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위정자들 감염병퇴치⋅백신 자립 통한 경제 반등과 정권 유지에 사활”
“각국 위정자들 감염병퇴치⋅백신 자립 통한 경제 반등과 정권 유지에 사활”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8.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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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코로나-19 이후 보건과 환경, 질병, 재난 등 사회적 안전문제가 중요해졌다. 인류 역사는 전염병이나 기후재난 등을 극복하며 오늘날까지 생존해 왔다. 흑사병, 감기, 독감 같은 바이러스는 한정적 재난에 그쳤지만, 전 지구적인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은 인류에게 초유의 사태다. 또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대형산불, 해류와 식생대 변화 등 환경재난도 늘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같은 재난을 맞아 자국민안전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순간의 안전을 얻기 위해 근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자는 자유도 안전도 보장받을 자격이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이 말은 중국과도 연계된다. 중국은 처음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순간의 안전’을 택했다. ‘순간의 오판’이 결국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만들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 강대국의 ‘백신 싹쓸이’와 ‘백신 민족주의’가 그렇다. 각국 지도자들은 국민안전이 중요해지자 감염병퇴치를 통한 경제 반등과 정권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러스 퇴치와 백신 확보가 곧 정치력이 되었고, 정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인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앞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국민은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지만, 만일 한국이 백신을 개발하지 못해서 접종을 못 하면, 외국 관광객이 한국 입국을 꺼릴 것이고, 우리도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백신 독립’을 하지 못한 나라는 경제도 보건도 허사라는 지적이다. “지금은 코로나 감염을 어느 나라가 얼마나 잘 막고 확산을 잘 막느냐에 따라 그 나라 경제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경제 반등도 가능하다.”고 밝히는 안종주 센터장을 만났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을 맞고 있는 안전전문가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을 통해 코로나19 감염병과 정치, 자본 논리에 따른 백신 민족주의 대두,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탄소배출, 물 안전 등 안전한 대한민국에 대해 짚어본다.

 

- 중국발 코로나가 유행한 지 6개월이 넘었다. 한국은 국민의 단합과 헌신으로 K 방역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조용한 감염이 진행 중이다. 대만은 우리보다 대응을 훨씬 잘한 나라다. 대만이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말해 달라.

▲ 우리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 K-방역 모범국가로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대다수 유럽 국가나 미국, 일본이 코로나로 엄청난 사회적 대혼란에 휩싸였던 이유로 우리가 상대적으로 돋보인 게 사실이다.

한국보다 더 방역에 성공한 나라도 있다. 대만과 뉴질랜드다. 대만은 사망자가 7명이고, 감염자도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방역을 잘하는 나라를 보면 이유가 있다. 평소에 정부가 준비를 잘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스’로 홍역을 치른 뒤 감염병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 메뉴얼을 만들고, 관련 전문가들을 많이 등용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14대 중화민국 부총통을 지낸 천젠런(陳建仁)인데,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공중보건학(역학(疫學) 전공) 박사 출신이다.

한때 행정원 위생 서장(보건장관)을 역임한 질병 전문가로 2003년 중화권을 타격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처한 경험이 있는 등 이번 코로나 유행 때 국민의 신망을 얻었다. 부총통 시절에는 코로나가 발생하자 즉각 마스크 수출금지령을 내렸고, 국제간 사람의 왕래를 폐쇄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반면에 중국은 초기 진압 실패로 감염 사태를 키웠는데.

▲ 지난 1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처음에 한 달 동안에는 사람 간 전염이 몇백 명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사스’처럼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사스는 2002년에 터져 2003년부터 크게 확산했는데, 주로 대만과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 중국 등 중화권 위주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캐나다에서도 일부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환자나 사망자가 거의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초기부터 세계가 코로나를 사스와 비슷하게 끝날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중국의 거짓말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중국에서 이미 사람 간 전파가 상당히 이뤄졌다. 대단히 치명적인 바이러스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과했다.

 

- 방관한 이유를 무엇이라 보나.

