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막을 ‘공정경제 3법’에 재계는 왜 반발할까?
일감 몰아주기 막을 ‘공정경제 3법’에 재계는 왜 반발할까?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0.09.2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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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앞두고 드러나는 정·재계 온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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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대기업·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아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경제 3법’ 도입을 앞두고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공정경제 3법이 기업의 경영을 부당하게 규제하고 위축시킨다며 ‘기업규제 3법’이라고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여야 지도부를 만나 ‘재계 입장을 잘 들어 달라’며 하소연 중이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묶은 명칭이다.

상법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에게 모회사 주주(발행주식총수 100분의1 이상)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이사들 중에서 감사를 뽑는 대신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해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이 골자다.

공정거래법은 가격·공급담합 등 중대·명백한 공동행위에 대해 검사가 직접 공소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제(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형사처벌)를 폐지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곳에서 20% 이상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금융그룹감독법의 경우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법적으로 지정하고, 내부통제·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며 금융위원회의 경영개선계획 제출 명령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정경제 3법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달 31일 국회에 제출됐으며, 사사건건 맞붙던 여야 지도부조차 공정경제 3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어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저에게 거듭 말했다"며 "공정경제 3법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대기업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면서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오랜 현안"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내용 중 일부 논의 과정에서 고쳐질지 모르지만 3법 자체를 거부해선 안 된다”며 “의원 수가 많으니 반대 의견 제시 자체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기업 경영 부당 규제하고 위축시켜”

이에 재계는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 기업 활동을 위협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반영 돼 향후 경영활동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우선,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의원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된다.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처럼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지분을 매집해 경영위협을 가할 경우에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당정이 만든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게 된다.

해당 기업이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또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져 기업들이 각종 고발·수사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중 공정경제 3법 처리’를 공식화한 다음날인 22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찾아가 여야 대표를 차례로 만나 읍소에 나섰다.

박 회장은 이들에게 “기업은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늘어나는 게 사실”이라며 “여야가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 토론의 장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인단체들도 16일 공동성명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이라며 “정기국회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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