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껴간 비례대표제로 출범한 21대 국회 양당구도 더 강화돼”
“비껴간 비례대표제로 출범한 21대 국회 양당구도 더 강화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6.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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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하승수 前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지난 21대 총선은 무늬만 비례대표제 선거였다. 위성 정당이 만들어지는 등 일부 다당제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개혁을 염원한 유권자의 표심은 더불어민주당에 177석을 몰아 줬다. 여당은 향후 정국에서 선거법 개혁과 정치개혁 등에서 개혁의 동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국민의 뜻과 달리 개원 초부터 상임위 배정을 놓고 여야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하승수 前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만일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렀다면, 국회 모습은 유럽과 비슷한 다당제 체제로 달라졌을 것이다. 의회 내 진영 논리가 자취를 감추고 협치와 소통의 정치문화가 태동했을지도 모른다. ‘비례대표제 전도사’ 하승수(51) 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정치권이 다시 양당 체제로 회귀하고 상임위 배정문제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금 177석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힘이 큰 것은 맞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왜냐면 헌법개정과 선거법 등 개혁문제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반드시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기에 따라서 제1야당이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도권)를 쥘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 전 대표는 정부와 공공기관, 국회에서 쓰는 예산 낭비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선거 때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과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정자법)의 문제점에 대해 “정당 선거보조금 등이 이중지원 체계로 되어 있고, 국회의원이 만든 정자법도 세금 낭비 요소가 많다.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도 출처가 불투명하고 공개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녹색당 창당과 공동운영위원장을 역임한 그의 본업은 변호사다. 하지만, 14년 동안 휴업 중이다. 시민운동가로서 외길만 걸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오래전부터 주창했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대한민국 ‘비례대표제’ 정착을 위해 누구보다 열정을 쏟았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을 역임한 하승수 전 대표를 만났다. 21대 국회의 선거제도 개혁과 헌법개혁, 정치개혁, 국가기관 예산감시, 정당 국고보조금, 정치자금법, 탈세와 역외거래, 기본소득, 남북문제 문제 등을 들어 본다.

 

- 21대 국회가 다시 양당 구도로 회귀했다. 완전 비례제로 총선을 치렀다면, 다당제 국회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여야 간 진영싸움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오래전부터 비례대표제를 주창해 온 당사자로서 총선 이후의 소회를 말해 달라.

▲ 지금 보면 20대 국회보다 21대 국회가 오히려 더 양당 구도가 강화된 상태다. 20대 국회는 21대처럼 과반수를 차지했던 거대 당도 없었고, 어느 한 정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21대는 민주당이 177석을 얻으면서 앞으로 국회를 단독으로 운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구도에서 제1야당인 통합당의 반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개원했지만, 이미 여야는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번 총선이 완전 비례대표제 선거였다면, 국회 구조는 유럽과 비슷한 다당제가 됐을 것이고, 지지율이 50%를 넘는 정당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당 구도는 더 강화됐다. 지금 국민은 정치권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과 민생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당들은 진영싸움으로 쪼개져 있다. 국내외 정세는 급변하는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 상임위 배정 논란도 컸다.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이 법사위로 가고, 최강욱 의원이 국토위로 배정됐다. 전문성을 표방한 21대 국회 의정을 어떻게 보나.

▲ 이번 상임위 배정의 의미를 최강욱 의원이 잘 알 것으로 본다. 그전부터 시민단체들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이 법사위로 갈 수 없다’는 원칙론을 누차 주장해 왔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배정이 이뤄진 데다, 최 의원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일단은 수용하고 나서 향후 추이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재판 중에 법사위는 피하는 게 좋다. 이런 경우에 대한 문제를 법으로 제도화할 부분도 있지만, 만약에 법사위로 갔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

 

- 사법부의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데.

▲ 사회적 이목이 많이 쏠려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차분하게 상황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향후 재판 결론에 따라서 상임위를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본다.

