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두 아들(학연, 학유) 이야기
다산의 두 아들(학연, 학유) 이야기
  • 박석무
  • 승인 2020.07.16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박석무]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중등학교 학생이 제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보았다면서, 글이 어려워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다산이 두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책을 많이 읽으라하며,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읽으라는 글이 있었다면서, 그런 편지를 받아 읽으면서 자란 두 아들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가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들의 답장은 전해지지 않아, 일방적인 아버지의 편지만 열거된 책이어서, 그런 궁금증을 지님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런 편지에 답장을 줄 겨를을 얻지 못해, 그냥 오랜 세월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2004년 마침내 『다산정약용평전』 쓰기를 마쳤는데, 다산의 후예들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인품의 인물이었는가를 기록하는 부분에서, 간단한 답을 했습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신의 집안이 폐족이 되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언제까지 우리 가문이 폐족으로 남아 있어야 하냐면서, 폐족이 폐족에서 벗어나는 길이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폐족이라도 무한정하게 독서를 하다보면 반드시 폐족에서 벗어날 길이 있노라고 확신한다며, 두 아들에게 그렇게도 간절하게 독서를 권장했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아버지의 뜻을 어길 수 없던 효자 두 아들은 참으로 많은 독서를 했습니다. 다산 집안이 국가로부터 폐족에서 벗어났다는 명확한 징표로, 다산의 큰아들 학연(學淵)에게 벼슬이 내렸습니다. 정학연이 아버지의 제자이자 자신의 친구인 강진의 황상(黃裳)에게 보낸 편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1852년 8월 4일자의 편지이니 다산이 세상을 떠난 16년 뒤의 일입니다. “나는 나라의 은혜를 입어 6월에 감역(監役:종9품 벼슬)에 제수되었소. 음직으로 벼슬을 받아 집안이 마치 고목에 봄이 든 것만 같구려. 안방에서도 감축하고 원근에서 모두 축하해주니 옛날의 구슬퍼하는 감회를 더욱 누르기가 어렵네.”(『다산정약용평전』)라는 내용에서 그때의 사정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비록 하급의 벼슬이지만 학자에게 내리는 감역이라는 벼슬은 직급이야 낮지만 귀하게 취급받는 벼슬입니다. 글을 하는 선비라면 가장 명예로운 호칭이 학문과 덕행, 절의가 뛰어나 조정으로부터 부름을 받는 징사(徵士)가 된 것이니까요.

뒷날에 정학연은 벼슬이 올라 사옹원주부(主簿:종6품)의 위계에도 올랐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분원(分院)의 초등학교 교정에는 「주부정학연선정비(主簿丁學淵善政碑)」라는 비들이 서 있는 것을 보면 고향 집에서 가까운 분원의 주부 벼슬을 역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정학유는 세상에 전해지는 「농가월령가」라는 유명한 글의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나 박식하고 글솜씨가 뛰났는지를 보여주는 글입니다. 시를 잘 짓고 글 잘하는 선비로 대접받았던 사실은 여러 곳에서 증명됩니다.

추사 김정희와 정학유는 동갑내기 친구로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자신보다 1년 먼저 세상을 떠난 정학유의 부음을 알리는 추사의 편지가 전합니다. 서로 함께 친했던 강진의 황상에게 보낸 추사의 편지에, “운포(정학유)가 중병으로 설 전부터 위독하다더니, 마침내 이달(2월) 초하룻날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말았네, 이런 막된 세상에 이러한 사람을 어디서 다시 보겠는가?”(如此末俗 如此人 何處更見耶) (『완당전집』 중 「여황생상與黃生裳」)이라는 글입니다. 추사 같은 높은 안목으로 까다롭게 인물과 글을 평하던 분이 그런 평가를 내렸다면 정학유의 인품은 넉넉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당대의 문사 해거재 홍현주(정조의 부마)는 “두 형제 모두 박학한 선비인데다 시에도 뛰어났다. (博學·工詩)”라고 표현했으니, 위의 내용들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저에게 질문한 학생의 편지에 답장으로 충분하리라 믿어집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