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반도’, 탈출구 찾을까
‘얼어붙은 한반도’, 탈출구 찾을까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0.09.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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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무원 피격’ 후폭풍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반도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와 여름 폭우에 이어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업지도원을 북한이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대화모드로 되살려 낸다는게 청와대의 의지였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가위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또 한 번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청와대
ⓒ위클리서울/ 청와대

새벽 서리처럼 남북관계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평도에서 실종된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으로부터 피살된 것과 관련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후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실종 사건과 관련된 보고를 문 대통령이 받은 것은 다음 날인 22일 오후 6시 36분이었다. 당시에는 총살 및 시신훼손에 대한 정보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돌입했고,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서면을 통해 보고 받았다.

 

‘반인륜적 행위’ 규탄

문 대통령이 두 번째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23일 오전 8시 반이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월북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북측이 사살한 후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첩보 내용을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오전 9시에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 국방부로부터 사건 결과와 관련된 통보를 받은 후 서 실장과 노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분석결과를 대면보고했다.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은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NSC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측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성격상 이번 사태 이후 내놓은 반응은 이례적일 만큼 격앙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첩보를 첫 대면보고로 받은 뒤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언급한 것도 초기부터 문제의 파장을 예상했던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있었던 6월 16일 다음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비롯 남북문제 원로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국민들이 충격이 컸고, 개인적으로도 실망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대응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공식 채널이 다 닫혔다. 국정원 채널도 소통이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태로 그 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화’에 방점을 찍었던 문 대통령의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연내 북미 및 남북관계 추동을 위해 지난 23일 새벽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던 '한반도 종전선언'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상황에 대한 첩보를 인지하고도 '한반도 종전선언' 요청이 담긴 기조연설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야권은 '종전선언' 연설을 위해 어업지도원이 지난 22일 밤 9시40분에 살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37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10시 40분에서야 늑장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첩보의 신빙성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엔 연설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고, 이번 사건에 대한 발표를 미루거나 지연할 하등에 이유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

일단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며 책임자 처벌 및 사과 요구 등 강도 높은 대응을 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가지 해법을 동시에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반인륜적 행위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한 수준의 입장을 보인다면 평화프로세스는 여지를 회복하겠지만 무응답 기조를 유지하거나 수준에 못미친다면 파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 보고에는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서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이 그 실종자(A씨)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첩보가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 시각은 우리 군 당국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이 A씨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한 지 3시간여 만이다.

군 당국은 이후 22일 오후 10시 30분 북한이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화장까지 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관계 장관들이 23일 오전 1시부터 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정리된 첩보 내용을 대면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총으로 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내용을 처음 보고받고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원거리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씨가 해류 방향을 잘 알고 있던데다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고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것이 월북 시도의 이유로 꼽힌다.

한편 지난 6월 북한이 남북 핫라인을 모두 차단한 까닭에 청와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측과의 접촉 조차 시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총격을 당하고 시신까지 훼손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분위기를 차갑게 만든 이번 사태가 추석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법을 찾기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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