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제속도 너무 빨라 근본적인 Slow Life 모색할 때”
“기술⋅경제속도 너무 빨라 근본적인 Slow Life 모색할 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6.1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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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일상이 멈추고, 경제와 비즈니스, 여행 등 삶의 패턴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른바 코로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해 인공지능(AI)과 사물 인터넷,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앞당기고 있다. 미래 산업변화에 따른 발전속도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와 4차 산업기술 시대에 기업과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미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되고 있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특히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붕괴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원격근무가 늘고 그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임금문제와 노동조건 문제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기업들이 미래 대응과 적응을 잘해야 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가 40%로 늘었고, 기업은 ‘재택’을 이유로 임금을 깎을 것이다. 그럴 때, 과연 노동의 ‘안전망’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미래 사회의 불안한 단면을 지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자도 사회안전망이 없는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일반 서민 등 취약계층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동자 안전과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했을 때, 과연 미래의 자본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자본주의가 여기서 그대로 끝날 수도 있고, 정확한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분석하는 김진희 공동대표를 만났다.

노무법인 벽성 대표이자 공인노무사인 김진희 대표로부터 코로나-인공지능 시대 이후의 노동문제와 자본가와 노동자의 미래,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자국 경제 중심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서의 노동법과 양극화, 노동교육, 사회갈등문제 등을 짚어본다.

 

- 코로나19 사태로 노동환경이 열악해지고 IT 기술과 함께 플랫폼 산업 확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노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래의 노동 어떻게 분석하나.

▲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미 산업 상황은 이전부터 급격하게 변해왔다. 이에 정부가 없어져 가는 일자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온라인 등 새로운 노동환경에 적합한 일자리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 잘하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기술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코로나 사태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양상이지만, 사실은 그동안 지나치게 작동했던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도 깊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자체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체계지만, 이제 천천히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이 너무 기술을 추종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쨌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많은 변화의 메시지를 인식하게 되었지만, 우리에겐 코로나 국면을 넘는 산업기반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기반을 떠나서 살 수 없게 된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다운 노동을 구현할 것인지 등을 고민할 때다.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성곽 도시’(Walled City)로 전망했다. 무슨 말인가.

▲ 지금은 지구촌이 하나가 된 세상이다. 과거 보호무역주의 체제에서 신자유주의 체제로 급격히 이행되면서 세계화됐다. 예나 지금이나 자본의 속성은 어차피 세계화로 계속 질주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코로나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금 각국이 무역과 인력 등 외부유입을 단절하고, 코로나 해결에 사활을 걸며 자국 위주의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차단과 방역 차원에서 외부유입에 대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지나치게 되면, 과거의 봉건사회와 같은 모습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렇게 되돌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다원화된 지구촌 사회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게 되면, 그에 대한 피해는 힘없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도 한국도 이제 가야 할 길을 가라고 주문했는데.

▲ 개인적으로 기존에 우리나라가 해 왔던 시스템을 되돌아보라는 말로 이해했다. 산업을 예로 든다면 그동안 한국은 선진국 제품을 카피해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열심히 쫓아 왔다.

얼마 전 최진석 서강대 철학 교수는 “선진국은 새로운 것을 선도하는 국가다. 우리는 그동안 그들의 문화와 문물을 카피해 따라왔지만, 불행히도 선도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방역시스템에서 우리도 선도할 능력이 있음을 전 세계에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산업만 해도 몇 년 전까지 우리가 세계를 ‘리드’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많이 사양화됐다. 자동차는 본래 공업선진국 유럽에서 발명된 기술이다. 그것을 우리가 모방하고 기술을 끌어올려 활용한 것일 뿐, 우리가 창출한 게 아니다.

