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서울살이
고군분투 서울살이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05.2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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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1. 불확실성이 주는 충격

2020년을 관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이기에 모든 이들이 크든 작든 이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더욱이 집 없이 떠도는 신세라는 점과 언제 집(소주)으로 돌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다는 점 두 가지가 합쳐져 현재와 미래에 주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절절하게 깨닫는 중이다. 어느덧 원치 않은 서울살이가 4개월을 꽉 채워 가는데 중국의 국경 개방은 요원하기만 하다. 양회(两会)가 끝나면 점차 개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요즘 6월 비행편 관련 뉴스나 사람들의 논쟁을 보면 이는 관측이 아닌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었나 싶다.

심지어 올해 안에는 중국 입국이 힘들 것 같단 비관론도 종종 보이는데,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게 된다고 치자. 그 사실이 확실하다면 차라리 전셋집을 구하고 회사에 복직해서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찾으리라. 남편과 떨어져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게 안타깝지만 절름발이 생활을 끝내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 더 크리라.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미정이니 생활이 이도저도 아니다. 한국생활에 충실하도록 아이를 어린이집이라도 보내면 좋으련만 입국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희망에 어딜 보낼 수도 없다.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는 4월부터 실시간 화상수업을 점점 늘려가서 이번 주에는 심지어 1학년의 하루 교과가 무려 7교시다. 언어가 되지 않는 아이를 태블릿 앞에 종일 앉혀두고 매 교시마다 약 30분씩 수업을 받게 하는 게 참 고역이다.

사진 1) 금주의 1학년 시간표.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몇 주 전 새로 등장했는데, 수업 확장을 위한 무리수로 보인다.
사진 1) 금주의 1학년 시간표.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몇 주 전 새로 등장했는데, 수업 확장을 위한 무리수로 보인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1학년이면 지식 자체보다는 학교에서 사회성을 기르며 또래 및 교사들과 어울리는 ‘시간’의 가치가 더 중요한 나이일 텐데, 학교 측이 꾸역꾸역 수업을 매주 더 늘려가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학비 감면 움직임을 억누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로 비친다. 중국 정부에서는 4월 미등교시 수업료를 받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국제학교는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아 연간 총 3학기 중 한 학기의 수업료를 고작 15프로 감면해주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아이 학년은 저번 주에 개학했고, 이번 주부터는 방과 후 보충수업을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다는데 그것도 소주에 있어야 가능한 거고 미입국자들은 선택권 자체가 없다. 1학년이 보충수업까지 해서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몸이 베베 꼬이는 아이를 억지로 앉혀두고 온라인 수업을 시키는 게 과연 아이의 학문적 성장이나 경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하루에도 수차례 회의가 들지만 감면도 안 해주는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생각하면 건너뛸 배짱도 없다. 한마디로 몸은 한국에 있는데, 생활은 중국에 맞춰 하려니 여기저기가 삐걱대고 마음은 마음대로 수선스럽다. 매주 바뀌는 화상 수업(zoom)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지를 찾아 헤매는 것도 무슨 보물찾기도 아닌 것이 참 스트레스다.

 

#2. 국제학교 1학년은 뭘 배울까

국제학교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수업 내용이나 방식이 뭔가 굉장히 다를 것 같고, 학생들의 분위기도 우리와는 천지차이일 것 같은 막연한 상상이랄까. 이에 도움이 될까 싶어 몇 달간 각종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켜본 국제학교 1학년들의 교과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일단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수학 진도다. 2월에 곱하기(2 곱하기부터 10 곱하기까지 배웠다)랑 배수(skip counting- ‘건너뛰면서 세기’라는 개념으로 가르친다), 나누기를 배울 땐 그러려니 했다. 나누기가 좀 어렵다고 생각은 했지만 빼기, 표(일종의 행열) 그리기, 나눠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기에 그럭저럭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진도는 시계 보는 법이었다. 단순히 시:분을 숫자로 말하는 게 아니라 ‘분 past 현재시’나 ‘분 to 다음시’로 표현하는 고차원(?)적인 방식까지 가르친다. 그러고 보면 한국어가 시간을 말하는 방식은 제일 간단한 편이다. 30분을 ‘반’으로 호칭하는 걸 빼면 딱히 예외사항이 없다.

시간 다음은 도형이다. 평면 도형과 입체 도형이 나오는, 자세하진 않지만 입체도형의 평면도까지 다룬다. 난이도가 급격히 계단처럼 상승하는 느낌이다. 그러던 것이 며칠 전에는 무려 벤다이어그램이 등장했다. 필자의 학창시절이 너무 오래되어 기억의 오류인지 몰라도 벤다이어그램이라면 이전엔 중학교에서나 공부하던 개념이 아닐까? 집합은 상당히 추상적인 수학개념이라고 느껴왔기에 아이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다음 진도는 과연 뭐가 될지 상상이 안 된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필자를 충격에 빠트린 벤다이어그램 과제. 설명하기 어려워서 여러 개 중 제일 덜 추상적이고 쉬운 걸로 하나만 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예체능 과목의 특이사항은 체육과 음악은 있는데 미술은 없다는 점이다. 따로 교과목엔 없지만 평상시에 학교에서 만들기와 그리기는 많이 한다.

언어 수업으로는 읽기(영어)와 중국어가 있다. 언어는 수준별 그룹수업을 하는데 딸아이의 경우는 영어와 중국어 모두 초보이니 파닉스와 간단한 한자, 단어를 배우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까다로운 수업인 탐구 수업이 있다. 한 주제에 관해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보고, 지식을 배워나가는 방식인데 너무 많은 질문이 주어지는 게 문제다. 이전에 ‘발견’과 ‘탐험’이란 주제에 대해 배울 때는 필자도 생소하고 다양한 과학자와 발명가들의 발견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요즘은 서식지와 이에 따른 동물 생김새의 특성에 대해 배우는데 며칠 전에는 다양한 동물의 얼굴 사진이 나오고 “왜 어떤 동물은 눈이 앞에 있는데, 어떤 동물은 눈이 옆에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보아하니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차이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이 사진을 ‘통합’하고 ‘분류’해서 눈이 먹이와 연결됐다는 고차원적인 결론에 스스로 도달할 수 있을까? 혹은 그저 지식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1학년에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제의 ‘눈과 먹이의 관계’를 묻는 과제. 아이에게 그럭저럭 설명했으나 살짝 갸우뚱한다. 하긴 이 과제가 아니었으면 나도 딱히 동물의 눈 위치와 먹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절반은 온라인으로 떼운 1학년이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어떤 과제가 또 부모들의 진땀을 뺄지 사뭇 기대(?) 된다.

 

<류지연 님은 중국 소주에서 살다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서울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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