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역(金井驛)에서 다산을 회상하며
금정역(金井驛)에서 다산을 회상하며
  • 박석무
  • 승인 2020.09.0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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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벼슬에는 내직(內職)과 외직(外職)이 있습니다. 중앙에서 근무하느냐 지방에서 근무하느냐의 차이입니다. 28세에 문과에 급제한 다산은 38세까지 10여 년 벼슬살이 하는데, 암행어사 아니고는 황해도 곡산도호부사라는 목민관 생활과 홍주목에 있던 금정도 찰방이라는 종6품의 외직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1795년 34세의 7월에서 12월까지 5개월 동안 말만 좌천이지 실제로는 유배에 가까운 지방 생활을 했습니다. 그해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입국하여 천주교를 전파하자 나라가 온통 야단법석이었는데, 한때 천주교에 관여했던 다산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중상과 모략으로 정3품 당상관의 벼슬에서 턱없이 낮은 벼슬로 좌천을 당해야 했습니다.

황해도야 찾아갈 방법이 없는 곳이지만 금정역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이었으나, 아직까지 찾아갈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홍성(옛날 홍주)에 있는 충남도청에서 고위 공직자와 산하기관장 120여 명에게 ‘청렴’ 강의를 해달라는 초청을 받아 홍주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흔치 않게 도지사가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 강의를 경청하자 모든 공직자들도 몸 하나 움직임 없이 참으로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 뜻깊은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코로나19, 홍수 뒤끝의 복잡한 문제로 시간 내기가 어려운 도지사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를 들었던 것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홍성에 인접한 고을이 청양군인데, 예전에 홍주목에 있던 금정리는 지금은 청양군 남양면 금정리로 행정구역이 바뀐 곳입니다. 도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금정리가 있다는 말에 강의를 마치자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곧장 금정역이 있던 금정리를 찾아갔습니다. 연락된 이장(里長)까지 나와 안내해주어서 쉽게 정확한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우역(郵驛)이 있던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금정(金井)’이라는 샘이 있었습니다. 1300여 년 전에 백제 의자왕이 부여에 있으며 금정의 물이 좋다고 알려져 바로 그 물을 길어다 마셨다는 전설이 있는 샘입니다. 

그곳에서 금(金)이 많이 난다고 해서 그곳 샘이 금정이고, 그 금정 근처에 찰방의 집무실인 역사(驛舍)가 있고 그 길을 금정도라고 해서 그곳 찰방은 금정도 찰방이라는 공식 명칭이 있게 되었답니다. 200년이 훨씬 지난 세월, 역사는 없어진지 오래이나, 지금은 금정2구 마을회관이 덩실하게 3거리 도로 곁에 서 있는 그곳이 바로 다산이 찰방으로 근무하던 때의 집무실이었다고 이장이 말해주었습니다. 1300년이 넘는 샘물은 지금도 철철 넘쳐 흐르고 청량제 음료로 사용해도 아무런 탈이 없을 맑은 물이었습니다. 다산이 그 물을 마시며 그곳에서 생활했으리라 생각하니 다산을 뵙는 듯, 그 샘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찰방은 역승(驛丞)이라 하여 여행 공무원들에 역마를 제공하는 일을 하지만 그곳 인접 지역을 관할하는 목민관 업무도 수행하는 직책입니다. 일국을 통치할 역량을 지닌 다산, 아마 그곳에서 멋진 선정을 베풀었음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멀지 않은 온양의 봉곡사라는 절에서는 성호학파의 학자들이 모여 대 학술대회를 열었기에 「서암강학기 (西巖講學記)」라는 장문의 글에는 그때 높은 수준의 학술토론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또 「금정일록(金井日錄)」이라는 일기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어 그곳의 다산 생활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충남도 당국이나 그쪽의 학자들은 다산의 금정찰방 시절을 세상에 알리는 역사적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뜻있는 분들의 관심을 촉구해 마지않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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