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파산 시 항공업계 구조조정 ‘도미노 현상’ 우려도..
LCC 국내선 매출 한계로 2분기 대규모 적자 예상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국내 첫 항공사 간 기업 결합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항공업계엔 구조조정 위기감이 돌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SPA 체결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은지 약 7개월만의 일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항공업계가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그간 인수·합병 계약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자사의 셧다운 및 구조조정을 제주항공 측에서 지시했다고 녹취록을 공개하는가 하면, 제주항공은 이를 반박하고 이스타항공 측이 발표한 이상직 의원 일가의 주식 헌납과 관련해서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엔 제주항공이 10영업일(15일까지) 이내에 미지급금 해결 및 계약 선결 조건 이행하라는 최후통첩을 이스타항공 측에 보냈지만, 제주항공 기준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이를 결국 이행하지 못하면서 인수·합병이 무산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상직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김포공항 국내선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이스타항공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6개월 넘게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제주항공의 인수만 고대하던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은, 벼랑 끝에 몰리자 임금 반납에까지 동의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결국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이스타항공 자회사, 협력사까지 합하면 실직 위기에 놓인 직원은 2천 명이 넘는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LCC 하반기 생존 위협…국내선 매출 한계로 2분기 대규모 적자 예상

한편 이스타항공 파산위기와 관련해 LCC의 도미노 파산과 대량 해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LCC들은 2분기 적자 폭이 더 커졌고 실적 회복 시점도 불투명하다. 하반기가 돼도 이 같은 흐름을 뒤집을 반전 카드도 없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 규모가 1500억 원에 육박하고 진에어도 900억~1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에어서울·티웨이항공·플라이강원도 수백억 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LCC들은 방콕,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 등 일부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고 국내선 추가 증편에 초저가 경쟁에 나섰지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이미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항공사 간 치열한 출혈 경쟁이 펼쳐지만 이는 수익성 개선이나 유동성 위기 극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다.

LCC 업계는 정부의 추가 지원을 고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내달 만료를 앞둔 고용유지지원금 기한 연장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을 한시적으로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휴직 급여(평균임금의 70%)의 90%까지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상 지급기한은 최대 180일로, 내달 말이면 만료된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사 대부분은, 지난 3월부터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약 70% 안팎의 직원들을 휴직시킨 상태다. 그러나 8월 말로 시한이 만료되면 대부분의 항공사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항공사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결국 회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항공업계에서 8월 이후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한항공이 내달부터 여객기 좌석을 뜯어 화물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대형항공사들은 늘어나는 화물 수요로 여객수요를 대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객 수요가 거의 절대적인 LCC들은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한편, 매각을 앞둔 대형항공사 아시아나도 사정이 만만치가 않다. 지난 27일, HDC현대산업개발은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공개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매각이 무산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이 현실화되면 이스타항공 매각 무산 당시보다 더 큰 파장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직원 수는 9119명이며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 직원도 2000여명이다. 관련 업계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좌초돼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할 경우, 구조조정 및 분리매각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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