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그럼에도 단 하루도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노동자들. 그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기까지 싸우고, 쫓기고, 잡혀가고, 쫓겨나고, 그리고 죽어가는 일들이 일상처럼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싸우고 있고 오늘도 사무실 앞엔 빈소가 차려져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2011년 출판된 "소금꽃나무"에서 쓴 글입니다. 이 책이 출판된 지 9년이나 지났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이 말했던 것들은 마치 예언처럼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나라.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과 배제 속에 죽어가고, 빈소가 차려지는 나라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며 노동의 현장을 찾는 여인이 있습니다. 고 김용균 열사의 어머니 김미숙 님입니다.

 

고 김용균 열사 어머니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 선전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고 김용균 열사 어머니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 선전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외아들이었던 용균이는 어머니의 희망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웠지만, 아들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 아들이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로 취업했을 때, 좋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들은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 자기가 가고 싶었던 한국전력으로 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아들을 참혹했던 비정규직 노동현장에서 잃은 후 어머니는 '김용균재단'을 설립하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권리를 찾아 나서면서 노동자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노동현장에서의 중대 재해와 재발 방지뿐만 아니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숨겨진 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머니는 중대 사고가 났을 때, 부분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용균이가 죽기 전에는 억울하게 죽고 다치는 사람을 보고 단순히 “아프다”는 생각밖에 못했지만, 지금은 “왜? 무엇 때문에?”를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죽어가는 것에 대한 아픔만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픔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게 사고 나지 않게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머니는 그 마음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복직 투쟁 선전전을 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35년 동안이나 해고자로 복직되지 못하는 것 그 자체가 중대 재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손을 꼭 잡고, “만나 뵙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항암 투병 중인 몸으로 “죽기 전에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꿈속에서도 원하는 복직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라며 꼭 껴안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으로.

 

어머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손을 잡고 "꼭 복직하시길 빕니다."라며 따뜻한 인사를 나눴습니다. ©장영식
어머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손을 잡고 "꼭 복직하시길 빕니다."라며 따뜻한 인사를 나눴습니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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