김진애 의원도 본래 법률가 출신이 아니지만, 상당한 정치적 안목과 경륜이 높은 분이고 법사위에 계셔도 잘 해내리라 본다. 열린민주당 입장에서도 지금의 상임위 배정을 그렇게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 개혁법안 과제가 산적한 21대 국회를 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 국회가 개원 초부터 18개 상임위 배정문제로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들은 국회가 장외가 아닌 의회 내에서 대화와 협치를 바라고 있다. 현재 177석을 가진 민주당이 의회에서의 힘이 큰 것은 맞지만, 결코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왜냐면 헌법개정이나 선거법 등 개혁문제만큼은 반드시 통합당과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도권)를 쥘 수도 있다. 민주당이 몇몇 소수당을 합쳐 180석 이상을 가졌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사안별로 정해져 있다.

예산의 경우, 야당이 반대해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고, 법정 시한이 되면 무조건 상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을 바꾸는 문제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안건 신속처리)으로 가지 않는 한, 반드시 야당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 패스트트랙에 대한 반감도 큰데.

▲ 사안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세월호 특별법 같은 경우에는 패스트트랙으로 넘겨졌을 때, 갈등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고 21대도 사사건건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는 없다.

여당 측에서 보면, 선거법같이 민감한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으로 끌고 가기도 부담스럽다. 결국은 제1야당이 어떤 노선을 가느냐에 따라 21대 국회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 협상할 부분은 과단성 있게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 통합당이 의회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 일단 21대 국회가 선거법과 헌법개정, 남북관계 등 긴요한 문제를 풀려면 싫든 좋든 여야가 서로 만나야 한다. 여기서 제1야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을 미래지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수가 혁신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없다.

그러나 기회는 아직 많다. 굵직굵직한 주요 국책 사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간다면, 주도권을 얼마든지 잡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를 보자. 과거 동독과 서독이 분단됐던 당시에 보수당인 기민당도 동서독 관계에 있어서 진보당인 사민당과 정치적 노선이 달랐지만, 서로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통합당도 남북관계 문제에서 무조건 강경한 대응만 할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야가 때로는 의견이 달라 싸울 수도 있지만, 싸울 땐 싸우더라도 비중이 큰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초당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 민주당과 통합당의 법사위원회 배정을 놓고 서로 강하게 부딪히면서 티격태격해 왔다. 이럴 때, 통합당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국정 발목잡기는 안 한다. 정정당당하게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전격적으로 풀 것은 푸는 통 큰 합의를 하면 된다.

통합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혁신할 생각이 있다면 ‘좋다! 법사위를 포기한다. 대신에 민주당이 헌법개정이나 선거법 개정에서 야당과 반드시 협의할 것을 약속하라!’고 전향적 자세로 간다면,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 야권에서 기본소득 얘기를 꺼냈다.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표방했는데, 기본소득만 얘기할 게 아니라 선거법과 헌법개정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20대 국회에서 풀지 못한 과제들을 21대 국회에서 풀자, 또는 ‘남북관계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니까 같이 해보자, 그 대신 우리에게 정보도 공유해주고 같이 논의해 가자!’라는 얘기를 했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통합당이 다시 회생하려면 그런 길을 좀 더 강하게 모색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 여권도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모양새다.

▲ 기본소득을 강하게 반대하는 곳은 기획재정부(기재부)다. 기재부는 정부 예산을 주무르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챙기는 사안을 빼고, 정부의 모든 예산을 통괄한다. 하지만 경제관료들은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기본소득 얘기를 꺼냈지만, 그것은 단지 보수당의 새로운 의제를 한번 던진 것일 뿐, 당장에 예산에 반영하자고 제안한 건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도 기본소득에 대해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을 밝혔다.

200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만들기도 어렵고, 그런 예산이 있다면, 코로나로 힘들어진 취약계층에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무총리보다 먼저 기재부가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대해서 되고 안되고를 얘기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하승수 前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공인회계사⋅변호사
전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1년 녹색당 창당에 참여⋅공동운영위원장
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1대 소장
전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
현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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