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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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혜리 기자
  • 승인 2020.06.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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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클리 마음돌봄: 여섯 번째 돌봄, 여성 폭력에 대해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아프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 이전에 질병과 사고를 완전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잘 이겨낼 수는 있다. 도리어 이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이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몸이 아프면 온 신경은 아픈 부위에 집중된다. 하물며 감기나 생채기 하나에도 처방을 받거나 적절한 요법을 취하는데 마음에 난 상처에는 유독 무관심하다. 하지만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위클리 마음돌봄은 삶에 관한 단편 에세이 모음이다. 과열 경쟁과 불안 사회를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스스로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다. 글쓴이의 마음의 조각을 엿보는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위클리서울/ pixabay.com, 그래픽=이주리 기자

여성 폭력에 대한 최근 3가지 통계적 실태

여성가족부는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연구’에서 약 20%가 넘는 여성들이 배우자로부터의 폭력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부부폭력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배우자의 폭력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하는지 조사했는데, 부부폭력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의 66.6%가 당시 ‘그냥 있었다’고 답했고, ‘자리를 피하거나 집으로 도망’은 24.1%, ‘함께 폭력을 행사’한 것이 8.1%, 1.0%만이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했다.

한편 한국 여성의 전화는 ‘2019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에서 “2019년 작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8명”임을 보고했다. 즉,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는 바를 시사한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은 이 통계적 표현을 더욱 놀랍게 만든다.

 

ⓒ위클리서울/ 구혜리 기자

한국 여성의 전화는 2000년대 들어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사례분석과 실태조사를 보고해왔는데 2018년 자료 기준 성폭력 가해자 중 85%가 직장 관계자, 전·현애인, 데이트 상대 등 피해자와 아는 사이임을 밝혔다. 여성 폭력은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사회 속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 위계가 폭행에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는 여성 폭력

온·오프라인으로 여성 폭력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붉어지며 사이버 공간에서 확대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 또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불법 촬영물(사진 및 동영상)과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 이번 n번방 사건 내에서도 ‘지인능욕방’이라는 별칭으로 지인의 사진과 동영상을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하며 성범죄에 이용하는 등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성 폭력이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가해진다는 점과 사이버 여성 폭력의 유형은 동떨어져있지 않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성착취사건의 주범 격으로 구속된 운영자 조주빈(25)은 스폰쉽과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미성년자가 포함된 피해자들을 유인했고,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아 내거나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낸 뒤 협박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이를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 해외 메신저 앱을 이용해 무료와 유료의 대화방 등급을 나누고 가상화폐를 수단으로 대가를 받아 유포했다.

연일 언론은 조주빈의 공범, 그리고 조주빈 이전에 운영자들의 구속 및 검거 현황을 알린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범행을 꾸리고 이를 직접 운영했던 범죄자를 말살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종결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주빈을 비롯한 n번방의 운영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동기는 결국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를 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드는 자도, 유포하는 자도, 보는 자도 모두 똑같이 범죄에 가담한다. 결국 사이버 여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모두의 문제라는 점과 범죄라는 점을 인지하고, 범죄에 동참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 폭력을 읽는 우리의 자세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권위와 권력의 불평등한 구조에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폭력은 가부장제도 하에서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데에서 기인하며, 권력구조의 재조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따라서 여성에게 경제권과 의사결정권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독립적으로 가정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한편 성폭력은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고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남성이 가하는 폭력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남성은 지배력을 향상하여 성불평등과 계층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성불평등론의 관점에서 피해여성의 경험을 해석하고 피해자를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일에 휘말린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옹호 받아야 마땅한 존재로 접근하고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곧 삶이다. 남녀 모두 평등하자는 것은,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서 여성 스스로 자신을 인지하고 살아남았음을 지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교정과 처벌에 동참하는 것. 또한 생존자를 위해 심리․정서적 치유 프로그램과 직업훈련, 교육, 보육서비스, 법률상담, 건강보호 등 상실된 자아존중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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