▲ 개인적으로 볼 때, 내부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19를 공개하면 중국 인민들이 크게 동요할 것을 알았다. 왜냐면 당시는 공교롭게도 국가적 대명절인 춘절(春節) 기간이었고, 수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귀향 대이동’ 봉쇄가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 농민공들은 명절 2~3주 전부터 이동하는데, 이걸 막으면 중국 인민들의 엄청난 저항과 불만이 폭발할 것이기 때문에 춘절 때 그냥 풀어줬다. 전국으로 흩어진 귀성객에 의해 코로나는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그러는 사이에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했다. 모든 책임은 중국에게 있다. 세계 여론 악화로 결국은 중국 당국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할 수 없는 우한지역 봉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하면서 어느 정도는 막았다. 그러나 일부 민주주의 국가들은 도시봉쇄가 불가능해 감염 사태가 커졌다.

 

- ‘사스’와 ‘메르스’처럼 사태를 가볍게 본 것 아닌가.

▲ ‘사후 약 방문’이 됐다. 이미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를 잡기란 쉽지 않다. 감염병은 단기간에 증세가 강하게 나타날수록 조기 차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코로나19는 증세가 상당히 달랐고, 증상도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것이 광범위한 감염 확산을 키운 요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겨울엔 왕성하고, 여름엔 뜸할 것으로 알았는데, 계절과 관계없음이 밝혀졌다. 지금 겨울인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은 대규모 유행이 진행 중이고, 여름인 미국이나 일본의 대유행에서 보듯이 계절을 타지 않는다.

효과가 입증된 백신을 개발해도 전 세계 인류가 한꺼번에 접종하지 않는 이상 ‘유행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확산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어떤 때는 정점을 찍다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르내리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 각국이 백신 선점을 위해 일부 임상시험을 생략한 채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약효에 대해 부작용 등 여론도 부정적인데.

▲ 백신은 하나의 신약이다. 신약 개발은 10년의 세월이 걸리고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다.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올해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면 백신을 개발하려면 임상(臨床) 시험이 매우 중요하다. 임상은 1상, 2상, 3상 세 단계가 있다. 지금 1상과 2상, 3상까지 갔다고 말하지만 1상, 2상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1상이 끝나면 1상을 정밀하게 평가한 뒤 2상으로 넘어가고 2상도 정말 평가를 거쳐 3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워낙 위중하다 보니 이런 과정을 꼼꼼하게 거치지 않고, 서둘러 2상과 3상을 하는 등 과정상 문제가 있다.

백신이 상업적 효과를 가지려면 최소한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도 거쳐야 한다. 이게 안 이뤄져 있다. 처음에는 올해 안에 백신이 등장할 것을 예측했는데, 일부에서는 올해 백신 맞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 선진국과 후진국을 포함한 전 인류 백신 접종이 가능할까.

▲ 현재 지구 인구가 70억 명이 넘는데, 이 많은 사람이 약효가 확실하게 검증된 백신을 동시에 맞으려면 전 세계 수십 개 제약회사가 일시에 대량으로 만들어 내지 않는 이상 어렵다.

여기에 돈과 기술이 있는 선진국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3개월 또는 6개월 이내에 자국의 국민에게 먼저 접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각자도생(各自圖生) 혹은 각국도생(各國圖生)이다.

각국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나부터 살고 보자’식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 각국 위정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 국민은 백신을 맞고 있는데, 우리만 아무도 맞지 못하고 있다면, 국민 불만이 폭발할 게 당연하다.

선진국과 접종 시차가 1주일이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1개월 또는 6개월의 격차가 벌어지면 시위가 일어나고, 야당이 들고 일어나면 국정운영 난맥에 빠질 수도 있다. K 방역만 자랑할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정권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강대국 ‘백신 민족주의’도 우려되는데.

▲ 백신이 개발돼 접종받은 나라의 국민은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겠지만, 만일 우리나라가 백신 개발도 접종도 못 했다면,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해외로 나갈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 감염을 어느 나라가 얼마나 잘 막고 확산을 잘 막느냐에 따라서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그 나라의 경제 반등도 가능하다. 향후 백신이 나와 접종을 시작하게 되면, ‘백신 접종’ 국가와 ‘백신 비 접종’ 국가로 양분될 것이고, 또 다른 보건의료 양극화 현상이 올 가능성도 있다.

우리도 구미 선진국과 같은 수준에서 백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발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후진국도 같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단 뜻은 좋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고 했을 때, 일단 자국민 5천만 명을 먼저 접종하고 나머지 남는 백신을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지원하면 좋겠지만, 막상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모든 미국인부터 접종을 끝낸 후 지원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과 위상이 또 흔들릴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박사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 전문기자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이사 / 가입자지원이사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현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서울시 명예시장(안전) 겸 서울안전자문단장
  현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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