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07.17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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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다시 소주 2부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1부에서 이어집니다.>

2시가 넘어 점심식사를 안 줄 줄 알았는데 방에 좀 있다 보니 도시락을 갖다 준다. 나름 한식 식단을 짠 건지 생각보다 푸짐하다.

 

5종 반찬, 음료수, 과일 후식으로 구성된 점심 도시락. 양이 엄청 많다. 김치볶음 같은 반찬이 매 끼니마다 나왔는데 약간 중국풍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맛있어서 잘 먹었다.
5종 반찬, 음료수, 과일 후식으로 구성된 점심 도시락. 양이 엄청 많다. 김치볶음 같은 반찬이 매 끼니마다 나왔는데 약간 중국풍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맛있어서 잘 먹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빵, 우유, 삶은 계란, 만두, 과일로 가볍게 구성된 아침식사. 세 끼 다 너무 푸짐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침식사는 가볍게 줘서 나름 센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 우유, 삶은 계란, 만두, 과일로 가볍게 구성된 아침식사. 세 끼 다 너무 푸짐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침식사는 가볍게 줘서 나름 센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그나저나 핵산검사를 또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혈액검사도 한단다. 차례차례 한 방씩 불려나가는데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방문으로 복도에서 아이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른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지레 겁은 먹은 딸아이가 혈액검사는 하기 싫다며 울부짖고 복도에 주저앉으려고 한다. 근데 앞에 선 다른 엄마가 아이들은 혈액검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선택이라면 누가 일부러 고통을 감수하랴? 코와 목 검사는 한국보다는 찌르는 깊이가 얕아서 그럭저럭 했고, 혈액검사는 나만 받았다.

검사도 무사히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와 매 끼니 ‘띵동~’ 벨이 울려 나가보면 기름진 식사가 놓여있었다. 사육되는 느낌으로 받아먹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다음날 오후 불상사가 발생한다. 첫날 혈액검사를 안 받은 아이들이 있는 집은 혈액검사를 받아야지만 집에 갈 수 있단다. 검사가 선택이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울어재끼니 검사원이 귀찮아 대충 넘어갔던 모양이다. 호텔에서 이틀만 자면 집에 갈 수 있다며 좋아했는데, 못 가게 되니 화가 난다. 애초에 안내를 잘했으면 없었을 일인데, 원망이 든다. 저녁에 검사를 받아야 한대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정부와 이야기가 꼬였는지 검사가 내일로 미뤄졌단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오전 자가로 출발해야 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초조하게 기다린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는 했는데 창밖을 보니 벌써 사람들을 태워갈 버스가 줄줄이 와 있다. 혹시 검사는 마쳤으니 갈 수 있는 건가 싶은데, 계속 회사 측에서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우리를 태워갈 수 있을까 싶어 오래 대기하다가 결국 첫날 검사를 받았던 집들만 먼저 귀가한다. 이대로 하룻밤 더 호텔행인가 싶어 우울해질 즈음, 극적으로 저녁 6시가 다 되어 집에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와 아이가 한국에 있는 동안 남편 혼자 이사한 집이기에 처음 가보는 곳이라 낯설다. 아파트 앞에 내리니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와 있어 집 앞까지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가 들어온 후 현관문 바깥쪽에 전자장치를 붙인다. 집에서 남은 12일을 격리하는 동안 현관문이 열리는 걸 체크하는 장치라고 한다. 하루 두 번 문을 열고 배달물건을 받거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단다. 늦은 시각 도착했기에 집 구경도 대충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중국의 입국자 격리정책이 시작된 3월에는 호텔격리가 아닌 자가격리라도 도저히 아이와 둘이 갇혀서 14일은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한국에서 내 집 없이 오래 떠돌다가 호텔에서도 이틀 격리하고 보니 자가격리면 천국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오랜만에 누워보는 ‘우리 집’ 침대가 참 좋다. 물론 다음날부터 집을 둘러보니 이삿짐의 정리(?) 상태에 한숨이 쏟아지긴 했다. 1월에 떠나기 전 입었던 겨울옷들이 그대로 빨래도 안 된 채로 옷걸이에 걸려있으니 말 다했다. 자가격리 이틀째부터는 본격적인 집 정리와 더불어 배달 문화를 재개했다. 하루 두 번,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체온을 재서 남편 회사에 보고하고, 남편이 저녁에 짬짬이 물건을 가져다주러 들르면 현관문을 열고 복도 저쪽에 4미터 정도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남편에게 짧은 인사를 하곤 했다.

