%·2.2% 늘었다.

특히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공적연금·사회수혜금 등의 공적이전소득이 지난해보다 13.4% 증가했다. 일해서 번 돈보다 정부 재정으로 메운 돈이 더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수령액처럼 일시적인 소득인 비경상소득은 79.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긴급재난지원금과 실업자 퇴직수당 등의 지급이 늘어나면 향후 가계의 공적이전소득과 비경상소득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 패턴도 바뀌는 양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 바깥에서의 소비는 줄었고, 집 안에서의 소비는 늘었다.

집 밖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87만 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10.5%)와 보건(9.9%) 분야 지출은 늘었지만,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 음식·숙박(-11.2%) 지출은 줄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 상 교육비마저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통계청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특정 분야에서는 소비가 증가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감소하는 패턴이 1998년 외환위기때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지출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면서 1분기 가계부는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9만 1000원을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비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 동분기 대비 7.9% 낮아졌다. 가구당 흑자액은 평균 141만 3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8.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빨간불’

하지만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의 절반 이상은 소득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해 적자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취약계층의 ‘추락’이 우려되는 이유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올 1분기에 25만 2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소득은 149만 8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175만 1000원이었다. 1분위 가구 중 53.0%가 적자를 봤고 전체 가구 기준으로 보면 22.7%가 적자였다.

1분위 가구보다 소득이 많은 2∼5분위 가구는 모두 흑자였다.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1분기에 408만 2000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5.7% 증가했다. 분위별 가계수지 흑자폭은 4분위 166만 1000원, 3분위 103만 8000원, 2분위 53만 4000원이다.

1분위 가구는 1∼2인 가구가 많아 평균 가구원수가 2.36명으로 5개 분위 중 가장 적다. 1분위 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61.8세로 가장 높다. 반면 5분위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3.49명으로 가장 많고 가구주 연령은 49.1세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희망퇴직이 늘면서 퇴직금이 소득에 잡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줄었지만 전체 소득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이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활동을 자제하면서 지갑이 꽁꽁 닫힌 것을 주목하고 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음식·숙박비나 교육비 등의 항목들 지출이 굉장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식료품 및 비주류지출이나 보건·의료비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분기에도 분배 악화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여건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조속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2분기에는 코로나19가 가계 소득에 더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동향에서 임시·일용직 감소폭이 크게 나타난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근로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쇼크’가 6월의 뜨거운 햇볕으로 둔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