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진사(進士)였고 문과 수석이었다
다산은 진사(進士)였고 문과 수석이었다
  • 박석무
  • 승인 2020.09.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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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옛날의 인물에 대한 이력을 밝히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을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기억에는 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 기록하다보면 글자를 잘못 쓰기도 하고 빠진 글자도 있을 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자료를 검토하여 어떤 것이 옳고 타당한 기록인가를 확인하여 사실을 알아내야 합니다. 나는 수년 전에 『다산 정약용 평전』(민음사, 2014)이라는 책을 간행했습니다. 그 책을 읽은 독자 한분(고등학교 교사)이 참으로 꼼꼼히 읽고 많은 오자를 발견해 지적해주고, 또 바르지 못한 기록까지 바로잡아주는 매우 친절한 도움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그런 친절한 작업에도 널리 참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르지 못한 표현이라고 계속 지적하는 수고를 아까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산이 22세에 진사과에 급제했노라는 책의 내용 여러 곳에, 진사가 아니라 ‘생원’이라고 모두 지적해준 일입니다. 이것은 다산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는 다산 자신의 기록에 후손이 추가하고 보완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라는 기록은 정확히 다산이 직접 자신의 일생과 업적을 기록한 글입니다. 연보의 22세 조항에, “2월에는 나라에 경사가 있어 생원과 진사를 뽑는 과거에 경의(經義)로 초시에 합격했으며, 4월에는 회시(會試)에서 생원으로 합격했다.”고 기록하여 경의과와 생원과에 합격했음을 밝혔습니다. 때문에 다산은 「자찬묘지명」 초입부분에 “22세에 경의과로 진사가 되었다(二十二 以經義爲進士)”라고 정확히 기록하여 자신이 진사였음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또 다산은 유배지에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미 경의로 진사가 되었고(旣而竊經義進士)”라는 기록이 있고 이어서, “이름 하여 경의진사인데 『주역』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名之曰經義進士 而不讀周易乎)”라고 말해 자신이 진사과에 합격한 진사였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與尹畏心 永僖)

그렇다면 다산은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해 생원이기도 하지만 진사이기도 했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그래서 다산이 22세에 진사시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다는 말에 잘못이라고 지적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원시에 합격했다”라는 기록 때문에 22세에 생원시에 합격했다고 적어야만 바른 내용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여러 곳에서 ‘진사’였다고 거듭 거듭 강조하고 ‘생원시에 합격했다’는 기록이외에 ‘생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면 다산은 진사라는 호칭을 더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진사’로 호칭해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다음은 장원급제 문제입니다. 자신의 기록임에 분명한 내용이 있습니다. “시험답안지를 고평(考評)하여 심봉석(沈鳳錫, 1739~?)을 1등으로 하고 공을 2등으로 하였다 ……(중략)…… 그러나 이름을 발표할 때 이르러 아버지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봉석이 탈락되는 바람에 공이 수석으로 급제하였다(及坼名不書父名 沈遂見拔去 公得陞及第: 연보 28세 조)”라고 기록하여 다산이 장원급제하였음을 명확하게 알게 해줍니다. 다른 기록에 다산보다 23세 더 많은 심봉석은 그 다음해에는 1790년에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했으니, 다산의 기록이 정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심봉석이 1등이고 공이 2등으로 되었다.”라는 기록만 믿고 장원급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앞뒤의 기록을 정확히 살피는 일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생원이건 진사이건 특별한 차이도 없고, 장원이건 차석이건 무슨 큰 문제가 되는가요. 다행히 2등에서 1등으로 승급되었다고 했으니 장원급제했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뒤를 정확히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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