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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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가난해도 걱정일랑 말아라’라는 「풀어쓰는 다산이야기」가 전달되자 “가진 자들 즉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어려운 사회와 이웃을 위해 모범적인 행동을 벌일 수 있도록 사회운동을 벌여달라”는 글을 어떤 분이 보내왔습니다. “이사장님의 글 많은 공감이 가서 시의적절한 글”이라고 평하면서 “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안중에 없는 정치인, 사회적 리더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느낀다.”면서 “이런 시기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진 자들이 베풀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세상을 염려하고 좋은 나라가 되기를 걱정하는 지사(志士)의 모습을 그 글에서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게 법적인 잣대와 지지 세력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지도층 인사들의 형태를 보면서 많은 자괴감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요컨대, 글을 보내주신 분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온갖 이유를 열거해, 다주택자로서의 계급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면서 그런 가진 자들이 재산을 출연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을 전개해달라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진 자들이 계속 부를 누린다면 계급사회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염려까지 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장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불행으로 빠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한계는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에게 다주택에서 벗어나라고 말할 수 없는 자본주의 원칙이 있지만,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데로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고위 공직자들이라면, 부귀를 함께 누려서는 안 되니, 사는 집 이외의 주택은 팔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택문제 해결에 책임을 지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이 다수의 주택을 소유하고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공급해야 할 정책은 펼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그들만이라도 주택 보유를 제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조선 시대 백성들의 재산이란 주택과 토지에 메어 있습니다.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이나 다산 정약용은 빈부격차의 최대화로 약한 백성들이 신음할 때,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은 토지제도에 있었습니다. 토지에 대한 정책은 경제정책의 중심이어서, 성호는 ‘손상익하(損上益下)’ 상류층 인사들의 재산을 덜어다가 하류층 백성들을 도와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글자야 다르지만, 내용이야 같은 ‘손부익빈(損富益貧)’의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다산이었습니다. 그의 유명한 논문 「전론(田論)」에서, 다산은 부자들의 재산에서 덜어다가 가난한 사람에게 보태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전(私田)을 공전(公田)화해서 공동경작하고 공동분배를 통해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빈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때의 논리였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재산의 사유화를 지금으로서는 간섭할 방법이 없습니다. 글을 보내주신 분의 말과 같이, 지도층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재산을 출연해 국가재산으로 삼아서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길밖에 딴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적 정책과제로 여겨 온 국민들이 이런 사회적 운동에 참여해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뜻있는 분들이 앞장서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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