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괴롭힘 1년 신고 수천 건인데, 사업장 특별감독은 단 두 곳뿐”
“직장 갑질⋅괴롭힘 1년 신고 수천 건인데, 사업장 특별감독은 단 두 곳뿐”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9.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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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갑질을 영어로 Bossy(두목, 거만) 또는 Abusing the Power(권력 남용)다. 갑(甲)은 사주학에서 대통령, 장군, 장남, 회장 등을 상징한다. 갑은 기가 아주 세다. 장남-장녀가 결혼하면 다툼이 많은 이유가 갑끼리 충돌하기 때문이다. ‘갑갑(甲甲)하다’가 여기서 유래됐다. 보통 계약을 맺을 때, ‘갑을’(甲乙)을 사용하는데, 갑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신분과 직급, 지위를 악용해 약자인 을에게 오만불손한 행태를 일삼는 ‘갑질’을 한다. 갑질의 역사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직장이나 단체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폭언, 괴롭힘, 왕따 같은 갑질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계약관계에 예속되면서 일어나는 ‘유별난 행태’다. 갑질은 조악한 인권의식과 봉건적 사고, 이기주의, 경쟁주의 등이 결합해 악성 바이러스처럼 변이를 거듭한다.

60~70년대 당시 사회의 직장이나 군대, 학교 등에서 갑질이 일상적으로 만연했지만, 그게 갑질인 줄 모르고 살았다. 2016년 말 광화문에 나온 촛불 시민들 대부분은 직장인들이었다. 가장 비민주적이고 봉건적, 폐쇄적인 직장에서 오랫동안 억눌렸던 ‘넥타이부대’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가 국정농단이라는 최악의 정치에 분노한 ‘촛불 민심’이 타오르면서 폭발했다.

이들이 정의로운 사회와 공정사회를 외쳤다. 불공정이 조금 개선됐다지만 아직은 빙산의 일각이다. 약자에 대한 갑질과 괴롭힘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손실도 막대하다.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정도다. 최근에는 ‘코로나 갑질 사업주’들이 생겨나고 있다. 방역 당국의 2.5단계 조치를 악용해 무급휴직 종용 또는 해고-권고사직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추석 이후 ‘10월 해고 대란’이 우려된다.

2017년 11월에 출범한 ‘직장갑질119’ 오진호(35) 집행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괄목하게 줄었거나 근절되지 않았다. 처벌조항도 아예 없거나, 적용 범위도 애매하다. 특히 파견직이나 하청, 비정규직,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는다.

2013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을 역임하고, 2019년 서울지방변호회 '시민인권상'을 수상한 오진호 집행위원장을 경향신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가장 봉건적이고 폐쇄된 직장에서의 갑질 실태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후 드러난 문제점, 무늬만 살아있는 모성보호법, 저출산 국가를 만든 출산휴가 문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고 대란, 코로나 무급휴직 강요, 정부와 정치권의 갑질 방지와 사회안전망 대책 등을 들어 본다.

 

- 1960년대 한국 사회 직장문화는 일제시대와 군부정권을 거치면서 군대식 상하서열 계급문화가 지배해 왔다. ‘상사는 갑질, 부하는 아첨’을 잘해야 경쟁에서 살아남는 전투적 직장생활이 뿌리내리면서 업무강요와 부당지시, 목표 지상주의 문화가 팽배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직장인들은 이런 전근대적인 근로환경에서 숨죽이며 지내야 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민들’, 엄밀히 말하면 직장인들은 가장 불공평하고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직장에서 억눌렸던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직장에서의 갑질과 괴롭힘에 대해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2019년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최초로 시행됐다. 1년을 넘긴 지금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따돌림 등이 줄었는지 직장갑질119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밝혀달라.

▲ 괄목할 성과는 아니더라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제도나 법적인 면에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하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1년을 넘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은 53.5% 정도 줄었다.

줄었다는 의미도 ‘1주일에 다섯 번 욕하던 사장’이 ‘1주일에 세 번 욕’하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체감적으로 줄었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폭언이나 폭행을 하던 사장이 이제는 욕만 하는 수준이라면, 이것도 줄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줄었다는 의미를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줄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더 따져볼 문제다. 어쨌든 직장 내 괴롭힘이 53% 정도 줄었다는 건 법이 시행되고 나서 뭔가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는 게 첫 번째 변화다.

두 번째 의미는 이전에 직장에서 벌어지던 폭언, 폭행, 모욕, 명예훼손, 따돌림, 업무배제, 잡무지시 등등에 대해서 본인이 당한 문제를 신고하거나 해결하기가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되고 나서부터 자신이 겪은 경험을 말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법 도구가 하나 생겼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직장 내 괴롭힘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 법이 온전하게 잘 작동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때, 아직은 한계가 있다.

