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4차산업’ 겹치면서 노동자 미래 전례 없이 어두워”
“‘코로나-4차산업’ 겹치면서 노동자 미래 전례 없이 어두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6.18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한국도 개인정보 관련 법이 통과됐는데.

▲ 지난 1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데이터 3법인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법, 신용정보법을 말하는데 이때만 해도 시민들은 무엇이 어떻게 어느 정도 위험한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정보 활용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와 유전자 연구 영리사업을 승인했다. 보건복지부도 검사 항목을 확대한 유전자 인증제 시범사업을 승인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임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의료기기의 원격의료를 허가했다. 국민의 유전자 정보와 질병 정보가 영리 기업에 유입될 부작용에 대해 관련 학자들이 경고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어떻게 위험한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IT 기술에 개인정보가 활용되면서 ‘이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장 피부로 못 느끼지만 앞으로 우리를 심각하게 압박할 수 있다.

 

- 기술의 진보가 미래를 더 불안하게 한다.

▲ 유발 하라리는 IT 기술이 개인의 심리까지 읽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대처를 가장 잘한 나라로 중국을 꼽는데, 중국은 엄청난 확진자를 파악하는데 IT 정보기술을 이용한 감시체계를 가동했다는 나쁜 사례를 남겼다.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는 정부가 눈치를 보고, 시민단체들이 감시하기 때문에 기술 활용의 남용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지만,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은 가능했다.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중국의 IT 기술이 획기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얼마든지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은 개인정보 활용이 자유롭다.

 

- 기계가 노동을 대체했을 때 자본가도 안전할까.

▲ 자본의 축적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해서 출발했다. 그런데 노동력 대신에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고 가정할 때, 과연 자본가는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래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본의 속성은 이윤추구라는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체제다. 누가 통제해서 가는 게 아니다. 이 체제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개념이 아니다. 결국은 무한경쟁 체제로 양극화가 극도로 이행되자 세계적인 자본가들은 자신을 거대한 자본가로 만들어 준 현 체제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

부유세, 로봇세 등 각종 세금을 내자는 움직임도 있다. 막대하게 축적한 부를 조금이라도 떼어 줘야 자본주의가 돌아가고 자본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 노동자들이 극한 경쟁에서 밀려나고 결국 양극화 수렁에 빠지고 있다.

▲ 이에 대한 경고성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자본가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려 하더라도 산업시스템은 이미 무한경쟁 체제로 넘어간 상태라는 데 있다. 기술력에 경쟁이라는 가속도가 붙으면 많은 노동자는 산업 현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급하게 일자리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부를 재분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속도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거대한 전환’의 저자 칼 폴라니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 때 방향을 통제할 수 없고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면, 가능한 한 속도를 늦춰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생각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엄청난 속도전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피폐해지고 소외당했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게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세상은 나만 경쟁 안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데, 나만 안 하면 그대로 도태된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잘했어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노동환경 역시 세계적인 관점에서 연대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 인류와 환경⋅자본의 한계가 온 것 아닌가.

▲ 자본의 속성은 성장하지 않으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체제다. 자본가는 지상과 지하의 자원들을 총동원해 제품을 만들어 소비를 촉진 시켰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소비를 더 많이 해야 부의 축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쓸데없는 과잉소비를 되도록 줄이려는 노력, 즉 2~3개를 중복해 쓰던 것을 하나로 줄이는 소비행태가 필요하다. 소비를 줄이면 노동력 착취도 줄일 수 있다. 이것을 국가 단위가 아니라 세계 단위로 공유하고 연대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 노동법 문제를 짚어보자. 한국은 여전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등을 위반하고 있는데.

▲ 특히 유럽에서 이 부분을 빨리 보완하라고 하고 있고, 이를 하지 않으면 심지어 무역 제재까지 하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경제계와 보수주의자들의 저항이 심하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OECD 국가 위상으로 봤을 때,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사실 노조설립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다. 그런데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허락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

 

- IMF 이후 신자유주의가 공고해지고 기업과 노동시장 모두 ‘루저’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

▲ 우리 사회의 경쟁체제는 너무 과도하다. 30년 전의 경쟁체제가 10%의 사람들을 루저(Looser, 패자)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갈수록 루저가 많아지고 있는 구조다. 경쟁이라는 게 결국 대다수 사람을 사회에서 배제시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70~80년대 미국의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많이 하면서 인건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옮겨갔다. 이때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고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다가 20년 후, 1997년 한국이 IMF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기업들이 노동자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청을 주기 시작했다. 지금의 취약한 원하청의 뿌리가 이때부터 생겨났다. 기업의 비용 절감도 경영을 잘해서 된 게 아니라 노동자를 줄여서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대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하청업체 대표는 노동자만도 못한 사장일 정도로 열악한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식으로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계속 도태되었고, 비정규직도 엄청나게 늘었다.

 

- 일자리와 경쟁도 비정상적인 현실인데.

▲ 지금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안정성 문제를 따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비정규직은 여러 가지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일단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이런 사람들이 갈수록 점점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경쟁의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가 될 수 있다.

갈수록 기술은 발달하고 기업은 그 기술을 활용해 계속 사람들을 경쟁시키면서 노동자를 밀어낼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좀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려면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다.

 

- 스트레스와 사회적 갈등으로 삶의 질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문제다.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었다. 자살은 사회에서 더는 살아갈 수 없다는 극단적 선택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스트레스 강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자살률을 줄이는 치유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등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시스템 자체에 눈을 돌려야 한다. 노동이 건강하고 국민이 건강해야 사회 시스템도 건강해진다. 이런 선순환 구조에 너무 관심이 없다.

정부도 그렇지만 일반 기업이나 노동자들도 당장 내가 살기 힘들다 보니 일단 안정된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당연시한다. 이러면 영원히 해결하기 어렵다. 내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내 자식에게도 그대로 연결되는 문제다. 이것을 들여다볼 여유가 너무 없다. <3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