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북관계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코로나19 쓰나미가 지구촌을 여전히 휩쓸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마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 예고에 이어 대남확성기를 최전방 비무장지대에 다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한 이후 처음이다. 확성기 철거와 삐라 살포 중단은 4·27 판문점선언의 첫 이행 조치였다. 판문점선언이 폐기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화되고 있는 한반도 분위기를 살펴봤다.

 

2018년 남북공동회담시 도보다리산책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관계가 당시 ‘냉전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이 대규모 삐라 살포를 예고하고 대남확성기마저 재설치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군 당국은 북한이 DMZ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남확성기 재설치 작업을 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10여 곳에 재설치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을 예고한 이후 대남전단을 대량 인쇄하는 등 대남 심리전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한편에선 냉전시대의 심리전이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5월 1일 최전방 지역 40여 곳에 설치한 대남확성기를 철거했다. 당시 확성기 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선언의 첫 이행사례로 꼽혔다.

판문점선언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북한의 군사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확성기 시설을 설치하면 이에 대응해 철거했던 시설을 복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북한은 대남삐라 1200만장과 풍선 3000여개를 준비했다며 ‘역대급’ 살포도 예고해 분위기를 긴장시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분노의 격류, 전체 인민의 대적보복열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적삐라(전단) 살포투쟁을 위한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전단 1200만장과 풍선 3000여개 등을 준비했고, 전단 수백만장을 추가 인쇄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황 관리 중요”

통신은 “남조선의 깊은 종심까지 살포할 수 있는 여러 삐라살포 기재, 수단들이 준비됐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대남전단 살포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북한군 동향을 24시간 정밀 감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성기와 전단은 서로를 향한 비난의 상징이었다. 해묵은 냉전시대의 심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은 각각 40여 곳에 있던 확성기 시설을 철거했지만 이번 상황으로 복원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삐라 살포 예고에 이어 확성기 방송을 통해 심리전을 다시 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1962년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최전방 근무 군인들의 월북 등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맞서 남측도 1963년 5월 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맞불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심리전 재개와 관련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언급한바 있다. 하지만 남북이 서로 확성기 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4·27 판문점 선언’은 본격적으로 무효화 절차에 들어가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조처로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군사적 긴장 완화’ 장치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다.

한반도 분위기가 2년전으로 돌아가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더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일단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남북 관계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