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퇴(恬退)’라는 아름다운 두 글자
‘염퇴(恬退)’라는 아름다운 두 글자
  • 박석무
  • 승인 2020.06.16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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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지봉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사람이 알아야 할 온갖 지혜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책의「인물부(人物部)」에는 ‘염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염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명리(名利)에 욕심이 없어 벼슬을 내어놓고 물러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은 벼슬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일인데, 벼슬에서 물러나는 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익을 취하는데 급급하지 않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이수광은 그 항목에서 조선 사람으로는 세 사람을 들어서 벼슬, 명예, 이익에 욕심을 버렸던 대표적인 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맨 먼저 농암 이현보(李賢輔:1467-1555)를 들었습니다.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지내고 경상감사와 호조참판에 이른 고관이었으나 벼슬이나 이익에 탐하지 않고 참으로 청렴하고 강직하게 일을 처리했고 말년에는 온갖 욕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하여「어부사」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안온하게 89세의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후배 퇴계 이황이 그를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분입니다. 두 번째는 하서 김인후(金麟厚:1510-1560)입니다. 문과에 급제하여 인종(仁宗)이 동궁시절 사부로 높은 벼슬이 보장되었건만 불의한 시대에 벼슬하는 일을 욕되다고 여겨, 겨우 교리(敎理) 벼슬에서 은퇴해버리고 시골에 묻혀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후학들이나 양성하다 세상을 마쳤으니 그처럼 욕심을 버린 분이 어디 또 있었겠는가요.

세 번째는 사암 박순(朴淳:1523-1589)으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고 시인으로도 명성이 높았으며 학자로서도 높은 수준이었지만, 벼슬이나 이익에는 언제나 담박하여 물러날 때는 미련 없이 벼슬을 던져버리고 시골에 은퇴하여 여생을 보내면서 아무리 벼슬에 나오도록 권유했으나 끝까지 서울에는 발도 딛지 않고 말았기 때문에 고관대작으로서는 가장 뛰어난 ‘염퇴’의 인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수광은 말합니다. “벼슬에서 물러나 살면서 세상일에는 뜻을 끊으니, 그의 청렴한 절개는 늙을수록 더욱 높았다. 근래 대신들은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끝내 그분과 같은 사람은 적었다.”라고 평을 달았습니다.

다산도「해좌공유사(海左公遺事)」라는 글에서 ‘염퇴’에 뛰어난 사람으로 해좌 정범조(丁範祖)를 들어서, 비록 그가 온갖 좋은 벼슬을 모두 지내고, 홍문관 제학, 형조판서의 고관에 이르렀지만 언제나 벼슬과 이익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물러날 때는 전혀 미련 없이 가볍고 산뜻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사람 모두의 존경과 숭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해좌공은 청초한 긍지와 고상한 명망이 마치 학(鶴)이 서 있고 난(鸞)이 멈춰있는 것과 같았으나 당시에는 모르더니 뒷날에야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라고 말하여 그의 염퇴의 덕이 얼마나 높았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벼슬은 놓기가 어렵습니다. 이익을 거부하기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한번 높은 지위에 오르면 영원히 붙들고 싶고, 한번 국회의원이 되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고, 그만두고는 다른 어떤 벼슬이라도 결단코 더 해야만 되겠다고 온갖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 ‘염퇴’의 미덕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살아있는 사람이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주저되는 일이지만 최근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6선의 의원에 국회의장까지 거의 보장받았지만, 할 만큼 했다면서, 이제는 미련 없이 정계에서 떠나버린 ‘염퇴’의 큰 인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세상에 염퇴에 해당하는 인물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겨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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