워킹스루 진료소를 운영하는 서울의 한 병원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그리고 격리가 끝나기 이틀 전, 다시 한 번 핵산검사를 위해 불려나간다. 이번으로 무려 네 번째다. 저번 검사에서 중국 검사는 아무래도 한국 검사보다 덜 세다는 걸 알았기에 공포심은 덜하지만 그래도 네 번이라니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비행 전 72시간 내 핵산검사와 2주간의 자가건강진단서는 필수라고 하더니 중국에 와서는 보자는 소리조차 안 한다.

지난번 귀가 시에는 어두운 단지 내를 안내원만 따라왔기에 아파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약속장소가 나오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이번에도 남편이 단지 앞에 와 있다가 10미터쯤 떨어져서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주며 버스 타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14일간의 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7월 6일 오전 11시 50분(원래는 11시 30분이 예정시각이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만 14일을 기준으로 잡은 듯하다), 관리사무소에서 나와 현관문의 전자장치를 떼어주며 공식적으로 격리가 끝난다.

오랜만의 가족상봉은 왠지 어색하면서도 눈시울이 간질거렸다. 남편은 격리 해제 기념이라며 아이와 나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각각 한 개씩 안겨준다. 아이는 꽃다발보다 장난감이 좋다고 먼저 의사를 뚜렷이 밝힌 후, 아빠에게 착 붙어 조잘조잘 이야기를 쏟아낸다.

 

남편이 선물한 장미꽃다발.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꽃 선물이다. 눈시울이 간질거린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선물한 장미꽃다발.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꽃 선물이다. 눈시울이 간질거린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어색함도 잠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아이와 이를 상대하느라 바쁜 남편, 집안 정리와 둘의 치다꺼리에 바쁜 나로 돌아오니 언제 5개월 넘게 떨어져 있었나 싶게 일상에 머무른 느낌이다. 그 후의 짧은 비극은 남편이 바로 다음날 1박 2일 출장을 떠났다는 점. 5개월이 넘는 기다림 끝에 만나자마자 헤어진 아빠에 아이는 밤새 회사 사장님을 원망하며 펑펑 울었다. 출장을 다녀와 목, 금 휴가를 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딸아이를 도무지 말릴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격리가 끝나 드디어 중국의 일상을 재개하려나 싶었는데 뭐가 그리 의심스러운지 7월 20일까지 체온 보고를 하란다. 그리고 주말에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 - 핵산검사를 장장 두 번이나 더 한단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이미 격리가 끝나 한 주간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는 마당인데, 혹시라도 외부에서 감염되어 금번 입국자 중에 양성반응이 나온다면? 그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근래 소주에 환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 중 무증상자가 40%, 무증상을 포함한 경증상이 90.9%라는 뉴스(출처: 뉴스1 “국내 무증상 40%‧경증 90.9%… 확진자 8976명 분석했더니”/2020. 7. 8.자)만 보더라도 중국 내에서도 자각 없이 돌아다니는 (확진망의 바깥에 있는) 환자가 많을 텐데, 얼마나 외국인을 잡고 싶어서 검사를 계속 해대나 싶다. 그리하여 7월 13일, 다시 한 번 불려나가 목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7월 20일 검사가 남았다.

사실 중국에 돌아온 입장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중국에서 감염될 걸 두려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 주간 돌아다녀 보니 길에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이들도 많고,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이 선택이다.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이 선택이 된 이유는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다가 숨진 사례들 때문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체육 등 격렬한 활동에서만 벗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파트 단지나 건물 등 출입시에도 건강코드를 보고 체온을 재는 등의 원칙은 있지만, 대표자 중에 한 명만 검사한다든가, 어느 때는 안 하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허술해졌다. 가을/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중국은 더군다나 9월 말, 춘절에 육박하는 국민 대이동의 축제, 국경절이 있기에 상당히 걱정된다.

 

쑤저우 대학교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어학을 배우러 다녔던 쑤저우 대학교의 경우 며칠 전 가을학기조차 어학당은 온라인 수업으로 개설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유학생들이 비자를 발급받아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 반영됐겠지만, 아직 9월 개강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벌써 온라인을 결정하다니 올 가을도 중국 상황이 쉽지 않을 예감이다.

중국 입국이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남은 소주 생활은 어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와 함께 할 두 번째 겨울은 어떤 모습일지, 부디 너무 어둡지는 않기를 바란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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