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에 코로나까지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물난리에 이어 이번엔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가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전대 형식을 대폭 변경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여기에 이낙연 후보가 오는 31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당 대표 후보간 TV 토론회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이 원동력을 잃은 상태다. 그나마 대세론의 경쟁자인 김부겸 후보는 전대 일정을 미뤄달라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왔다. 전대를 앞두고 어수선한 집권여당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민주당이 분위기 반전의 출발점으로 기대했던 ‘한여름의 전당대회’가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한 번 수도권 등을 강타하면서 벌집쑤신 듯 휘청하는 모습이다. 민홍철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장은 지난 20일 “27일로 예정된 KBS 전국 방송토론회는 화상회의 등의 방법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22일 예정된 수도권 온택트 합동연설회는 원래 계획처럼 라이브 생중계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전대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지만 흥행 실패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김부겸 후보측은 “선거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의 전당대회 연기 요청이었다.
추격하는 입장인 김 후보로서는 토론회 일정 취소 등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자가 격리 소식이 전해지자 당의 공식 지침을 기다리는 동시에 토론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왔다.
또 다른 후보인 박주민 후보 측도 대안 마련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당초 예정돼 있던 '100분 토론'을 '1인 100분 토론'으로 선회해 유튜브에서 생중계하는 등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 후보 측은 '대세론'이 아직 유효한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음성 판정 후 자가격리에 들어간 자신의 일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자가격리 사흘째.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전화를 주신다. 오랜만에 푹 쉬는 덕분에 매우 편안하다"고 소식을 전했다.
보완 VS 연기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예방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수사당국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 외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이 후보측은 김 후보가 제시한 전대 연기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전례없는 일이고 우리 당이 흔들리는 모습을 국민께 노출하는 건 부담"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당 대표 후보가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예정된 일정이 줄줄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맥빠진 전대가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안규백 민주당 전준위원장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몇가지 보완할 순 있겠지만, 전대 자체를 연기할 순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어차피 전당대회를 체육관에서 대규모로 사람을 모아놓고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 후보도 "정상적으로 본다면 선거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그렇게 되면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서 후발 주자들은 역전의 기회조차 빼앗겼다는 불만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김부겸 후보는 “후보 한 분이 못하고 있는데 저 혼자 뛰는 모습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동연설회 등의 일정은 줄줄이 취소된 상태다. 코로나에 앞서 전국을 강타한 물난리에 곳곳에서의 합동 연설회가 무산됐다. 김 후보 측은 "당에서 토론회를 기획하고 전국 순회를 하도록 한 취지가 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일단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민주당 8월 전당대회는 흥행 면에서 ‘참패’가 예상된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대세론’이 현실로 이어지더라도 얼마나 분위기를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어수선한 가운데 다가오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