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 지음/ 김영사

ⓒ위클리서울/ 김영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도자기전쟁’이라 불린 임진왜란에서 잡혀간 조선 도공들의 잊혔던 역사를 생생히 되살려낸 획기적 연구서. 〈조선가〉는 피랍 조선 도공들이 가고시마 지방에 정착해 대를 이어 불렀던 망향의 노래다. 국어학계의 원로 정광 교수가 탁월한 언어학적 조예를 바탕으로 〈조선가〉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국내 최초로 〈조선가〉를 현대 우리말로 완역해 올바른 풀이를 달고, 한일 양국의 사료를 빠짐없이 분석, 피랍 조선 도공들의 기록을 낱낱이 복원했다.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융성케 한 조선 도공들이 일본 사회에 미친 문화경제적 영향력을 따져보고, 나아가 발전적인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모색한다.

‘도자기전쟁’으로도 불리며 수많은 조선 도공(陶工)들이 일본으로 납치된 임진왜란. 피랍된 그들은 백자(白磁) 제작에 동원되어 일본 가고시마 나에시로가와에 정착해 도자기 마을을 이루었다. 망향(望鄕), 그들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은 하나의 노래가 되어 자자손손 전해지게 된다. 바로 〈조선가〉이다. 그동안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고 일본에서만 간헐적인 연구가 있었던 이 사료를 1980년 교토대학교 서고에서 최초로 발견한 것은 한국의 국어학자 정광 교수였다.

탁월한 언어학적 조예와 역사에 대한 독보적인 안목으로 국어학계의 혁신적 연구자로 평가받는 정광 교수. 그는 국내외 사료를 끈질기고 치밀하게 검증한 끝에 〈조선가〉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유행하던 가요였음을 확인한다. 이는 피랍 조선인들이 타향에서도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일본 사회에 문화적 영향력을 남겼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였다. 1990년 정광 교수가 일본에서 출간한 《사쓰마 나에시로가와에 전래된 조선가요(薩摩苗代川傳來の朝鮮歌謠)》는 〈조선가〉의 뿌리를 밝히고 임진왜란의 실상을 일본 사회에 알린 연구서다. 이 책을 한국어판으로 편집한 《조선가》를 이제 한국 독자에게도 선보인다. 최초 우리말 완역 〈조선가〉 전문에 원로 국어학자의 깊이 있는 해설을 더했다.

《조선가》는 피랍 조선 도공들의 기록을 생생히 복원하고, 그들이 일본 사회에 미친 사회  경제적 영향력을 분석한다. 한일 두 나라의 방대한 사료를 소개하며 조선 도공들의 피랍 및 일본 정착 과정을 낱낱이 서술한다. 피랍 조선인과 후예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망향의 그리움을 생생히 묘사하고, 그들이 일본 사회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확인한다. 새로운 시각의 한일 관계사 모색의 초석이 되어줄 귀중한 저작이다.

이 책 《조선가》는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과 그 후예들이 대대로 불렀던 망향과 반전의 노래 〈조선가〉에 관한 종합적 연구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일본의 관계사적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다시 메우는 《조선가》가 선조들의 아픔과 그리움을 되살리고 나아가 한일 관계사에 발전적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