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부가 코로나를 핑계로 노동자의 무단해고를 막는 방패 역할 할 때”
“지금은 정부가 코로나를 핑계로 노동자의 무단해고를 막는 방패 역할 할 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8.1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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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솜방망이 처벌이 기업재난을 키웠고, 노동자 생명을 앗아가는 원인인데.

▲ 노동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책임져야 할 원청은 요지부동이다. 정말 사람의 생명이 중요함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생명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산재 사고 사망이 일어난 곳에는 즉각적인 조사와 그에 따른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를 키웠다. 최소한 기소라도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인 기소율은 0.5%도 안 되는 단 3건뿐이다. 1년에 2,400명의 노동자가 죽고, 1일 7명꼴로 노동자가 사망하지만, 그 무수한 생명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노동자들이 가장 중대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기업의 중대 재해에 대한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무는 법적 장치다.

 

- 정부와 정치권의 대안은.

▲ 중대법은 과거에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가장 말을 많이 했던 게 ‘힘이 부족해서 못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최소한 그런 말은 못 할 것이다. 다만 어떤 핑계를 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법안과 관련해서 솜방망이 처벌이 되지 않도록 법제화가 시급하다.

그런데 자꾸 시간을 끌며 하지도 않고 꼼수를 쓴다. 우리가 국민청원도 하고 여러 방안을 강구 해 왔지만, 180석이 된 정부 여당이 정말 의지만 있다면, 지금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법이 중대법이다.

지난번에 대통령도 ‘고 김용균‘ 의 어머님을 모시고 얘기했듯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가 없게 만들겠다. 노동자 눈물이 흘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내에 이 법안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아직 안 되고 있다.

 

- 대한민국이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한 데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있었다. 그러나 부의 열매와 분배는 자본가와 기득권층이 독식했다. 여전히 노동자는 법과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빈곤의 굴레가 반복되고 있는 게 한국노동의 현실이다. 과거 정부와 다를 것으로 크게 기대를 했던 촛불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 모든 국민과 노동자들이 노동공약에 기대를 크게 가졌다. 대통령의 공약이 우리가 바라던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출범 3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떨어져 죽고, 끼어서 죽고, 깔려서 죽고, 화재로 타서 죽는 등 여러 일터에서 산재로 죽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위험한 일들을 감수하고 있지만, 막상 경제위기가 닥치면 최고 1순위로 해고를 당하고 해고로 또 죽는다. 지금은 비정규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도 엄청나다. 급여차별, 인격차별, 언어폭력, 성희롱 등 차별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볼 때, 대통령이 약속했던 안정된 일자리와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많은 공공부문의 일터가 ‘자회사 전환’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지켜지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최저임금의 꼼수를 부려서 최저임금이 결과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나아진 것도 하나도 없다.

 

- 노동3권과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 올해가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이다. 그러나 한국은 ILO 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로 노동 후진국 비난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핵심협약에 비준하고 국제사회에 걸맞게 노동법과 노동자 위상을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약속했지만 역시 지켜진 것이 없다. 최저임금마저 꼼수를 부리며 약자의 주머니를 강탈해가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의 기대가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 역시 우리의 밥그릇은 우리의 절절한 목소리를 내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정부가 약속한 ‘노동존중사회’를 평가한다면.

▲ 노동존중사회는 이미 죽었다.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 사망과 같은 산재 사망 재해가 일어났을 때,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국민과 우리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산업재해가 일어난 현장에서 죽은 시신만 달랑 치우고, 그 자리에서 다시 기계를 바로 돌리게 만드는 그런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동료가 해고된 자리에 또 다른 비정규직이 들어와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소한 헌법에도 보장된 노조 활동도 기업살리기를 위해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회의에서 경총이 제일 먼저 첫 번째로 요구한 사항이 놀랍게도 ‘사업장 내 파업 금지’다. 이는 헌법에 있는 노동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런데 경영계가 요구하는 이 법을 정부가 받아들이겠다는데 어디에서 노동 존중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 불완전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갑질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 5인 미만 사업장만 해도 ‘악’소리도 못 하고 해고당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코로나에 감염됐는데도 회사가 안전하다면서 계속 일을 시키다가, 가족까지 감염돼 생계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경까지 내몰리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한 쿠팡의 물류회사가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를 비치해 놓았는데, 일이 없어서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다는 이유로 관리자가 작업자들을 모두 복도로 불러내 2시간 동안 세워둔 사례 등 직장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데도 단 한 사람도 ‘이건 아니다!’고 항의조차 못 한다. 말도 안 되는 전근대적인 구태들이 만연해 있다. 이건 바로 98%의 노동자가 모두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말하면 잘릴까 봐 항의조차 못 하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 갑질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더 활개 치는 것이다.