 

- 갑질이 얼마나 줄었는가.

▲ 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가 53.5%고 ‘줄지 않았다’ 46.5%보다 7% 높게 나타났다. 태생적으로 한계가 많았던 법이지만, 어쨌든 직장 내 괴롭힘이 일정 부분 줄어들었다. 재미있는 건 직장 내 괴롭힘 감소율이 상사나 관리자 같은 강자들이 약자들보다 높게 나왔다.

세대별로 보면, 20대에서 46.1%로 가장 높았고, 30대 48.8%, 40대 57%, 50~55세 63.4%로 나이가 많을수록 점증했다. 직급별 갑질 감소율은 일반사원 51.0%, 실무자급 52.9, 중간관리자급 57.9%, 상위 관리자가 75.9%로 높았다.

성별로는 남자가 58.9%로 여자 46.4%에 비해 12.5% 높게 나타났다. 40~50대와 관리자⋅남성들은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했지만, 20~30대와 평사원, 여성들은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로 밝혀졌다.

 

- 현장에서의 법적 처벌 현황은.

▲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안들을 분야별로 분류하면 5가지 유형에 35개에 달한다. 괴롭힘이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폭 줄었거나 100% 근절된 게 아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요인들을 보면, 현행법에 가해자 처벌을 위한 조항들이 없는 데다,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사항 불이행 처벌조항도 없다. 또 적용 범위도 애매하다. 실제로 파견직이나 하청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등 현장에서 법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법이 시행된 후 직장인이 용기를 내서 회사에 신고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조치를 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나에게 못된 말을 많이 했는데도 기껏 주의만 주고 흐지부지 끝나면서 그 후로 더 의기양양해져서 더 교묘하게 괴롭힌다는 제보들이 계속 들어온다.

 

- 법은 멀고 갑질은 가깝다는 말인데.

▲ 현장에서의 '괴롭힘 방지법' 집행에 한계를 보였고, 곳곳에서 개선할 부분들이 많이 드러났다. 법이 시행된 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상태여서 아직 완벽하지 않다. 리모델링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단은 노동부의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한 노동문제 대응에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의욕’을 보였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도 별도로 개설했다.

또 그동안 신고된 사안들을 유형별로 분석해 통계자료를 내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사업주에게 직접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런데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도 많고, 회사 규모가 작다 보면 친인척이나 가족으로 구성된 곳이 태반이다. 아들이 상무로 있다거나, 혹은 사업주의 지인이 작은 병원 원장인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회사에 와서 직원들에게 ‘물건 아껴 쓰라’는 등 황당한 일도 있다.

우리 사회는 큰 회사보다 작은 회사들이 무수히 많다. 수만 개에 달하는 소규모 영세업체에서 일어나는 갑질과 괴롭힘 문제에 노동부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개선지침을 내놓는 리졸버(Resolver, 해결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이 좀 미흡하다. 일선에서 진정이나 신고를 받는 근로감독관의 태도도 감수성 부분에서 아직도 부족한 측면들이 있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가 올해로 3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2019년 출범 2주년기념식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가 올해로 3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2019년 출범 2주년기념식 ⓒ위클리서울/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 직장인에게 노동법은 최후의 보루인데.

▲ 노동부의 처리규정이나 매뉴얼이 더 보강되고 강력해져야 한다. 법이 정한 권한 행사를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관리자와 상사가 직원들에게 욕하거나 갑질과 괴롭히는 회사들은 보면, 기본적으로 괴롭힘과 갑질에 이어 여타 노동법을 위반한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괴롭힘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가 근로감독이나 행정명령 등 여러 가지 행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처리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

실제로 노동부도 괴롭힘을 한 사업장에 대해서 특별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1년 동안 들어온 신고 건이 수천 건인데, 특별감독에 들어간 사업장은 단 두 곳뿐이다. 이런 부분에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사회적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

 

- 소규모 영업장의 신고가 많은데도 당국 조치는 어떤가.

▲ 무엇보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부가 최우선으로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한다. 사업장이 큰 곳은 노동조합 등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상사가 직원에게 욕설했다면, 회사에 직접 신고할 필요 없이 노동조합에 바로 신고할 수도 있다.

물론 대규모 사업장에도 직장 괴롭힘이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반면에 소규모 사업장은 이런 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노동부가 이들에 대한 든든한 근로 안전망이 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어진 행정력 권한을 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어느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업장과 직결되는 문제다. 당국이 하나의 본보기 차원에서 몇몇 ‘시범 케이스’를 우리 사회를 향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사업주가 ‘무겁게 근로감독을 받겠구나’라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노동자의 마지막 보루인 노동부가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할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2회로 이어집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2013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2016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편집위원
2017년 11월 1일 직장갑질119 출범, 집행위원장(현)
수상 : 2019년 서울지방변호회 '시민인권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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