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행정수도’ 이슈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여의도 정치권이 ‘행정수도 이전’ 태풍에 휩싸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면서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야권에선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행정수도 완성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국회·정부 부처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위해 국회에 '행정수도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4선인 우원식 의원을 필두로 '행정수도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도 당내에 구성하기로 했다. ‘행정수도’ 이슈는 다시 한 번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시급한 것은 미래통합당과 야당이 제가 제안한 국회 행정수도완성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제안한 후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찬성 의견을 내면서 여의도의 새로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통합당 등 야권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국면전환용’으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입장이 강하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국민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수도권 집값 폭등과 인천 수돗물 유충,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중앙지검 은폐사건이 겹치니까 이슈 전환용으로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꺼냈다"며 "섣불리 논쟁에 가담해 민주당의 실정 이슈가 덮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서병수 통합당 의원 역시 “폭발적인 이슈로 집권여당과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 아니냐”고 공세를 펼치며 “민심이 흔들릴 때마다 천도를 했던 왕조시대가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 영향력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행정수도 문제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거의 20년 전부터 민주당이 소중하게 추진해온 정책"이라며 "헌재 판결로 행복도시라는 반쪽짜리가 마련돼 세종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언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정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 어떤 절차를 통해서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행정수도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며 "단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완성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차기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이 충청권 등 지방 표심을 얻고 향후 개헌 명분을 쌓기 위해 꺼내들었다는게 주장의 핵심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충청 표심을 등에 업은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면전환용 카드라는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의제라는 설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일각에서 행정수도 완성 제안을 부동산 국면전환용으로 폄훼하고 있는데 저는 정치를 그렇게 얄팍하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우원식 전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은 행정수도가 공무원만을 위한 신도시에 그치지 않도록 서울대와 KBS까지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은 100여개 공공기관을 이전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도 고민 중에 있다.

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행법하에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이 어려우면 제2 행정수도 형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이라는 단기 과제 해결책으로 접근하면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동산 막자고 수도를 옮기자는데, 지금 세종시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 세종시로 가서도 부동산이 과열되면 어떻게 할 거냐”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웃지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통합당 내에서도 충청권 민심을 의식한 듯 ‘세종 국회분원’ 찬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부처장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비효율을 없애는 차원에서 분원을 설치하고, 필요하면 세종시에서 국회 상임위 회의를 하는 건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고 주장했다.

단장을 맡은 우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에 과도하게 부담된 부분을 덜어내고 경제수도로서의 확실한 발전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다"며 "서울과 세종으로 나눠진 행정력의 불필요한 낭비도 해소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고 서울로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도 “집권여당이 책임을 갖고 내던진 제안이니까, 어떻게든 살려가도록 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다시 한 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어떤 결말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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