 

- 말 한마디 못하는 이유는.

▲ 대규모 물류회사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이고 이들에 의해 24시간 돌아간다. 이들은 비정규직인 데다 회사에 정규 노조도 없다. 노조가 있다면 사측에 항의라도 할 수 있지만, 없다 보니 항의하면 당장 잘릴 것이 두려워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이다.

코로나에 감염돼도 잘릴까 봐 아파도 회사에 말을 못 한다. 정부가 말한 ‘몸이 아프면 3~4일 쉬세요’가 무색하다. 이 방침은 방역 당국이 국민에게 발표한 최고 1호 지침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노동자는 마음대로 살지도 죽지도 못한다. 코로나에 감염돼 죽거나 일터에서 죽어도 아무 소리도 못 한다. 가난하고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노사정 합의문도 이것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특수노동자의 ‘소득급감’도 문제인데.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수입이 제로인 노동자들이 많다. 대출도 안 돼 생계가 어렵다. 자본가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수조 원을 지원하면서 노동자의 절박한 생계 문제는 밀려나 있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노동자들을 노동권 사각지대라는 수렁으로 내모는 데 일조했다. 30대 중반의 한 보험설계사는 코로나 확산 이후, 고객과 약속 잡기도 힘들고 잡힌 약속 취소도 다반사다. 경제적 이유로 보험 해지가 늘어나 수입이 최소 50~90% 이상 줄었다.

일부 회사는 코로나 손 소독제를 비치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스크 지원은 없다.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 지원을 말했지만, 그 기준도 모호하다. 그게 사무실 출근 계약이 없는 경우를 뜻하는지 출근을 아예 안 해야 하는지 등 기준도 없다.

보험설계사는 특성상 출근해서 고객을 만나는 직종인데, 고객을 못 만나면 수입이 없다. 또 정부 지원 대상인지도 불분명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재난 기간 중 모든 해고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가 요구된다.

정부가 코로나19 재난 시기에 기업에 주는 기금은 200조 원이지만, 노동자들을 위해 푸는 재정은 10/1이다. 재벌의 쌓여있는 곳간을 열어 쓰게 하고, 가난하고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재난기금을 나누어야 하는 게 맞다.

 

- 다른 사례는 어떤가.

▲ 학교 예술 강사들도 연이은 개학 연기로 4개월째 강사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인 예술 강사는 수업시수로 강사료를 받는데, 수업이 없으면 수입도 없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지만, 예술 수업은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수업도 언제 될지 모른다. 심지어 계약한 수업도 다 진행할 수 없는 처지다. 예술 강사는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 분류도 안 된다.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예술 강사는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보다 수입이 낮다.

 

-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사정 합의문에 사회적 대타협과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 비상시국에 국민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국가의 역할도 불분명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찾기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게 국민 보호다. 그게 국가의 책무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나라가 구제하지 못하면 누가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못하면 굳이 나라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가장 으뜸으로 섬기겠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이 지금 ‘코로나-19’ 위기 시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소한 본인들이 약속했던 공약 사안들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다가 대통령 자신이 약속을 깼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고 노동존중사회를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코로나19 위기의 시대 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생계가 밀려있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미조직, 비정규직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 시기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를 핑계로 해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주 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거부하는 사업주 처벌과 함께 전 국민고용보험 약속을 전제 없이 시행해야 한다.

휴업수당, 또 노동자에게 휴업수당과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재벌의 곳간에 쌓여있는 돈을 풀어 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주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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