코로나 방역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준 것처럼,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것을 보여줄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역량을 발휘할 단계에 왔고 그것을 보여주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KTX서울역 방역작업
KTX서울역 방역작업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 코로나 이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 삶의 안전망이 위험해지는 가운데 노동형태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달했을 때, 대면 거래가 위험해지면서 온라인 게임산업이나 온라인 쇼핑, 온라인 영화산업의 매출이 급증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사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구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재발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이런 불안정한 미래에 대응하고 적응해 나가려 할 것이다. 노동환경도 마찬가지다. 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의사가 있는 기업이 40%로 늘어났다.

재택근무가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들이 있지만, 기업은 임대료 등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다.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이 호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과연 노동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나’하는 문제가 생긴다. 원격근무로 인한 사용자와 노동자 간 ‘사용종속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다.

사용종속관계란 사용자와 노동자 간 법적인 근로관계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한다든가, ‘출퇴근 여부’ 등 지휘 감독 범위가 법적 기준에 적합해야만 노동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

 

- 재택근무가 불안한 노동시스템을 만든다는 말인데.

▲ 재택근무는 사업주가 지정한 사무실과 같은 특정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고용 관계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특수고용직 형태의 학습지 교사라든가 외부에서 근무하는 플랫폼·택배 등 노동자들에게 많이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들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주 취약한 환경의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거나 대단히 허술했다.

그런데 원격근무가 보편화 되면, 사용종속관계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문제다. 이런 틈을 계기로 또 다른 유사노동자가 생길 수도 있다. 한편 노동자가 사무실로 출퇴근을 안 하니까 사업주는 출퇴근 교통비 등 부분을 감안해 ‘임금 삭감’도 고려할 수 있다.

 

- 정부의 법적 보호장치는.

▲ 노동환경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계속해서 지금까지 변해왔다. 하지만 취약계층이나 취약한 분야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사후 약방문 식으로 법이 제정되고 보호 체계를 만들어 왔다.

어느 순간 제도로 보완되곤 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엄청나게 입는 계층은 항상 노동자들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원격근무가 본격화되고,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불가피한 시점에 있다.

사실 비대면 소비행위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아니어도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늦었지만 국가와 우리 사회가 그런 예측을 미리 준비하고, 관련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노동환경이 변하면, 취약계층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보았고 도태됐다. 이게 악순환되는 게 문제다.

20년 전쯤 동네 가게들이 대형마트로 흡수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수많은 동네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예측되었는데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단지 법적인 잣대로 법 테두리 안과 밖의 노동자로 구분해 법상 노동자만 보호하려는 태도도 문제다. 노동형태는 꾸준히 변하고 있고 법은 이를 규정하는 기준일 뿐이다.

 

-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어날 전망인데.

▲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의 노동형태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피해를 본 희생자다. 이들이 바로 비자발적인 실업자다.

대부분이 해고당하거나 실업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데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택한 게 자영업이다. 앞으로 이런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양산될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노동환경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원이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기업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 관리-감독시스템을 강화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운영방식에 따라 사생활이 침해당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사전에 예측해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선제적으로 관련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변화에 대응해가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코로나가 ‘빅브라더’ 사회를 앞당긴다는 지적도 있다.

▲ 사실 코로나 사태에서 방역 당국은 IT 첨단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와 행적을 추적했다. 물론 바이러스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처다. 그러나 이게 공개됐을 때 개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안전망이 지금은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시민들은 이런 문제에 무관심했고, 이런 문제들이 간과된 채 ‘정부가 참 잘하고 있다’, ‘대처를 잘했다’고 호응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떤 확진자는 실제 사생활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개인정보 활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려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개인들 정보가 어떻게 이용될지 우려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빅브라더’ 사회 가능성을 지적했다. 세계적인 위험 상황이 닥칠수록 안전장치 없이 개인정보가 활용될 가능성도 많은 데다, 이를 합리화하기도 쉽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찾아내는데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정보기관의 감시 기술을 동원하려다 의회가 거부했지만 결국 긴급조치 명령으로 이를 무시해버렸다. 문제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 통제가 일단 시작되면, 나중에 상황이 아무리 완화되더라도 통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일반 대중이 인식해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노동위원장
노무법인 벽성 대표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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