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위클리서울=정길호] 최근, 한반도에서는 6·25전쟁 직후인 50~6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전단(삐라)을 통한 체제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6일 북한은 남한에 대한 불만 표시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남한의 통일부장관은 사임을 했다.

물론 전단 내용은 대한민국 수준이 이 정도인가를 의심할 만큼 품질이 낮고 설사 진실이라 할지라도 정치 도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사실이 아닌 허위 내용과 과장된 표현은 상대방의 감정만 자극할 뿐 선진 대한민국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 단체가 6월 22일 밤 대형풍선 스무 개에 대북 전단 50만 장을 담아 날렸다면서 그 증거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과 현수막이 달린 풍선 하나가 23일 오전 강원도 홍천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정부는 풍선 20개에 전단 50만 장을 날렸다는 이들의 주장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날린 건 홍천에 떨어진 그 풍선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단체 측이 최근 헬륨가스 40만 원어치를 구입한 것이 확인됐는데, 이는 대형풍선 한 개를 채울 정도밖에 안 되는 양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경찰 측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탈북 단체들은 거짓말까지 해가며 북한이 그렇게도 싫어하며 과민 반응을 보이는 행동으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남측의 대북 전단은 정부의 통제가 잘되지 않는 단체가 행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남측에서 먼저 공격한 만큼 이에 질세라 북한에서도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대규모 전단살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에는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분노의 격류, 전체 인민의 대적보복열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앙 각급 출판인쇄 기관들에서는 각 계층 인민들의 분노와 적개심이 담긴 1200만 장의 각종 삐라(전단)를 인쇄했다”며 3000여 개의 풍선을 통해 남조선(남한)의 깊은 곳까지 살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한 정책 당국들도 날 선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20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밝히며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북한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삐라 살포가 북남 합의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이제는 휴지장이 되어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 당국은 더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누가 먼저 약속을 위반했는지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양측은 4.27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위반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했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남·북한은 4.27선언을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없는 것인가? 문제해결 노력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지만, 북한은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통일부 장관 사표 수리 자체가 대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하지 못한 국무위원에게 책임을 지우게 하여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으로 가급적 빨리 대통령의 남북협력 방침을 뒷받침할 후속 인사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도 이런 차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주장도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 측에 “경제 제재 핑계 대지 말고 남북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그러면 대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다행히도 미국은 공식 논평에서 남북협력 기조에 대해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남북협력은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금번 기회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더불어 금강산 관광까지 염두에 둔 해결책을 모색할 때이다. 

  북한 측에 촉구할 사항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북한의 행동들은 국제적으로 비난과 규탄을 받을 일이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최소 열 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하는 중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 모두 확성기를 철거한 지 2년여 만의 도발이다.

또한, 특사 제안을 공개 거절한 것은 우리를 완전 무시한 외교적 결례이다. 남측의 대북 전단은 정부의 통제가 잘 먹히지 않는 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고, 북측의 전단은 국가가 주도하는 것으로 같은 잣대로 평가하여 대응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대북 전단 제작과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극소수 단체들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탈북했던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대한민국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는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 이미 남측 정부도 대북 전단살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가 먼저 나서서 원천 차단하고 있어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조치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우리 민족은 현재의 문제해결을 위해 다급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은 우리와 협력은 해야 하나 그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만의 특수 상황을 그들에게 이해시키고 우리의 자결 원칙을 끝까지 견지해야 특히, 미국 정부나 관료들이 우리 정부의 노력을 우습게 보지 않을 것이다.

  금번 사태는 상황이 복잡하고 풀기가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해결 후의 모습은 이 전과 다른 것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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