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4차 추경 후폭풍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역대급 4차 추경으로 국가 채무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19과 폭우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 정부는 네 번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지만 자연스럽게 국가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1∼3차 추경 편성으로 나랏빚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는 1년 새 106조원 넘게 불어났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사상 최대인 6%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나라 곳간’ 상황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올해만 4차 추경안이 마련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7조 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의 일이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한 추경 규모만 66조 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3월 정부는 대구·경북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11조 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했다. 4월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2조 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마련했다.

뒤이어 7월에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회복과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차 추경(35조 1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4차 추경도 배경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생계 위기·육아 부담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소요되는 재원 7조 8000억원 중 3000억원은 중소기업진흥채권에서 충당하고 나머지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가채무비율’ 최고치

1∼3차 추경 당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면서 더 이상은 나올 곳이 마땅치 않다.

4차 추경 편성으로 총지출은 554조 7000억원으로 3차 추경보다 7조 8000억원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본예산 총지출인 469조 600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지출증가율은 18.1%에 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이 전년보다 9.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로 예상보다 급증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수마저 줄어들면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4차 추경 재원 마련으로 7조 5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해 본예산 당시 국가채무는 740조 8000억원이었다. 4차 추경이 진행되면 이보다 106조1000억원이나 급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43.9%까지 상승한다. 지난해 본예산(37.1%)과 비교하면 무려 6.8%나 올라가게 된다.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를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는 84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차 추경(-3.9%)보다 0.5%p 하락한 -4.4%로 예상된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도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인 118조 6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3차 추경보다도 7조 1000억원 늘어난 셈이다. 이를 지난해 본예산 때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81조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6.1%로 사상 처음 -6%를 넘어설 전망이다. 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4.7%)보다도 높다. 이제까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 밑으로 내려간 건 1998년과 1999년(-3.5%),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6%) 총 세 차례밖에 없었다.

 

‘국가신용등급’ 흔들

4차 추경 편성으로 정부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가 9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추경으로 952조 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에서 47.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도 이를 감안한 듯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계심을 갖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올해와 내년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시적 조치였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팬데믹으로 다른 선진국 모두가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또 “정부 예산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치열하게 진행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도 재량지출사업에 대해 10%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비과세 감면제도의 정비, 탈루소득에 대한 세수 확보 노력 등 여러 가지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뒤늦게 재정준칙을 마련하다고 해도 재정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재정준칙에 대해선 8월께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같이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적절하게 모니터링되도록 9월 중 재정준칙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에 대응할 여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선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나 적자 수지 폭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빚만 늘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정부의 현명한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빨간불이 켜진 국가 재정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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