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원 그림책/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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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볼로냐 라가치 상, 에즈라 잭 키츠 상, 샬롯 졸로토 상 등 유수의 그림책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 염혜원. 그의 신작 '으르렁 이발소'가 출간됐다.

갈기가 덥수룩하게 자랐지만, 이발소에 가기 싫어하는 아기 사자와 그런 아이를 이발소에 데려가려고 애쓰는 아빠 사자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그렸다. 사자 부자의 팽팽한 신경전과 그 끝에 마련된 재치 있는 반전은 내내 유쾌하면서도 아이와 양육자 간 소통의 어려움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다가도 금세 웃음이 터지고 마는 가족 사이에 일상적으로 벌어질 법한 대화로 쓰여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다. 사자 부자의 단란한 하루 속에서 독자들은 나와 가족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으르렁 이발소' 속 아빠 사자는 지저분하게 갈기가 자란 아기 사자를 이발소에 데려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요!”라고 외치며 완강히 아빠를 거부한다. 아빠 사자는 이발사 아저씨의 실력이 믿을 만하다고, 가위나 면도기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기 사자를 부드럽게 달래 본다. 그래도 아이는 좀처럼 아빠의 청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아이와 아빠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화를 내기에 이르고, 결국 아기 사자는 사실은 아빠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말하며 갈등 아래에 숨어 있던 아빠를 향한 사랑을 드러낸다. 아이의 고백으로 인해 아빠도 지금껏 감추어 왔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첨예한 갈등 끝에 속마음을 꺼내 보이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사자 부자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 아래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용기 내어 말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지레짐작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은근히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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