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촛불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정을 보면, 다양한 부문에서 잘한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교육 분야만큼은 개혁적 수준을 이루지 못했다고 본다. 이 말은 교육계의 복잡미묘한 교육정책 문제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지난 20대 국회가 혁신교육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한 사안도 산적해 있다. 국회는 입법 활동과 행정부의 교육정책과 업무 프로세스 등을 들여다보고 수정과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21대 국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교육정책 평가가 안 좋으면, 정부의 교육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비록 그런 점에서 어느 한 측면에서 비판적인 역할을 할지라도,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성공을 도울 것이고, 협력해 갈 것이다.

 

- 일각에서 유럽처럼 ‘입시 폐지론’도 나오고 있는데.

▲ 우리의 입시는 너무 과도하다. 물론 첨예한 입시경쟁을 거치지 않고, 공부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대학진학으로 연결되어야 맞다. 지금과 같은 입시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선의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도 난이도(難易度)가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높다. 교육량도 너무 많다, 교육은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 교육을 해야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이것을 모두 덜어내고, 교육의 난이도를 완화하고,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한 가지 재능교육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교육의 목적은 특정한 분야의 기능인을 길러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발굴해 특별히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이나 태도, 가치관을 길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어느 분야로 나가든 민주시민성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국·영·수’로 획일화된 교육체계도 문제다.

▲ 지금과 같은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매우 전일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아이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교육이 아이들의 다양한 자질과 재능을 골고루 인정하는 제도로 정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계 ‘편식주의자’들이 지배해 온 우리 사회가 이런 낡은 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각자가 타고난 능력을 개발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들이 나올 수 있다.

 

- 삶과 결합 된 인성교육이 절실한데.

▲ 그렇다. 이제는 지식의 벽에 갇혀 있는 교육이 아닌 삶을 배우는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 작게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들을 계속 접촉할 수 있고, 나눔을 가르치는 교과과정을 만든다든가, 크게는 마을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일련의 변화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언론이 주목하지 못해서 그럴 뿐, 지난 10년 전부터 진보교육감들이 들어오면서부터 상당한 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 교육에 대해 공격하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 이런 점에서 인식이 끊기고, 공유가 안 되는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교사들이나 진보교육감,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교육의 큰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 가고 있다.

 

- 지구환경 파괴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기후변화로 인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생태환경을 무시한 환경교육을 지금부터 해야 하지 않나.

▲ 코로나 이후 지구생태계 파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전 인류가 온몸으로 생생한 체험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교에서 환경교육은 선택하면 좋고, 안 하면 안 해도 좋은 열외 과목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적으로 지속발전 가능 교육이 보편화 되고 있다.

스웨덴만 해도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같은 17세 소녀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유명 인사가 되는 일도 있었다. 그 학생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지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수의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들이 교육과정에서 선택의 영역을 넘어 지구생태계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인간의 책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생존 문제로 연결해야 한다. 앞으로 상당한 비중으로 다룰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 산업화시대 전유물인 학벌주의와 명문대 쏠림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 사실 교육계 바깥부터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 사회 노동시장이 양극화가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친 학벌주의다. ‘학벌’이 우리 사회에 계급이 되면서 다양한 비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학벌을 기반으로 한 노동시장도 심하게 양극화되었고 왜곡도 심하다. 부를 상속받을 만한 계층이 안 되는 사람들이 상류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학벌이다. 이런 이유로 지방의 수도권 대학 쏠림과 명문대 쏠림 현상이 지금도 여전하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은 과연 근본적인 책임이 없었는가. 교육계가 그동안 꾸준하게 민주시민 교육을 잘했다면, 지금과 같은 망국적인 학벌 사회를 깨고 나갈 수 있는 저력 있는 인물들을 배출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몇십 년 앞을 내다보고 합리적이고 비판의식이 장착된 민주시민들이 사회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 시민단체가 20년 동안 민주시민 교육을 지난 정부에 요구했지만, 보수 정권의 진영 논리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 민주시민에게 태도나 자질도 중요하지만, 비판적 사고도 중요하다. 실제로 사회문제에 참여하면서 책임을 지는 주체적 태도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학벌과 양극화’를 깨기 위해 실천적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일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럴수록 우리 교육계가 탄탄하게 민주시민 교육을 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이나 왜곡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실천가들을 길러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시민 교육은 학벌 사회를 깨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국회와 같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주체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정책과 제도 개선을 통해 학벌주의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 지난 20대 국회의 교육 의정을 어떻게 분석하나.

▲ 교육과 관련한 국회의원이 ‘종이 법안’을 만들었다고 해서 교육현장을 단번에 바꾸기 어렵다. 회기가 종료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이 2만5천여 건인데, 자동폐기된 법안만 1만5천 건에 달한다. 문제는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얼마나 했는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의 변화를 이루려면, 국회 바깥에 있는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협력해 갈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조율을 잘하고, 의정활동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교육계 시민단체들과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갈 것이다.

 

- 향후 혁신 교육을 위한 정치철학이 있다면.

▲ 나는 원래 정치인이 아니다. 또 정치를 안 하다 정치인이 된 것도 아니다. 나에게 정치는 삶 자체가 정치였다. 28년간 걸어왔던 학교 안팎의 교육현장이 바로 나의 정치무대였다.

국회의원은 제도정치권에서 일정 기한 동안 특정한 역할을 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지만, 사실 국회 바깥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어떤 면에서 나름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영역 면에서 다르지만, 크게 보면 역할분담이 같다. 따라서 이분들과도 하나의 협력 파트너(Collaboration Partner)로 가고 싶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교육계에 전할 말이 있다면 남겨달라.

▲ 25년 가까이 중학교 역사 교사를 했고, 4년 동안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에서 교육 발전을 위해 부단한 활동을 했다. 자의든 타의든 교육현장과 교육계를 대표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 입성했고, 정치권에 들어온 셈이 되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교육계는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고 복잡한 분야다. 사회 분야만 해도 노사 간 갈등문제들은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이해관계를 잘만 조절하면 어느 단계가 되면 해결도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라는 약간의 변수가 끼어있지만. 그러나 교육문제는 좀 다르다. 교육계의 다양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너무 다른 ‘백가쟁명’식의 의견들을 내놓지만,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어서 해결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서로 의견만 충돌하는 분야다.

그런 점을 오랫동안 봤기 때문에 그런 사안들을 잘 안다. 무엇보다 복잡다단한 의견을 가진 교육계 인사들을 만나 ‘조율’을 해나갈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폭넓은 소통과 협력을 통한 의정활동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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